루궈쿼이 2편
[톨]
그럼 아예 다음 주제로! 저 형이랑 이 주제 하고 싶었어요. 제3자로 형을 봤을 때, 형이 뭔가 커리어적으로나 삶의 재정적인 부분에서 성공했다고 느껴지거든요. 형도 형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런 부분에서 자신이 성공적인 길을 걸었다고 느끼세요?
[루궈쿼이]
그렇다고는 생각하는데, 다 운빨인 것 같아.
[톨]
운빨이요? ㅋㅋㅋ 그냥 진짜 형이 겸손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요?
[루궈쿼이]
일단 필터 없이 얘기할게. 나는 그냥 집이 부자야.
[톨]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닛ㅋㅋㅋㅋ 이런 예상밖 솔직함 너무 좋아요.
[루궈쿼이]
집이 부자고, 그리고 이제 내가 유학을 한 거잖아. 그것도 내가 좋은 학교를 나오긴 했는데, 돌이켜보면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결정이었거든.
[톨]
학비가 비싸기 때문에?
[루궈쿼이]
응. 그 덕이 컸던 것 같아. 물론 이제 그 학교의 기준에 맞춰서 뽑히는 것도 쉽지 않기는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결정적인건 운이 아닐까.
[톨]
그런데 그런식으로 집에서 풍족한 지원이 가능해도, 형처럼 성취하지 못한 사람들이 한 트럭일 텐데요..
[루궈쿼이]
그렇긴 하지. 나도 노력도 하고 그랬는데,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감사하게 살려고 애쓴다는 거지.
[톨]
그럼 형이 동시에 다른 사람이랑 비교했을 때 뭔가 스스로에게 아쉽거나, 혹은 또 커리어적인 부분에서 자부심이 있다거나 이런 면은 없어요?
[루궈쿼이]
사실 그런데 내가 요즘 일에 별로 관심이 없어. 내가 이제 이 회사에서만 15년 다닌거고, 그 전에도 비슷한 일을 좀 했었으니까 일 자체는 한 20년 한 거란 말이야. 그런데 해보니까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이제 한 너 나이정도까지는 이 일도 되게 잘하려고 이것저것 배우고, 회사에서 입지도 늘리려고 노력도 하고 그랬었는데, 그게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요즘에는 대충 사는 것 같아. 물론 타고난 성향같은 것들 때문에 기본적으로 성실하게 일하기는 해. 열심히 하고 회사에서 놀지는 않고, 중요한 일들도 맡고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예전처럼 막 그렇지는 않아.
[톨]
그럼 열정이 없어진건가요?
[루궈쿼이]
열정이 없어졌다고 말하기엔 또 뭐한게,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있긴 해. 재미도 있고. 과제가 들어오면 퀄리티를 높이려고 되게 이래저래 노력도 해. 그런데 말하자면 우선순위가 좀 떨어졌다고 해야되나. 예전에는 나를 표현할 때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되게 높았었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까 그게 별로 큰 의미가 없더라고.
[톨]
그럼 갈수록 우선순위가 낮아지는 거네요.
[루궈쿼이]
낮아지고 있어. 그리고 예전에는 그런게 있었거든. 좋은 회사에 다니고, 내가 실제로 제품에 들어가는 걸 만드니까, 내가 만든 걸 쓰고있는 사람들이 많단 말이야. 거기에서 오는 자부심, 그리고 그런 것들 때문에 내가 좀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기간이 있었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직업은 진짜 귀천이 없고, 내가 모르는 분야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내가 받는 소득보다 적게 받아도 훨씬 애를 써서 회사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이게 나이먹으면서 드는 생각일 수도 있긴 한데, 그 일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우선순위 플러스 가치같은게 좀 떨어졌다고 해야 되나. 그렇다고 아예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니까.
[톨]
그럼 갈수록 비중이 적어지는거네요.
[루궈쿼이]
정확한 단어 선택이 좀 어려운데, 비중은 여전히 크지만,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대단한 일은 아닌 것 같다는 거지. 예전에도 내 삶에서 1순위는 아니었거든. 1순위는 그냥 내 자아성찰에 관련된 부분이었고, 일이 불변의 2순위였어. 그런데 비유를 하자면 예전에는 그게 금이어서 절대 팔지 않고 내 창고에 넣어놨던거지. 그런데 지금은 은이 된거야. 내가 상황이 바뀌면, 돈이 필요하면 바꿀 수도 있는 게 된거지. 그래서 지금 당장 일을 안 해도 아쉽지는 않을 것 같고, 이직을 한다고 해도 아쉽지 않을 것 같고 그런 상황이야. 예전에는 막 여기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도 좀 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되게 시니컬해졌어. 그래서 일 얘기도 잘 안하게 돼. 유쾌하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닌 것 같아. 아까 얘기했듯이 우리 회사에 내 주변이 특수한게 근속들이 길어가지고 친한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그 사람들도 다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더라고.
[톨]
뭔가 한 자리에 오랜기간 있다보면, 그리고 나이가 들다보면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일 수도 있겠네요. 그럼 형은 지금 회사에서 어떻게 더 성공해서 어떤 자리로 나아가고 이런 생각이 크지는 않으세요?
