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궈쿼이 1편
[톨]
형 여태까지 한 인터뷰들 좀 보셨어요?
[루궈쿼이]
응 다 봤어.
[톨]
진짜요? 다 보셨어요?
[루궈쿼이]
응. 그런데 막 꼼꼼히는 읽지 않았어. 조금 긴 부분이나 그러면.
[톨]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텍스트로 길긴 해요. 재밌는 부분만 골라서 읽어도 될 것 같기도.
[루궈쿼이]
그랬지. 이제 수루룩 읽다가 재밌는 부분에 좀 집중해서 읽고 그렇지.
[톨]
보고서 어떠셨어요?
[루궈쿼이]
용기있는 친구들이 참 많더라고. 그리고 사람들이 되게 솔직하구나 느꼈어. 나는 되게 돌려서 얘기할 것 같은데 솔직히 얘기하는구나 싶었지.
[톨]
ㅋㅋㅋ 솔직한게 더 좋고 재밌긴 해요. 그럼 형은 자기소개랑, 닉네임은 뭘로 하실거에요?
[루궈쿼이]
나 [루궈쿼이]로 적어줘.
[톨]
루…뭐요?
[루궈쿼이]
일단 나를 좀 짐작하지 못할 키워드로 해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을 좀 했어. 그리고 [루궈쿼이]가 ‘만약’ 이런 뜻이거든. 그리고 내가 요새 되게 푹 빠져있는 노래 제목이야.
[톨]
그렇구나. 그럼 이거 [루궈쿼이]가 나중에 제가 맞춤법 제대로 썼나 형이 확인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루궈쿼이]
닉네임이 다 되게 특이한 것 같던데.
[톨]
그런데 다들 별 생각없이 와가지고 바로 앞에 있는거 하고 그랬어요 ㅋㅋㅋ
[루궈쿼이]
나는 고민해 봤지.
[톨]
형 저 그런데 여태까지 형 나이도 몰라요 ㅋㅋㅋ 형 나이도 말씀해주세요.
[루궈쿼이]
윤석열 나이로 45살
[톨]
그런데 이제 요즘에 제 주변 사람들한테 부탁하고, 그리고 형들한테도 부탁하고 있긴 한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좀 부담스러운 부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루궈쿼이]
아니 나는 너가 이거 처음에 시작했을 때 나한테 한 번 하자고 그러겠구나 싶었어.
[톨]
아 진짜요? 왜요?
[루궈쿼이]
나 사실 가끔 이런 의뢰를 종종 받는데, 내가 뭔가 이런 카테고리에서 인터뷰하기 되게 좋은, 만만한 백그라운드인 것 같아.
[톨]
오잉 왜요?
[루궈쿼이]
그냥 내 나이 또래에서 되게 안정적으로 사는 것 같아 보이잖아.
[톨]
맞아요. 형한테 부탁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형 나이대에서 뭔가 롤모델같은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긴 했어요.
[루궈쿼이]
그래서 그런 것 같아.
[톨]
그럼 이거 공통 질문ㅋㅋ 헤테로1~게이10 스펙트럼으로 치면?
[루궈쿼이]
글쎄.. 나는 그 질문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확신해서 대답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좀 들었었어. 왜냐하면 내가 일반으로 안 살아봤거든. 시도조차 안 해봐서.
[톨]
그럼 10 아니에요?
[루궈쿼이]
그런데 10이 아닐 수도 있는거지.
[톨]
아 그럼 아직 탐험해보지 않은 미지의 가능성 정도는 남겨두시는 거에요?
[루궈쿼이]
모르지. 새로운 경험을 해봤는데 내가 몰랐던 뭔가를 깨닫게 될 수도 있고. 기대도 아니고 여지도 아닌데,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긴 해.
[톨]
형 스스로를 아예 10으로 확신하기에는 좀 그런 느낌인건가요.
[루궈쿼이]
그리고 새로 경험하면서 바뀔 수도 있는 거지.
[톨]
어떤 계기나 경험 때문에 틀이 만들어지는 그런 것들도 있으니까요.
[루궈쿼이]
정체성 관련해서는 내가 뭔가 한쪽으로 그냥 치우쳐진게 있는 것 같은데, 다른 경험을 하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 귀찮아서 안 했을 수도 있는 거지.
