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복숭아 2편
[톨]
그럼 다음 주제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이걸로 할까요? [힙합복숭아]님이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뭐에요?
[힙합복숭아]
저 요즘 사실 도파민 최고치를 찍고 있거든요.
[톨]
왜요?
[힙합복숭아]
제가 원래는 춤을 싫어했어요. 음치 박치여가지고. 노래 들을 때도 그냥 신난다는 느낌만 있었어요. 클럽을 싫어했던 것도 리듬을 어떻게 타야되는지도 모르겠는데, 사람들은 거기서 리듬을 타고 춤을 추잖아요. 그런 게 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 갔어요. 그런 정도로 인생의 취미란 없던 사람이었는데, 스우파 보고 그 울플러가 너무 좋아가지고 그 사람들 실제로 보고 싶어서 춤 수업을 갔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춤 수업이 할 만한 느낌이 있었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가지고 지금 주 3회씩 춤 수업을 들어요. 이제 좀 과하게 춤을 추고 있는데, 그러면서 요새 너무너무 행복해요.
[톨]
오, 그래요? 진짜 좋다. 저는 물론 다른 사람이니까 춤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그게 왜 재미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본인을 행복하게 하는걸 주3회씩이나 배우면서 하는 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힙합복숭아]님이 요즘 연애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가 있네요 ㅋㅋㅋ 거기서 행복감을 다 충족시키고 있으신 것 같은데, 그럼 그게 요즘 가장 행복한 경험이네요.
[힙합복숭아]
맞아요. 그런데 그냥 춤을 추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기보다는, 이것도 너무 성취지향적인 사람같긴한데, 춤이 늘었을 때 행복해요.
[톨]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그거 되게 중요한 요소 아니에요?
[힙합복숭아]
춤이 늘거나, 칭찬받았을때 그럴 때…
[톨]
ㅋㅋㅋㅋ평소에 본인이 약간 성취지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힙합복숭아]
최근에 또 조금 자아성찰을 했는데, 그런 것 같더라구요.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톨]
ㅋㅋㅋ 그럼 앞으로 외부에서 오는 그런 대가가 없어도 계속 하고 싶은 분야, 일, 취미같은게 있으세요?
[힙합복숭아]
원래 저는 되게 정적인 취미만 가지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좀 액티브한 취미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춤 배우는걸, 배틀에 나갈 수 있을 정도까지 춤을 추고 싶다 이런 느낌이 있어요. 평소에는 달리기정도만 했는데.
[톨]
원래 운동을 좀 좋아하셨나봐요.
[힙합복숭아]
맨몸 운동만 좋아하긴 했어요.
[톨]
그런데 춤이 그 뭔가 운동과 재미 이런 걸 다 충족시켜주는 거네요.
[힙합복숭아]
맞아요 ㅋㅋㅋ
[톨]
상당히 진심이시네요. 배틀 나갈 정도까지… 그럼 취미같은건 시간이 지나면 좀 바뀌는 편이에요?
[힙합복숭아]
사실 저는 별로 남들한테 내세울만한 취미가 있었던 적은 없거든요. 그냥 늘 덕질이 취미였던 삶이었어요. 남들은 각자의 취미가 있는데 왜 나는 그런 취미가 없었을까 생각을 했는데, 저는 제가 못하는 걸 즐기지를 못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노래도 못하니까 싫고, 배구를 보는게 좋아서 배워봤는데 너무 못해서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못하는 사람이 되는게 싫어서 가차없이 쳐내니까, 남는 게 내가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취미들, 그냥 연예인 덕질 혹은 웹툰 보기, 드라마 보기 이런 것만 취미가 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춤도 사실 잘 못추거든요, 그래서 이게 저한테는 도전이에요.
[톨]
못하는데 재미가 있는거에요?
[힙합복숭아]
네 재미있어요. 그런데 너무 못해서 우울할 때도 있어요. 또 같은 시기에 시작한 친구들이 있는데 실력이 느는 속도가 제각기 다르잖아요. 그런데 저보다 빨리 느는 걸 보면 열이 받아요.
[톨]
ㅋㅋㅋㅋㅋㅋㅋ여기서 승부욕이 약간.