[루궈쿼이]
전혀 없어. 지금 내 바람은 누가 나를 괴롭히지만 않았으면 그런 생각만 하고 있어. 딱히 회사에서 나한테 줄 수 있는 베네핏이 더 이상 잘 없는 상황이라. 더 진급을 할 것도 아니고, 돈을 더 줄 것도 아니고 그렇거든. 내 연차 나이쯤 되면 구조상 그래.
[톨]
그런데 사실 형네 회사에 입사한 주니어 정도의 사람들이나, 형이 일하시는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보면 형이 롤모델일 수 있는 거잖아요.
[루궈쿼이]
그래서 걔네들한테는 이런 얘기 잘 안 하지. 그 사람들한테는 찬물 끼얹는 것 같잖아. 속으로만 생각해. 후배들한테는 되게 잘해줘. 그래서 걔네들한테는 이런 얘기 안 해.
[톨]
그럼 형한테는 지금 커리어와 직업이 가지는 의미는 뭐에요?
[루궈쿼이]
원동력이라고 하기는 뭐한데, 내가 잡고 있는 하나의 마지막 동앗줄이라고 해야할까. 왜냐하면 직업마저 없으면 정말 피폐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지금 인간관계도 되게 많이 좁아져 있는 상황이고, 다들 비슷하겠지만 나이먹으니까 일반들하고도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는게 힘들거든.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의도적으로 끊었던 것 같아. 계속 거짓말하는게 싫었거든. 막 연기하는 것도 싫고. 가족들한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래서 되게 슬픈얘기인데, 사실 보고 싶은 사람들도 꽤 돼. 그런데 이제 내가 선뜻 연락을 하는게 좀 부담스럽거든. 왜냐하면 다들 궁금할거잖아. 그런 얘기도 해야하고 그런게. 그때마다 거짓말하는게 싫었어. 그래서 언젠가부터 되게 거리를 좀 뒀는데 그러다보니까 다 정말 끊기더라고. 그래서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이 다 회사사람들이다 보니까, 사회활동영역도 좁아지고 하다보니까, 회사마저 안 다니면 정말 큰일 나겠구나 생각해. 그리고 뭔가 계속 인풋이 있어야 되고, 자극도 있어야 되고 하니까. 그리고 살면서 적당한 스트레스도 있어야 하고, 적당히 세상 돌아가는거를 좀 파악해야 되는 것도 있고.
[톨]
아까 형 말이 이해가 돼요. 직업이나 커리어가 가지는 의미가, 형한테 그 가치는 점점 낮아지는데, 비중은 오히려 늘어가네요. 필요하기 때문에 삶에서의 비중은 늘었지만, 또 가치는 좀 낮아지는.
[루궈쿼이]
그리고 중요한 이유인데, 회사에서 밥을 세 끼를 다 주니까.
[톨]
앜ㅋㅋㅋㅋ 형네 회사는 세 끼 맛있게 다 주니까요?
[루궈쿼이]
그게 되게 커. 내가 밥을 챙겨먹어야 되는데 밥을 안 하니까. 그것도 엄청 일이거든.
[톨]
그 세 끼 다 주는게 진짜 좋은 것 같아요.
[루궈쿼이]
내 삶의 일정 부분을 회사가 다 담당해주고 있는게, 회사에 병원이 있고, 헬스장도 있고, 심리 상담해주는 사람도 있고, 마사지사도 있고 금융 상담해주는 사람도 있고 하니까. 뭔가 문제가 생기면 회사에 의지를 하는 구조야 지금. 내 삶이 되게 편한거지. 근무환경도 쾌적하니까 회사에 있는게 편해. 그냥 내 집 같다라고 표현하기는 좀 뭐하지만, 내 공간을 좀 내가 지내기 편하게 셋업 해놨거든.
[톨]
그리고 형이 15년 다녔으면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것 같아요.
[루궈쿼이]
그래서 그런 이유 때문에 계속 다니는 거지.
[톨]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볼게요. 형의 어떤 친구관계나 그런 부분도 궁금해요. 형은 처음 나오셨을 때에 외국에 계셨으니까, 그때의 사교관계랑 또 한국에 들어왔을 때랑 완전히 분리됐을 것 같아요.
[루궈쿼이]
맞아. 그런데 그 중간에 공백이 되게 길었어. 그래서 20대 초반 때 알던 친구들이 지금도 친한 친구들이긴 해. 20대 초반에 미국 가기 전부터 알았던 사람들.
[톨]
그럼 형은 20살, 21살 때부터 이미 커뮤니티라고 해야하나, 이쪽 사람들이랑 알고 지낸 거네요?
[루궈쿼이]
그 때가 제일 열심히 사람들 만났었던 때인 것 같아.
[톨]
형이 성인이 되고 나서?
[루궈쿼이]
수능 끝나고.
[톨]
그럼 그 때 형이 만났던 사람들은 형이 유학 다녀 와서도 계속 꾸준하게 연락해서 지내는 거에요?
[루궈쿼이]
(같이 아는 사람)정도 빼고? 굳이 따져보자면 30대 중반쯤에 알게 된 좋은 친구들도 있긴 한데, 몇 몇을 제외하고는 이제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은 다 내가 20대때에 알던 사람인 것 같아.