[톨]
ㅋㅋㅋ 그럼 형의 그 치우쳐진 경험은, 언제 처음 했던 거에요?
[루궈쿼이]
아기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
[톨]
아기?! 대충 몇 살 때부터요?
[루궈쿼이]
내가 그래서 인터뷰 보면서 또 생각해 봤는데. 나는 9살 이었던 것 같아.
[톨]
9살부터 어떻게 아신거에요?
[루궈쿼이]
내 동생 친구를 좋아했는데, 그게 좀 스스로 놀라웠던 것 같아. 그 뒤로 사춘기 오기 전까지는 뭐가 없었는데 그 기억이 좀 강렬했던게, 내가 어렸을 때 좀 똘망똘망했거든, 그래서 그걸 알았던 것 같아. 그 다르다라는 것. 그 동생친구를 보면서 막 좋았던 감정보다, 그 동성인 동생을 좋아하는 거에 대한 놀라움. 어렸을 때 그런 감정이 좀 들었던 것 같아.
[톨]
헉 너무 신기하다.. 그럼 형은 지금 종사하고 있는 업계나 진로나 전공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정체성이 영향을 미쳤어요?
[루궈쿼이]
글쎄 이것도 참 어려운 질문인게, 내 기질이나 적성 이런 것들은 되게 맞는 진로였긴 했는데, 이쪽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는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내 주변 동료들, 일반친구들 보면 나랑 적성이나 기질이 맞는 비슷한 사람일 거잖아. 그런데 그 중에서도 일반들이 많은 걸 보면 꼭 이쪽이어서 그런 기질이 더 많이 발휘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것 같아.
[톨]
형은 그 미술 관련으로 전공하신 거죠?
[루궈쿼이]
나 정확히 미술은 아니고, 미술도 하기는 하는데 뭐 아키텍쳐를 짠다고 해야하나 그런 일이야.
[톨]
그럼 형이 하는 일이나 진로에서 형 정체성이 완전히 영향을 미쳐서 반영이 되었다고 뚜렷하게 말할 수는 없는 거네요. 다시 생각해 봤을 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체성때문에 의식적으로 선택하거나 그런 건 아니라는 거죠.
[루궈쿼이]
그런데 지금 내 소개를 안한 것 같은데, 소개를 어디까지 해야 돼?
[톨]
그냥 나이랑 닉네임만 말해도 되고. 형이 하고 싶은 소개를 해도 되고요.
그럼 형도 회사에서 아웃팅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루궈쿼이]
원래 없었었는데, 최근 들어서 가까운 사람들이 알면 조금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몇 번 들었었어. 그런데 좀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나 한 번도 얘기는 안 했거든. 그런데 이제 우리 부서의 특성 자체가 근속이 오래 된거야. 퇴사하는 사람들이 없어. 그래서 어지간하면 다 10년 이상 본 사람들인데, 이렇게 오래 봤으니까 그냥 다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어. 그래서 가끔 이렇게 돌려서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어. 나 게이 되게 좋아한다고. 형이 그래도 난 상관 없다고 이렇게 먼저 뜬금없이 얘기하는 애도 있고. 그리고 너 뭐 남자 좋아한다 그러는 것 같던데? 이런 얘기를 흘리듯이 하는 애도 있고.
[톨]
아니 그런데 그렇게 흘리듯이 말해도 사실은 되게 무례하게 들릴 수 있는 말 아니에요?
[루궈쿼이]
친하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긴 한데. 그래서 그렇게 얘기하는 거 보면 내가 이렇다고 해서 관계가 틀어지지는 않을 것 같긴 해. 그런데 어중간하게 관계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틀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요새 들어서 좀 들긴 해.
[톨]
그럼 회사 말고 바깥에서는요?
[루궈쿼이]
상관 없어. 가족 말고는 상관 없어.
[톨]
형 가족한테는 커밍아웃 안하신거죠?
[루궈쿼이]
응.
[톨]
그런데 제가 형 인스타 보고 그러면, 형도 가족분들이랑 여행도 많이 가고 엄청 돈독하게 지내시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도 가족분들 아무한테도 말씀 안하신거에요?