[톨]
그럼 형을 거의 20년 넘게 알아온 거네요. 그렇게 20년 넘게 알고 지내면 어때요?
[루궈쿼이]
가족 같아.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워. 왜냐하면 가족들한테 못하는 얘기도 숨김없이 다 얘기하니까. 그리고 내 편을 들어주고. 사실 그런 사람들만 남은거긴 한데.
[톨]
그럼 형 친구분들은 만나면 뭐하세요?
[루궈쿼이]
나는 여럿이 만나는건 별로 안 좋아해. 안좋아한다기 보다는, 그냥 둘이나 셋정도 만나는걸 선호해.
[톨]
여럿이서 만나면 텐션이 좀 높아지고 시끄러워지는걸 싫어하시는 거에요?
[루궈쿼이]
굳이 따져보자면, 여럿이서 만나면 좀 솔직해지지 못하는 느낌이야. 약간 가식적이 되는 느낌. 어렸을 때도 그랬는데, 조금 더 그걸 피하는 것 같아. 이해시키기가 좀 어려운 말이긴 한데.
[톨]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여럿이서 만나면 나도 모르게 가식적이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싫은거잖아요.
[루궈쿼이]
그런 얘기를 해야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지는게 좀 그렇고, 그리고 딱 내가 원하는 사람만 보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 하고 듣고 싶은 얘기 듣고 싶은 마음이지.
[톨]
그럼 형들은 그렇게 친구들 만나는 장소가 굳이 이태원이나 종로가 아니어도 되겠네요. 그래서 형이 이태원 종로 나갈 필요성을 안 느끼시는 건가봐요.
[루궈쿼이]
응. 그리고 안 나가는 이유가 좀 구려서.
[톨]
ㅋㅋㅋ 구려서요? 물이??
[루궈쿼이]
아니 그 어디 바에 가면, 나는 이제 술을 잘하는 편은 아니라서 주로 칵테일을 먹는데, 칵테일도 형편없고 좀 지저분하고 그런 경우가 많아. 그래서 안 가는 것 같아.
[톨]
이쪽 사람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질 낮은 바에 가느니, 일반들이 가는 괜찮은 곳에 친구들이랑 같이 가서 노는게 낫다는 거죠.
[루궈쿼이]
응. 내가 좀 그 hygiene에 예민한데. 그 이유가 진짜 커. 안 가는 게.
[톨]
형한테는 이쪽 사람들이 모여서 노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그렇게 크지 않은 거네요.
[루궈쿼이]
그치 그리고 딱히 가서 구경하는게 대단히 즐겁지도 않고. 그리고 굳이 거기 막 싸지도 않잖아.
[톨]
맞아요. 그런 이쪽 칵테일바 되게 비싼 축에 속하는 것 같아요.
[루궈쿼이]
그런데 자리는 막 좁고 불편하고. 그런게 싫은 것 같아.
[톨]
예전에는 그래도 좀 가셨었어요?
[루궈쿼이]
예전에도 잘 안갔는데, 잠깐 되게 반짝 많이 간 적이 있었어. (같이아는사람)을 알 때쯤도 그때쯤이었거든. 그런데 그 때도 재밌어서 갔다기보다, 사람들을 좀 만나야겠다고 계획했던 기간이었거든. 그래서 그 때는 좀 참고 갔던 거지.
[톨]
그럼 형이 20대 초반에 알던 친구들을 계속 만나게 되고, 더 가깝다고 느끼시는 이유가 있어요?
[루궈쿼이]
그런 생각은 또 안 해봤네.
[톨]
그냥 과거를 많이 공유하다보니 더 편하게 느껴져서?
[루궈쿼이]
그건 잘 모르겠는데, 그냥 은연 중에 옆에 남은 사람들 중에 파이널 리스트가 된 게 아닐까.
[톨]
그렇게 남은 형 친구들이 공유하는 공통적인 특성같은 것도 없고요?
[루궈쿼이]
음… 현명함? 현명함과 성실함, 자제력이 좋은 사람들인 것 같아.
[톨]
뭔가 불나방처럼 사는 사람들은 아닌거네요.
[루궈쿼이]
응. 포기할 때 포기할 줄 알고, 그리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할 줄 알고 이런 사람들인 것 같아.
[톨]
상식적인 사람들인거네요.
[루궈쿼이]
상식적이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지가 않아. 적당히 사회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들.
[톨]
그럼 그런 성격적인 특질들 말고는 다른 부분에서는요?
[루궈쿼이]
어릴 때 알게 된 사람들이어서 그 때는 이 사람들이 성공하겠다 아니겠다 판단하기 어려웠는데, 20년 지나고 보니까 다들 뭔가 능력이 있는 것 같아.
[톨]
아까 형이 말한 그런 사회적인 재능이 어떤 그런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랑도 연관이 되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형은 그럼 지금 새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마치 연애할 때 사람들을 보는 기준이 있듯이, 친구들을 사귈 때도 그런 기준 같은게 있어요?
[루궈쿼이]
아까 말했던 그런 상식적인 부분들인 것 같아. 그런데 요즘은 그게 그냥 디폴트로 깔려있어야 해서, 그런 사람들이 아니면 아예 접점이 없는 것 같아. 기껏해서 만나봐야 아는 사람들 소개로 보게 돼서 이제는 거의 필터링이 필요하지는 않은거지.
[톨]
상식적인 사람들 주변에는 상식적인 친구들이 있을테니까 그렇게 소개로 만나면 당연히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는거죠.
[루궈쿼이]
응. 그런 걸 고민할 상황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톨]
신기하네요.
[루궈쿼이]
너 나이 또래 애들이 이런 얘기 들으면 공감 못할 것 같다니까.
[톨]
ㅋㅋㅋㅋㅋㅋ아니 왜 자꾸 공감을 못할거라고 생각하세요?
[루궈쿼이]
내가 너네 나이때에는 이런 것들이 공감이 안됐었거든. 다 인지상정이야.
[톨]
공감이 안된다기보다는 그냥 저는 그럴 수 있겠다. 그렇구나 싶은 느낌만 줘도 좋을 것 같은데요. 형도 이런 얘기를 30대때, 20대때, 10대때 했으면 대답이 달랐을 거잖아요. 그냥 그런 다양한 대답 자체의 존재가 좋은 것 같아요.
[톨]
그럼 형은 미래 계획같은게 있어요?
[루궈쿼이]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톨]
생각을 안 하려고요? 왜요?
[루궈쿼이]
지금 계획할 수 있는게 사실 금전적인 부분 말고는 없잖아. 사실 되게 외롭고 슬픈 노후가 될 거거든.
[톨]
엥 그래요???
[루궈쿼이]
그렇지 않을까? 이제 나를 보살펴줄 수 있는 자식이 없고. 배우자는 파트너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있어봤자 또래일 거고,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을테니까 같이 늙어서 아프긴 마찬가지 아닐까. 그 때 사실 도움이 되려면 자식이 있어야 될 것 같거든. 그런데 그게 없는 상황이니까 나는 뭐 어디 요양병원에서 아프다가 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톨]
진짜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요?
[루궈쿼이]
너도 그럴거야. 그래서 이런 생각하면 슬프잖아. 그러니까 되도록 생각을 안 하려고 하고 있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것 같아.
[톨]
그래도 형이 10년 후에는 뭐 해야지, 20년 후에는 어떻게 됐을테니까 뭐 해야지 이런 식으로 막 긍정적으로 계획을 세우시지는 않는 거네요?
[루궈쿼이]
응.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는 것 같아.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일거라는 생각을 하고.
[톨]
아니 ㅋㅋㅋㅋㅋ 엄청 뭔가 비관적이고 슬픈 관점이잖아요.
[루궈쿼이]
근데 사실 너는 이런 부분까지 아직은 고민 안 해도 될 나이이긴 한데.
[톨]
그런데 형이나 저나 막 그렇게 몸이 진짜 아파서 고민할 나이쯤 되면, 뭔가 많이 바뀌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요양병원도 지금 있는 요양병원이 아니라 다르게 바뀔 것 같고.
[루궈쿼이]
나는 지금 약간 미래를 두 가지 스텝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향후 10년은 내가 부모님 돌보느라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부모님이 아마 아프실테니까. 그 때 내가 병간호를 하거나, 부모님들을 케어해야 되는 상황이 오겠지.
[톨]
요즘에는 자식이 있어도 그런 부분에서 필요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형이 생각했을 때는 그래도 자식이 있고 없고가, 그런 아플 때나 죽기 전에 돌봐주는 그런 시기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는거네요?
[루궈쿼이]
그치. 우리 조부모님 봐서도 그랬었고. 그리고 향후 10년간은 부모님이 80대가 되실 테니까 내가 케어를 해야하고. 그래서 내 생활이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톨]
형네 부모님도 그렇게 조부모님을 케어하셨던 거에요?
[루궈쿼이]
그런데 우리 때랑 부모님 세대랑 좀 다른게, 우리 조부모님 세대만 해도 자식들이 되게 많은 세대였잖아. 그런데 너희 부모님하고 우리 부모님은 자식들이라고 해봤자, 아 너는 좀 많구나.
[톨]
셋이니까 요즘치고는 좀 많죠.
[루궈쿼이]
그런데 대부분 하나 둘이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하나 두명 있는 자식들이 부모님을 케어해야지. 예전같았으면 우리 엄마아빠만 봐도 형제가 넷 다섯 이상 이렇게 많은 집안들이 많으니까.
[톨]
돌아가면서 돌볼 수도 있고?
[루궈쿼이]
돌아간다기보다는, 장녀 장남 외에는 다른 사람들이 크게 신경 안써도 되는 문화였던 것 같아. 내가 보기에는. 다른 집안들을 봐도 그렇고. 그래서 그 때는 오히려 그런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이 없는 사람들도 많은 시대였던 것 같은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피해갈 수 없을걸.