[루궈쿼이]
응. 얘기 안 했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톨]
왜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세요?
[루궈쿼이]
못 받아들이겠지. 가족들한테 괴로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 차라리 거짓말하는게 낫다고 생각해.
[톨]
그런데 그 부분에서 얘기하지 않아도, 계속 가깝고 돈독하게 지내는 데 별 문제가 없어요?
[루궈쿼이]
문제는 없는 것 같아.
[톨]
형네 부모님은 결혼 얘기 없으세요?
[루궈쿼이]
엄청 얘기하지. 지금도 매일매일 얘기해.
[톨]
형 그런데도 스트레스 안 받으세요?
[루궈쿼이]
엄청 받지. 엄청 받아.
[톨]
그런데도 형은 이제 거리를 두지 않고 어쨌든 계속 같이 지내시는 거네요.
[루궈쿼이]
그런데 부모님이 그러는 것도 이제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어느 부모나 그러지 않겠어 사실. 왜 결혼얘기를 하시는지 생각해 보면, 그냥 그게 아들 걱정인거지.
[톨]
이해는 되고, 또 형이 스트레스 받는 거랑은 별개로 가족들에 대한 애정인 거네요. 사실 저는 최근에 아버지가 너무 심하게 말해가지고 아예 아버지랑 말하기가 싫어요..
[루궈쿼이]
그래. 열이면 열 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톨]
그래서 사실 부모님이랑 물리적 마음적 거리를 일부러 두고 사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보기엔 형이 좀 특이하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가족들이랑 그렇게 돈독하게 맨날 같이 놀러다니고 그런 사람들이 많지는 않잖아요.
[루궈쿼이]
그런데 걔넨도 부모님이 연세드시고 그러면 생각이 바뀔거야. 나도 옛날에는 그랬었어.
[톨]
형도 조금 나이가 들고 나서 조금 더 가족들을 챙기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거에요?
[루궈쿼이]
응. 대부분 요즘 자식들이 하나 아니면 둘일텐데. 여튼 부모님 연세 드시고 아프시고 그러면 자식들이 케어할 거잖아. 그 모습을 보면 이제 마음이 바뀔걸.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지는 타이밍이 와. 내가 보기에는 다 똑같은 것 같아. 너 나이 또래에서는 이제 적당히 거리를 두고 피하다가, 그 피하는게 상책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톨]
그런데 그게 진짜 어려운데.
[루궈쿼이]
그래서 나는 언젠가부터, 부모님을 회사 임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그러면 되게 편해져.
[톨]
아닠ㅋㅋㅋ회사 임원이요?ㅋㅋㅋㅋㅋ
[루궈쿼이]
이거 내가 이 얘기를 이따 썰을 풀려고 했었는데.
[톨]
ㅋㅋㅋㅋㅋ지금 얘기해 주세요.
[루궈쿼이]
내가 문득 어떤 계기로 이제 사는 방식을 좀 바꿔보려고 애썼던 기간이 있어.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을 좀 많이 했었던 기간이 있었거든. 그런데 그때 내가 생각해 보니까, 회사에서 정말 꼴보기도 싫은 애들한테도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하는데, 가족들한테는 왜 못그러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톨]
헐 그렇긴 하죠 그렇게 생각하면.
[루궈쿼이]
내가 그냥 우리 부모님을, 우리 회사 부사장이다 라고 생각하는거지.
[톨]
ㅋㅋㅋㅋ아니 죄송한데 이거 왜 이렇게 웃기죠…
[루궈쿼이]
난 진지하게 그렇게 마음을 먹었어. 약간 어찌 보면 가식적으로 그러는 것 같지만, 사실 어르신들한테는 그런 리액션이나 말 한 번 따뜻하게 한다거나 그런게 되게 중요하거든.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주고, 거기에 대해서 반응해주고, 먼저 말 걸고 이런 것도 되게 중요해.
[톨]
그럼 형은 부모님이 결혼하라고 하는 말에 짜증이 바로 확 치솟지는 않아요?
[루궈쿼이]
나지. 엄청 나지. 그런데 참는 거야.
[톨]
저는 아직 그게 안 되나 봐요.
[루궈쿼이]
그런데 그게 너 인생에서 가장 괴로운 숙제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여튼 해결을 해야 될 거잖아. 솔직히 얘기하는 것도 너무 파장이 크고. 그렇다고 대화를 계속 회피할 수 도 없고. 그래서 너만의 그 대처방안을 조금 생각해 보는 게 편해. 그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나마 조금 서로 상처가 덜 가는 방향이 무엇일지를 조금씩 테스트해봐. 난 이게 그냥 그나마 좀 낫더라고.
[톨]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옛날에는 솔직하게 말해버리는게, 진실을 모두가 아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는데, 형 말대로 모두가 상처를 덜 받는 방향이라면, 그게 꼭 진실이 아니더라도 그게 낫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루궈쿼이]
나는 내가 하는 일도 그래서 그런지, 부모님을 좀 분석해봤어. 왜 저럴까. 처음에는 그냥 자식걱정이 100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게 다는 아니더라고.
[톨]
사실 형을 걱정할 일은 없지 않을까요? 누구보다도 안정적으로 잘 살고 계신데.
[루궈쿼이]
걱정이 한 60이고, 나머지는 이제 주변의 부러움이나 시선, 그리고 뭐 무료함이라든지 이런 것도 다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 그 걱정 60은 내가 해결할 수 없지만, 40은 내가 어떻게 해결하려고 여행도 같이 많이 가고, 집에도 자주 가고, 이벤트도 많이 만들고 선물도 많이 하고 그래. 그래서 최근에 여행을 엄청 다닌거지. 그런데 되게 좋아하시더라고.
[톨]
맞아요. 형 맨날 이렇게 부모님이랑, 가족들이랑 여행 많이 다니는 거 보면서 되게 좋아보였어요.
[루궈쿼이]
부모님 연세 드시면 무료하거든. 내가 그 나이 때에도 그럴 것 같고. 이제 자식들이랑 같이 뭐 하는게 제일 재미있지 않을까. 적적함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달래드리는 방법을 택하는 거지.
[톨]
그렇구나.. 저 그런데 제가 형 알고난 이후로 형이 연애하신다는 얘기는 못 들은 거에요. 하신지 꽤 오래되시지 않으셨어요?
[루궈쿼이]
나 너 처음 봤을 때가 아마 연애중이었을거야.
[톨]
그 이후에 헤어지셨던 거구나? 그럼 마지막 연애가 언제이신거에요?
[루궈쿼이]
내가 지금 헤어진지 정말 딱 4년 됐어.
[톨]
사람들이 다 혼자서 사는게 편해지고, 혼자만의 삶의 패턴이 확립이 되면 점점 더 자기의 삶에 누구를 들이는게 어려워지고 그 필요성도 줄어든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형도 그런 걸 느끼세요?
[루궈쿼이]
나는 잘 모르겠어. 솔직히 왔다갔다 해.
[톨]
어떻게 왔다갔다 해요?
[루궈쿼이]
지금이라도 내가 마음에 드는 애 만나면 사귀려고 그러지 않을까?
[톨]
근데 동시에 형이 지금 살고있는 삶의 패턴이 좀 만족스럽기도 한 거에요?
[루궈쿼이]
응. 그런데 또 연애하면서 바뀌는 그것도 나름 괜찮았던 것 같아. 다 상대적인 거니까 욕심부리기 나름인 것 같아서 정답은 없는 것 같아. 너무 어렵다. 나는 앞에 인터뷰한 친구들이 대답하는 걸 보면서도 되게 확신있게 답을 하는구나 싶었었어. 나는 정말 모르겠거든.
[톨]
사람 차이인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아직 뭔가 경험을 덜 해봤기 때문에 확신에 차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루궈쿼이]
난 그게 크다고 봐. 사실 경험을 안 해봐서 모르는게 아닐까. 제대로 연애를 수십번씩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 플러스 주변사람들이 하는 얘기에 약간 생각이 좀 고착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 그리고 또 연애하면서 새로 깨닫는 것들도 있잖아.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되고, 배우게 되고 이러다보니까.
[톨]
연애하는 중에 뭘 배우나요…?