[톨]
그렇네요. 그렇게는 생각 안 해봤었는데 오히려 자식 수가 적으니까, 그 조금 있는 자식들은 부모님들의 그런 노후 부양에 있어서 선택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주어지는 상황이 됐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루궈쿼이]
대부분 어르신들이 아파서 돌아가셔. 연세드시면서 건강하게 계시다가 돌아가신 케이스가 별로 없거든. 요새 나는 그런 걱정이 되게 많이 들어.
[톨]
앞으로 10년간은 형이 그런 부모님의 병간호에 형의 인생 일부분을 떼어 넣어야 되고, 그리고 그 이후에는 형이 아플 수도 있는 시기가 오고 그렇다는 거네요. 저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루궈쿼이]
대부분 사람들이 어렴풋이 하고는 있는데 회피하는 생각인거지.
[톨]
ㅋㅋㅋㅋㅋ아까 형이 말한 포인트가 이런 건가? 형이 솔직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는 포인트. 그러니까 차가운 현실을 들이미는ㅋㅋㅋ
[루궈쿼이]
나는 정신없이 노는 애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면.
[톨]
어차피 차가운 현실이 다가오니까 그냥 지금 잘 즐기면서 잘하고 있다는?
[루궈쿼이]
아니아니. 정신차리라고 하고 싶어.
[톨]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아까 저한테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면서요.
[루궈쿼이]
그렇긴 한데, 적당히 해야 된다는 거지.
[톨]
미래를 대비해라?
[루궈쿼이]
할 건 하고나서 놀고 이래야 되니까. 일만 하는 애들 보면 좀 안타까워서 놀라고 그러고 싶긴 한데, 이쪽 애들은 또 너무 노는 것 같아.
[톨]
그쵸. 그렇게 하루살이처럼 사는 분위기가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톨]
그럼 형은 노후 대비 이런 건 어떻게 준비하세요?
[루궈쿼이]
주식이랑 코인을 하고. 월급 모으고. 그리고 사실 증여를 많이 받았어.
[톨]
ㅋㅋㅋㅋㅋㅋ아까 얘기랑 연결이 되는
[루궈쿼이]
받았고, 앞으로도 받을 예정이고.
[톨]
그럼 형은 그런 금전적인 부분에서 걱정을 하면서, 내가 노후에 편하게 살려면 얼마나 모아야 되고 이런 걱정은 크게 하지 않으시겠네요.
[루궈쿼이]
또 다른 걱정이 하나 있긴 한데, 이거는 좀 되게 재수 없는 말이라서..
[톨]
그런게 재밌어요!(반짝반짝)
[루궈쿼이]
너는 재미있어 할 것 같아서 하는 얘기긴 해. 적당히 알아서 편집해 봐. 나는 이제 뭐 부모님 유산을 받아야하는 입장인 거잖아. 그런데 내가 다 쓰기엔 많은 돈이거든. 부모님이 이제 뭔가를 잘 해놓으셔가지고 받을 게 많은데, 내가 다 펑펑써야 하는 돈이거든.
[톨]
ㅋㅋㅋㅋㅋㅋ그런데 어떻게 펑펑 쓰실지가 고민이신거에요?
[루궈쿼이]
왜냐하면 우리 부모님은 내가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그 손자한테 주고 그럴 계획으로 모아놓으셨는데, 이제 3세가 없는 상황인거니까. 너무 아까운거지. 그렇다고 이제 남한테 주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아. 그래서 나한테 압도적으로 많이 주실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나는 그걸 다 쓸 자신이 없거든.
[톨]
형이 막 여행 다니시는거 제외하고는 엄청 또 소비지향적이지는 않으니까?
[루궈쿼이]
그래서 별로 돈 쓸 일이 없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되지, 이제 여튼 나도 죽을 거잖아. 얼마 남지 않았을 거잖아.
[톨]
아니 무슨소리에욬ㅋㅋㅋㅋㅋㅋ 형이랑 저랑 막 엄청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그럼 저도 얼마 안남았어요….
[루궈쿼이]
나는 현실적으로 수명이 80정도라고 보거든. 80도 많고, 건강한 상태는 70대 중반이고 그 이후에는 거의 아픈 채로 지내니까. 그러니까 소비를 할 수 있는 적정한 연령은 70대 중반까지니까 나도 30년정도만 남은거지. 내가 뭘 하겠어. 뭐 좋은 차를 사겠어 어디 해외 여행을 맨날 다니겠어. 사실 좋은 차도 필요가 없거든. 그런데 내가 받을 돈을 기부하기에도 좀 그렇고.
[톨]
그쵸. 형네 부모님이 열심히 일구신걸 형이 옆에서 다 봤을거 아니에요.
[루궈쿼이]
그러니까. 그래서 아까워서 못하지. 그래서 요즘 부모님 여행 많이 다니게끔 하는 것도 그냥 나 주지 말고 다 빨리 쓰게 하려는 목적도 있어. 그런데 엄마 보면 아까워서 못쓰셔. 부모님들은 또 연세 드시면 자식 주고 싶지, 자기가 막 엄청 쓰고 싶지는 않아하시거든. 그런 부분도 좀 스트레스인데. 이건 공감대가 진짜 없겠다.
[톨]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흔히 하는 고민이 아니니까 또 나름대로의 흥미가 생기잖아요.