[루궈쿼이]
난 전에 만났던 애가 되게 심성이 착한 애였어서, 얘한테 되게 많이 배웠던 것 같아. 그 부분은 만나면서 되게 좋았어.
[톨]
그럼 또 이게 주변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인데, 나이 먹을수록 사람 보는 눈은 더 까다로워지고 만나기도 힘들어진다. 이 얘기에는 동의하세요?
[루궈쿼이]
그것도 뭐 연애의 가치관 따라서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톨]
형은 그럼 사람 보는 기준이 어렸을 때랑 똑같은 것 같아요?
[루궈쿼이]
그것도 솔직히 매번 바뀌어.
[톨]
매번 바뀌어요?!
[루궈쿼이]
솔직히 말하면 나 그냥 외모만 보는 것 같아. ([톨] 터짐ㅋㅋㅋ) 외모만 보는데, 어릴 때는 그게 좀 극단적으로 치우쳐져 있었었고, 내가 회사 들어가고 안정이 되니까 조금 더 조건이 추가됐던 거지. 이제 뭐 라이프스타일이나 소득이나 교육수준 이런 것도 좀 비슷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또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도 크게 상관이 없기도 하더라고.
[톨]
그런 부분에서 비슷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게 결격사유까지는 아니라는 말씀이신거네요.
[루궈쿼이]
응. 예를 들어서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 그럼 뭐 돈을 더 쓸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애인하고 만나서 어떤 깊은 얘기까지 해야되나 싶은 생각도 좀 들고. 그래서 교육수준이 낮다 높다라고 표현하기는 좀 뭣하지만, 비슷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 같아. 그리고 또 내취향이랑 다른 취향인 사람을 만나서도 내가 몰랐던 분야도 알게 되고 그렇다보니까, 꼭 내가 생각했던 조건이 아니어도 연애는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결정적으로 헤어지는 이유들은 앞에 말했던 그런 부분에서 오기도 하더라고. 그래서 뭐 내가 장기연애할 생각이 없고 단타에 많이 만나고 싶다 하면 조건없이 볼 수도 있겠다 싶고.
[톨]
확실히 장기연애로 갈등없이 만나려면, 그런 백그라운드가 좀 비슷한게 좋은데 그런 조건까지 고려해서 만나려면 진짜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루궈쿼이]
그런데 저기서 변치 않는 조건은 심성인 것 같아. 도덕적인 관념 이런 것들.
[톨]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처음에는 그걸 어떻게 파악해요?
[루궈쿼이]
그런데 그것도 너무 양아치같은 애들은 파악하기 너무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아.
[톨]
그럼 뭔가 결론적으로 시간이 지나도 연애는 어렵다. 사람 고르는 건 참 어렵다는 건가요? ㅋㅋㅋㅋㅋ
[루궈쿼이]
내 기준으로만 얘기하자면, 연애할 수 있는 사람을 쉽게 만난다 못 만난다보다는, 마음에 드는 외모의 소유자를 만난다 못만난다 인 것 같기도 해.
[톨]
그럼 여기서 이걸 물어봐야겠다. 형이 마음에 드는 외모는 뭔데요?
[루궈쿼이]
나 이것도 사실 생각해 보고 왔거든. 그런데 이것도 맨날 바뀌는 것 같아.
[톨]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다 맨날 바뀌어요?
[루궈쿼이]
지금은 얼굴은 별로 안 보는 것 같고, 지금은 좀 키 크고 어깨 넓고 팔다리 긴.. 서구형 체형?
[톨]
이거 형이 예전에도 말했던 것 같아요. 약간 좀 길쭉하고 그런 사람!
[루궈쿼이]
그런 애들이 좋고, 우선순위를 굳이 따져보자면 체형이 앞서 나오기는 해. 그런데 또 내가 환장하는 얼굴 스타일들이 있어. 그런애들 보면 또 체형은 안 봐도 될 것 같기도 하고.
[톨]
사람들이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자기가 우선순위에 놓는 것들은 있는데, 그거 따라서 좋아하는 사람을 그대로 만난 적은 없는 것 같은.
[루궈쿼이]
맞아. 나는 첫 애인이 백인이었어.
[톨]
아 그래요? 형이 외국에서 공부했다고 그랬죠?
[루궈쿼이]
나 30대 초반까지 계속 미국에 있었었지.
[톨]
그럼 그 때는 외국인들을 주로 만나셨겠네요.
[루궈쿼이]
응. 외국애들을 주로 만났어. 한국인들을 만나기 어려웠고, 앞으로 한국애들을 못 만난다고 생각했었어. 왜냐하면 그때는 한국애들한테 끌리는게 없었거든. 그런데 또 한국에 오니까 이제는 외국애들한테 안끌리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 때 느꼈어. 계속 바뀌는 거구나 하고. 내 환경과 경험에 영향을 받아서 내 생각이나 취향같은게 다 바뀌는 거구나라고 그때 크게 느꼈던 것 같아. 그래서 그 뒤로 정형화시키지 않고, 그냥 이럴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톨]
신기한게 제 친구는 한국인, 아시안이 좋은데 외국나가서도 계속 아시안이 좋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형은 유연하게 변하는 걸 보니까 신기한 느낌이에요.
[루궈쿼이]
나도 신기했는데, 그 신기하다는 것도 사실은 다른 사람들은 안그러지않나? 하고 신기한거지. 내가 특이한 거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또 다른 사람들도 경험해보면 나처럼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톨]
저는 이제 계속 한국에만 있었으니까, 그렇게 인종적으로 넘나드는 취향의 경험은 없는데, 나이먹으니까 식 자체는 넓어진다는 느낌은 들더라고요.
[루궈쿼이]
나는 많은 인종들 만나본 것 같아. 흑인도 있었고, 인도애도 있었고, 아랍권도 있었고.
[톨]
대륙별로 섭렵하셨네요?!
[루궈쿼이]
이스라엘 애도 만나보고, 러시아애랑도 좀 만났었고. 우크라이나 애도 몇 달 동안 만났었다.
[톨]
아니 지금 나라별로 다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요 ㅋㅋㅋ 그럼 형이 만났던 사람들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사람은 누구였어요?
[루궈쿼이]
어떤 측면에서?
[톨]
그냥 모든 종합적인 측면에서요.
[루궈쿼이]
요새는 첫 애인이 제일 생각이 많이 나.
[톨]
형이 몇 살 때 처음 만났는데요?
[루궈쿼이]
내가 24살이고, 걔가 19살이었어. 미국은 19살이 대학생이니까 걔는 대학교 1학년이었고. 걔가 가장 기억에 남지.
[톨]
그때는 사람들을 어떻게 만났어요?
[루궈쿼이]
그 때는 당연히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니까 모바일 어플은 없었었어. 그 게이닷컴같은 외국사이트가 있었어. 지금도 있을텐데. 그게 채팅 서비스였거든.
[톨]
거기서 채팅해서 어디서 보자, 어디서 만나자 해서 만난거에요?
[루궈쿼이]
그랬었지. 문자도 주고받았었어.
[톨]
신기하다. 그런데 거기서도 처음에 사진 교환하고 그래요?
[루궈쿼이]
그때도 SNS가 없었던 건 아니니까. 모바일 플랫폼이 없었던 거지. 사진 교환하고 그랬지.
[톨]
모바일만 아닐뿐이지 지금이랑 똑같았던거네요.
[루궈쿼이]
그래서 그 첫연애 걔가 기억에 남고, 또 떠올려보면 기억에 남는 애들은 많지.
[톨]
형 연애 횟수를 세어보면 몇 번이에요?
[루궈쿼이]
내가 연애라고 생각하는 건 두 번이야. 나랑 연애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있을 수 있겠지만 내 기준에는 두 번.
[톨]
형의 연애 기준이 뭔데요?
[루궈쿼이]
마음을 준 것?
[톨]
그럼 만났던 기간이 긴데 마음을 주지 않았던 사람도 있었어요?
[루궈쿼이]
그래서 2.5명이라고 할까 했어.
[톨]
ㅋㅋㅋㅋㅋㅋ 0.5가 더 잔인한 것…
[루궈쿼이]
걔가 뭔가 좀 아픈손가락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데 그 친구가 저저번주에 나한테 인스타 친추를 하더라고. 그래서 아직 안 받고 있어. 떠올리고 싶지 않아가지고.