[루궈쿼이]
그래서 약간 좀 그래요. 그래서 동생한테도 아끼지 말고 쓰라고 하고. 우리 집 분위기나 태생 자체가 뭔가 과소비를 안 하는 스타일이고 욕심들도 별로 없어. 그래서 뭔가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건 안 사고, 쓸데없이 돈 안쓰고 이런 스타일들이야. 심지어 조카도 그래. 이게 뭐 DNA에 있는 건지. 항상 조카한테 뭐 갖고 싶냐고 물어보고 뭐 사줄까 해도 싫다고 그래. 나도 어지간하면 다 버스 타고 다니고 그러거든. 사실 안 그래도 되는데. 그러면서 동생한테는 하고싶은거 하고 사고싶은거 사라고 그러거든. 부모님이 나한테 그러듯이.
[톨]
형은 그런데 나이 먹으면 좀 많은 돈을 들여서 들어갈 수 있는 실버타운 이런 건 생각 안해봤어요?
[루궈쿼이]
부모님은 그런 데 가실 걸 계획해야할 것 같고.. 글쎄 나한테는 그것도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
[톨]
그런데 나중에는 제가 상상하는게, 이쪽 사람들 위주로 하는 그런 실버타운도 생길 것 같고 그래요.
[루궈쿼이]
나 때는 아닐 것 같아. 30년 후인데 30년 안에는 안바뀔 것 같아.
[톨]
ㅋㅋㅋㅋㅋ 저 몰랐는데 의외로 형 이런데서 뭔가 조금 비관적인? 되게 시니컬한 미래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루궈쿼이]
사실 그런 실버타운도 우리 부모님 같은 경우에는 계속 소셜활동을 하고 계신 거고, 배우자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하니까 계속 유지되는 커뮤니티가 있는거지. 마지막까지 좋은 환경과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게 필요할 텐데, 나는 내 나이가 한 60~70되면 다 끝날 것 같거든. 주변에 정말 친한 친구 한 두명만 남고 모든 사회활동이 끊길 것 같아.
[톨]
그런 사회적인 커뮤니티에서 형이 좀 떨어져있을 것 같다는거에요?
[루궈쿼이]
응. 그래서 외로움이 디폴트로 있을 것 같고. 그 때쯤 보면 극도로 외로워지지 않을까.
[톨]
그럼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그런 커뮤니티 활동이나 이런 걸 계속 유지하면 되지 않아요?
[루궈쿼이]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생각하고 있는 현실적인 솔루션은, 내 가까운 친구들하고 같이 여생을 보내는 거지. 그런데 다같이 늙었는데 그렇게 모여 있는 것도 즐거울까? 어차피 서로 늙었는데 서로에게 그런 슬픔과 비관적인 에너지만을 서로 주지 않을까 하는거지. 그런데 사실 그것도 다 예측이고 추측이니까.
[톨]
ㅋㅋㅋㅋㅋㅋ예상치 못하게 이런 부분에서 형이 굉장히 단호하게 시니컬해요. 그럼 형 주변에서 지금 가장 나이 많은 이쪽 분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루궈쿼이]
50대 초반?
[톨]
60대 이상 분들은 안계세요?
[루궈쿼이]
찾아보면 있겠는데 연락하는 사람 중엔 없어.
[톨]
그런 분들 어떻게 지내시는지도 모르시겠네요.
[루궈쿼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
[톨]
어떻게요?
[루궈쿼이]
다들 되게 외로워하더라고. 50 넘으면 특히.
[톨]
다들 뭔가 파트너같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혹은 있는 사람 자체가 드물어요?
[루궈쿼이]
드물고. 대부분 다 비슷한 수순을 밟는 것 같아. 너 나이또래가 50이 되면 있을 수도 있겠는데, 내 주변에는 사실 거의 없는 것 같아.
[톨]
그것도 의아하네요. 왜 없을까요?
[루궈쿼이]
그건 잘 모르겠네.
[톨]
ㅋㅋㅋㅋㅋ 그럼 뭔가 전반적으로 비관적이었던 미래 노후 관련 주제 대신, 형이 좋아하고 형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얘기할래요. 형이 가장 최근에 행복했던 기억은 뭐에요?
[루궈쿼이]
남자 만났을때 인 것 같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ㅋㅋㅋ
[톨]
ㅋㅋㅋㅋㅋ어떤 건데요?
[루궈쿼이]
대만 가서 만났던 애가 좋았어.
[톨]
언제요?
[루궈쿼이]
올해 3월 초에. 어플로 만났는데 25살이었고. 잘생기진 않았었는데 볼수록 약간 좀 정드는 스타일.
[톨]
볼매스타일이었구나.
[루궈쿼이]
세 번 만났거든.
[톨]
형이 대만에 있을 동안?
[루궈쿼이]
열흘동안 걔랑 며칠 같이 보낸게 가장 즐거웠던 일이었어.
[톨]
3번 만났으면 사흘 내내 같이있었던 거에요?
[루궈쿼이]
아니 걔가 퇴근하고 저녁에 만났지.
[톨]
걔가 영어도 좀 플루언트한 편?
[루궈쿼이]
그렇지는 않았는데, 번역기 쓰면서 대화했지.