[톨]
형이 그러면 두 명을 연애라고 치는 거잖아요. 그럼 그 두 명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을 때 약간 긍정적으로 떠올라요 아니면 부정적으로 떠올라요?
[루궈쿼이]
나는 좀 잘 잊어먹는 편이거든. 그래서 대부분 옛 기억을 떠올리면 좋은 기억만 대부분 남아있는 것 같아.
[톨]
헤어질 때도 그럼 좋게 헤어진거에요?
[루궈쿼이]
안 좋게 헤어졌는데, 그 두명 덕에 행복했던 것 같긴 해.
[톨]
그럼 그 두명도 아까 형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공통적인 백그라운드는 별로 안 보고 형이 외모로 끌려서 만났어요?
[루궈쿼이]
아냐. 첫 연애는 나도 그 때 어렸었기 때문에, 그냥 뭐 다른 것들이 많이 통했던 것 같아. 나도 20대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외모가 뭔지 잘 모르겠고, 성적 취향에 있어서도 확신도 크지 않고 그랬었어. 그냥 그때는 보고 좋으면 사귀었던 거지.
[톨]
그럼 형이 말한 그 두 연애가, 첫 연애랑, 그리고 최근에 만났던 그 분인 거에요?
[루궈쿼이]
응. 거의 15년의 갭이 있네.
[톨]
첫 번째 연애는 얼마나 만나셨어요?
[루궈쿼이]
한 2년 만났던 것 같아.
[톨]
두 번째 연애는요?
[루궈쿼이]
딱 4년 만났어.
[톨]
형도 그렇게 4년 만나고 헤어지면 어떤 후유증이 있어요?
[루궈쿼이]
매일 생각나. 지금도.
[톨]
지금도 매일 생각나요? 시간이 엄청 많이 흘렀는데도요?
[루궈쿼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그냥 스쳐가는거야. 그런데 뭘 쓸 만한 거리가 있어? 나 없을 것 같은데.
[톨]
저는 지금 너무 재밌는데요?
[루궈쿼이]
내가 지금 뭔가 명확하거나 명료하게 얘기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톨]
이건 어차피 제가 나중에 편집할 때 형한테 확인받을거에요.
[루궈쿼이]
나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돼. 너가 알아서 올려.
[톨]
안 돼욬ㅋㅋㅋ 이거는 컨펌을 받아야죠.
[톨]
뭔가 형은 연애할 때 많은 부분에서 굳이 틀을 만들어놓지 않은 느낌이에요. 사람들마다 사실은 정형화시켜놓은 부분들이 있기 마련인데. 형은 그냥 그때그때 유연하게 생각하는 느낌.
[루궈쿼이]
그런데 그렇게까지가 데이트인거고, 연애할 때는 조금 더 검증기간을 거치긴 하는 거지.
[톨]
그럼 형도 연애를 할 때 그 사람을 알아가는 기간이 꽤 돼요? 만나자마자 연애를 시작하고 이러지는 않아요?
[루궈쿼이]
나는 되게 오래 걸려. 그런데 그렇게는 얘기 안해. 그렇게 얘기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하니까. 나는 마음 주기까지는 되게 오래 걸려. 한 1년 걸리는 것 같아.
[톨]
그럼 형이 어떤 사람이랑 데이트를 시작하더라도 그 사람이랑 관계성을 정립하기까지 1년 정도 걸리면, 그 사람은 그게 데이트라고 생각 안할 수도 있어요? 그냥 지인관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에요?
[루궈쿼이]
아니지. 그러니까 상대는 그게 연애라고 생각하고 있는 기간인거지. 그런데 나는 연애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거지.
[톨]
앜ㅋㅋㅋㅋㅋ아니 나쁜 사람인거 아니에요?
[루궈쿼이]
아니 어쩌겠어. 그런데 티는 내지 않아.
[톨]
사귀자고는 하지만, 어쨌든 형이 생각할 때의 연애 기준은 또 조금 더 딥한 거구나.
[루궈쿼이]
그래서 그 기간에 헤어진 사람은 전혀 기억이 안 나.
[톨]
제가 생각한 건 그 썸의 기간이 1년 막 이런 거였는데 그건 아니었네요.