[톨]
번역기까지 쓰면서 같이 있었는데도 너무 재밌었나보네요.
[루궈쿼이]
할 얘기는 다 하고. 그래도 되더라고.
[톨]
외국에 나가면 그렇게 현지 사람이랑 만나서 놀 수도 있구나. 저도 영어를 그렇게 잘 하지 못해서 뭔가 나가서 현지 사람이랑 만나서 놀 생각도 안해봤거든요.
[루궈쿼이]
막상 만나면 다 가능해. 해봐봐. 아직 시도 안 해봤을거 아니야.
[톨]
ㅋㅋㅋㅋ다음에 해 볼게요.
[톨]
그럼 형이 하루를 보낼 때 하루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어떤거에요?
[루궈쿼이]
나는 헬스장 갈 때.
[톨]
왜요?
[루궈쿼이]
잡생각이 없어지고, 생각을 비울 수가 있어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운동할 때?
[톨]
오히려 생각을 비울 때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되기도 하네요. 그러고보니까 형은 여행 자주 다니시는데, 여행은 좋아하는 취미같은거에요?
[루궈쿼이]
여행을 좋아하는데, 자주 가니까 은연 중에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사실 내가 여행 말고 하고 싶은 건 좀 많아. 많았었는데, 이제는 뭔가 계획을 세울 때, 하면 뭐 하겠나 라는 생각도 들어서 포기하는게 많은 것 같아. 중국어도 배우고 싶고, 옛날에 스페인어도 배우려고 시도했었거든. 그리고 운동도 이것저것 배워보고 싶고. 그런데 또 동시에 하면 뭐 하겠냐 라는 생각도 들어서.
[톨]
하면 뭐하겠느냐는 생각은 언제부터 드셨는데요?
[루궈쿼이]
30대 후반부터 그런 것 같아. 사실은 근데 요즘 언어를 안 배워도 번역할 수 있는게 너무 잘 되어있고, 여행할 때 굳이 그 나라 말을 몰라도 불편함이 없어서 언어 배우고 싶은 욕심은 포기했어.
[톨]
맞다! 이것도 형한테 물어보고 싶었어요. 형은 뭔가 결혼해서 자식을 가지고 싶고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루궈쿼이]
들지. 지금도 들어. 애들 보면 나도 애들 갖고 싶어.
[톨]
그런데 형은 영어도 잘하고, 외국에서도 오래 유학했으니까 외국에서 먹고 살 수 있잖아요. 외국 나가면 사실 결혼도 할 수 있고 입양이나 그런 걸로 가정을 만들 수 있는 제도가 갖춰진 곳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형은 별로 나갈 생각이 없으셨어요?
[루궈쿼이]
나는 가족 때문에. 그게 큰 것 같아.
[톨]
형한테는 그 가족의 비중이 더 컸구나.
[루궈쿼이]
그리고 입양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는 것 같아.
[톨]
형의 DNA를 가진 아기가 가지고 싶은 거구나.
[루궈쿼이]
애들은 원래 별로 안 좋아해. 그런데 조카는 너무 예쁘고.
[톨]
저도 그런데 ㅋㅋㅋ 저도 애들은 진짜 안좋아하는데 조카들은 신기하게 이쁘더라구요.
[루궈쿼이]
애들보면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시끄럽고 막 그러는데, 조카는 안그러더라고. 그런데 조카가 요즘 사춘기가 제대로 왔어. 초등학교 6학년인데, 이거 문자 봐봐.
(문자내용에 다 [루궈쿼이] 형이 일방적으로 물어보는 내용. 조카의 답장 없음ㅋㅋㅋ)
쭉 봐봐. 다 씹어. 다 씹고, 해줘도 이정도 대답이야. 오케이 이런거.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거의 일방적인 구애 아니에요? 너무 웃긴닼ㅋㅋㅋ
[루궈쿼이]
그래서 동생이 하나 더 낳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외로움을 안 탄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걸 보면 외로움을 타나 싶기도 하고.
[톨]
저는 생각하는 이론 하나가 있는데, 사실 인간이 몇만년간 이 나이때에는 아이 낳아서 키우느라 정신없잖아요. 그래서 그게 DNA에 그대로 반영이 되어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까. DNA에 입력된 대로 살지 않으니까 목적을 잃고 삶에 지루함을 느끼나 그런 생각을 해요.
[루궈쿼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애가 있었고 걔를 키워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으면 열심히 재밌게 살았겠지. 하지만 지금은 목표가 없으니까. 그게 가장 큰 문제야. 순리대로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목표가 없지. 내가 목표를 세우면 뭐 하겠어, 달성하면 뭘 하겠어 그런 생각이 들고. 나는 어릴 때는 뭔가 달성하는 걸 되게 좋아했거든. 그래서 한 30대 후반까지는 앞만 보고 살았던 것 같아. 오늘 열심히 하면 내일이 더 좋아지겠지, 힘들어도 참으면 나아지겠지 이런 생각하고 살았었는데, 안 그래도 됐을 것 같더라고. 그냥 막 살아도 됐던 것 같은데, 진짜로 너무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들었었어.
[톨]
형은 그럼 형한테 선택지가 있었다면 헤테로로 살았을 것 같아요?
[루궈쿼이]
그 생각은 사실 깊게 안 해봤는데, 일반으로 사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은 들어. 그런데 내 회사 친구들 보면 나 보고 부럽다고 그러거든. 육아가 너무 힘들고 그러니까.
[톨]
그리고 형이 좀 자유롭고 여유롭게 사는 것 같으니까.
[루궈쿼이]
끝까지 결혼하지 말라는 애들도 있고 한데, 근데 뭐 자식 낳으면 예쁘지 않을까.
[톨]
그냥 뭔가 경험의 차원과 인생 목표 유무차원에서 헤테로로 사는게 더 괜찮을 수도 있었겠다 이런 느낌같아요.
[루궈쿼이]
자기도 스스로 다 모르는 것 같아.
[톨]
사실 사람들은 자기 앞의 상황만 경험하니까. 헤테로들도 결혼해서 아기낳은걸 엄청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루궈쿼이]
다 상대적인 거니까. 다 생각의 범주가 비슷비슷하고 자기가 경험한 거 안에서 나오는 것 같아. 또 그래놓고 좀 더 키우고 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낳길 잘했네 이렇게 생각하겠지.
[톨]
우리도 그럼 혼자 살길 잘했네 이렇게도 생각하겠네요.
[루궈쿼이]
그래서 나는 그냥 아예 생각을 안 하는게 내가 찾은 솔루션이야.
[톨]
아예 그런 쪽으로는 생각을 닫는게?
[루궈쿼이]
하면 뭐하겠어? 라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게끔. 그래서 내가 요즘 실천하고 있는 건 심플하게 살자, 생각하지 말자 라는 것 같아. 예전에 생각도 너무 많이 하고, 계획도 너무 많이 했고, 실천도 너무 많이 하고 그랬던 것 같아.
[톨]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심플하게 살자?
[루궈쿼이]
하루하루 진짜로 즐겁게. 너무 먼 미래 걱정하지 말고. 그런데 이것도 상대적인게 태생이 고민 안 하는 애들도 있잖아. 그런데 걔네들은 또 고민이 좀 필요하고. 나는 너무 많이 고민했던 사람이라 지금은 안 하려고 애쓰고 있고. 그런 훈련을 하고. 예전에 내가 잠깐 힘들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알던 애가 해줬던 얘기 중에 되게 소금같은 말들이 있었어. 걔가 내 감정에 방어책을 만드는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대. 자기는 그런 방어책을 만드는데 애를 쓴다고 하더라고. 내가 그 얘기를 듣고 나니까, 나는 그런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거야. 나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거지. 상황이 힘들면 그걸 받아들이고 그걸 해결하고 이기려고만 하지 그걸 차단하려는 생각은 별로 안했거든. 그런데 그게 되게 중요할 수도 있겠다 싶어가지고, 그 얘기를 듣고나서는 좀 연습했던 것 같아.
[톨]
ㅋㅋㅋ 어렵다.. 심플하게 살기도 어렵고 그런 감정방어책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사실 이 톨터뷰를 시작한 것도 저도 생각이 많아서 시작하게 된 거고. 내가 너무 심플하게 살면 사실 다른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지도 않잖아요. 비교 대상도 없고. 그럼 마지막 질문! 형이 톨터뷰한 소감 말해주세요.
[루궈쿼이]
나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오기 전에는 최대한 솔직하게 얘기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뭐 요구하는 목적도 있을 테니까. 뭔가 남들이 내 얘기를 듣고 도움까지는 아니어도 자극정도만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데 내가 생각해 봐도 별로 그런 게 없을 것 같아.
[톨]
ㅋㅋㅋㅋㅋ아니 누구나 있다니까요.
[루궈쿼이]
그래서 그게 조금 신경 쓰였고, 이걸 한 게 나한테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 지금 당장 드는 생각으로는 오늘 했던 얘기를 곱씹어보지 않겠다라는 다짐을 했어.
[톨]
이것도 형이 심플하게 살기 위한 일종의 생각 줄이기인거에요?
[루궈쿼이]
예전에 나같았으면 지금 이렇게 얘기해놓은 걸 가지고 또 내가 계속 생각했을 거거든. 제대로 얘기했을까? 너무 가식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막 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으려고. 결론으로 뭘 얘기해야 될지는 모르겠는데.
[톨]
굳이 뭐 결론 같은 게 없어도 돼요. 재밌었다~ 정도로도 ㅋㅋㅋ
[루궈쿼이]
재밌었어
[톨]
그런데 지금 시간 자체가 스스로를 드러내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인 거잖아요. 그런데 그거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걸 알게된 것 같아요. 그런데 이 톨터뷰가 뭔가 강제로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게 있네요.
[루궈쿼이]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불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나도 되돌아보지 않으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읽는 사람들은 뭔가 도움이 되고 자극이 되는 순간이었으면 좋겠네.
[톨]
ㅋㅋㅋㅋㅋ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부탁으로 톨터뷰 해주셔서 감사해요 형
[루궈쿼이]
아니야 재미있었어
[톨]
그럼 인터뷰 끝!
(인터뷰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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