[루궈쿼이]
그렇데 되면 또 이제 놓쳐버리니까. 그런데 또 그 기간에 못참고 헤어진 애들이 좀 있었어.
[톨]
그러니까 자기는 진지한 연애라고 생각해서 만나고 있는데, 형은 약간 그런 게 아닌 것 같다고 느껴서요?
[루궈쿼이]
그런데 나도 이제 좀 노하우가 생긴게, 얘가 그 과정을 못 참을 것 같다 싶으면 조금 더 애정표현을 하는거지. 근데 이게 사실은 나 스스로가 확신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어. 마지막에 만난 그 친구는 안 그랬었거든. 얘는 그냥 놓치면 안 되겠다 싶었었어.
[톨]
그 정도로 좋아하셨군요.
[루궈쿼이]
근데 이게 다 자기 중심적인 것 같아. 이게 어떻고 저게 어떻다고 말로 얘기를 해도, 내가 너무 좋으면 물불 안가리는 거고. 그래서 뭔가 이런 연애이야기나 썰 같은거 들으면 조금 가소롭다고 해야하나. 솔직히 왜냐하면 다 진심같이 들리지 않거든.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런 얘기를 잘 안해. 내가 솔직하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보더라고.
[톨]
ㅋㅋㅋㅋ나쁜사람이라고? 그런데 모든 사람들을 솔직하게 파고들면 다 똑같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루궈쿼이]
연애뿐만 아니라, 나는 다른 부분에서도 솔직하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좀 불편해하더라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얘기를 안하는게 좀 버릇이 됐어.
[톨]
오히려 더 본질적인 부분을 그냥 얘기해버리니까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 도 있을 것 같아요.
[루궈쿼이]
그렇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특히나 약간 더 유교문화권이라 조금 더 순화해야 하는 것도 있고 그런 것 같아.
[톨]
그런데 형의 연애관이 더 솔직하고 직관적이고, 저도 약간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루궈쿼이]
나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잘 안타는 스타일이거든. 그래서 이게 가능한 것 같아. 외로우면 사실 나도 또 바뀌겠지. 누구한테 막 매달리고 그러지 않을까.
[톨]
그건 저랑 다르네요. 저는 외로움을 타는 스타일ㅋㅋㅋ 그럼 형은 이 주제에 관해서 뭔가 제가 덜 물어봤거나 놓친 부분이 있어요?
[루궈쿼이]
잘 모르겠어. 어디까지 얘기해야할 지를 잘 모르겠고, 내가 지금 조금 큐리어스한 건, 내가 푸는 썰을 사람들이 공감할까 싶은 생각이 계속 드는 거야.
[톨]
어떤 부분이요? 난 잘 모르겠는데.
[루궈쿼이]
그러니까, 너가 이걸 연재할 때 사람들이 좀 기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예를 들어서, 인생의 선배가 있으면 그 사람한테서는 뭔가 배울 점들, 인생의 레슨, 이런 테마와 카테고리가 있겠다 하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을거고, 또래면 나랑 다른 테마가 있을 거다 뭐 이런식으로 기대하는게 있을 텐데, 지금 내가 하는 얘기가 아마 거기에 맞지 않는, 전혀 사람들의 예상 밖의 콘텐츠일 것 같아서.
[톨]
글쎄요. 예상 가능한 내용보다 아예 예상할 수 없는 답변도 저는 좋다고 느껴져요.
[루궈쿼이]
작가 입장에서는 그렇지.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는, 예를 들어서 소설을 고를 때도 뭔가 본인의 기대와 예상 이런 것들이 있잖아. 나는 그렇거든. 그래서 그런 주제 소주제 얘기할 때도 어떤 얘기를 해야 될까 좀 계속 고민이야.
[톨]
저는 그런 고민 없이 그냥 솔직한 콘텐츠를 원해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사실 이 인터뷰는 아카이빙에 목적이 있는 거니까. 저는 굳이 사람들이 기대하는 내용의 컨텐츠를 해야하나 싶어요. 그리고 타인의 인생에 애초에 어떤 컨텐츠를 기대할 지 잘 모르겠어요.
[루궈쿼이]
그래 여하튼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루궈쿼이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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