[힙합복숭아]
나는 항상 내 집단에서 뭔가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여기서는 내가 열등생인 그 사실이 너무 분한 거에요. 그래서 때려칠까도 잠깐 생각을 했는데, 그러기에는 춤에 너무 욕심이 나는 거에요. 이거는 내가 못하더라도 계속하고 싶다 해서 어떻게든 노력하고 더 잘하고 싶어서 계속하고, 그런데 동시에 그 과정에서 즐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즐기려고까지 하고 있고. 그래서 스트레스 받았는데 춤선생님이 되게 위로를 많이 해줬어요. 제 표정에서 보이나 봐요.
[톨]
아 나 왜 안되지?! 막 이런 게 표정으로 보이는건가요ㅋㅋ
[힙합복숭아]
가끔 막 거울을 노려보고 있거든요. 그럼 선생님이, 여러분~ 사람마다 느는 속도가 달라요~ 이러면서 막 위로를 해주세요. 그럼 저도 '아 그래~' 이러면서 치워버리고. 그래서 요새는 못해도 좀 재밌어요. 그래서 또 선생님한테 편지를 썼거든요. A4용지로 4장.
[톨]
A4용지로 4장이요?! 아니 연애편지도 그렇게는 안써요....
[힙합복숭아]
구구절절 썼어요. 막 요새 제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못하는 걸 노력해서 즐기는 처음 하는 경험이라고.
[톨]
그런데 못하는 데도 즐기는 건 진짜 그걸 좋아하는 거잖아요.
[힙합복숭아]
그런 것 같아요.
[톨]
못하는 부분에서 오는 좌절감을 극복하면서라도 하고 싶은게 맞다면 진짜 좋아하는 거죠.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다는게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취미가 엄청 정적인 것 밖에 없었어요. 집에 누워서 책만 보고ㅋㅋㅋ 그런데 이 톨터뷰 시작한게 저한테는 좀 동적인? 취미가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톨]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볼까요? 친구 관계로 넘어가볼게요. 이쪽 친한 친구들은 몇 명 정도에요?
[힙합복숭아]
친하다..라고 할 수 있는 건 한 6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톨]
그럼 그 친구들은 어떤 루트로 알게 되고 친해지셨어요?
[힙합복숭아]
일단 학교 동아리 통해서 알게 되긴 했어요. 서로가 서로를 소개해주고, 서로를 눈치채고 캐내면서ㅋㅋ 알게된 경우들이 많아요. 또 최근에는 그 춤을 추면서 친해진 친구들도 있구요.
[톨]
춤추러 가서 커밍했더니 다들 이쪽이었다는 경험이 저는 너무 신기하긴 해요. 그리고 저는 바깥에 가서 커밍아웃을 쉽게 한 적이 없다 보니까. 아 그리고 이것도 여쭤보고 싶어요. 솔직히 헤테로들이랑은 다르게, 이쪽에서는 게이가 게이를 소개받거나 하면 진짜 친구가 될 동성을 소개받는 것보다는, 사실 다른 가능성이 있기는 한 사람들인 거잖아요. 그래서 진짜 처음부터 완전히 마음을 놓고 '우리는 친구야~' 라고 하게되기보다는, 이상형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나도 모르게 그런 가능성을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살짝 뭔가 조금 불편하고, 상대방도 그걸 조금은 의식하고 있는 것 같고 그런 시간이 있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우리는 서로 이제 그런 가능성은 없고 친구인 것 같아 하고 둘 다 확신하는 순간부터 진짜 친구의 시간을 쌓아가긴 하거든요. 레즈분들도 그런게 있나요?
[힙합복숭아]
제가 사실은 친한친구들이 거의 다 게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처음으로 그런 친구관계가 형성이 됐는데, 처음에는 되게 긴가민가한 상황들이 있었어요. 이게 친구인건가? 아니면 이 사람 혹시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가? 이런거라든지, 아니면 내가 이 사람한테 관심이 있는 건가? 이런 미묘한 그런 것들이 있엇어요. 지금은 그런게 진행중인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애써 우리는 친구친구야 하고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톨]
애써 우리는 친구야 하는. 그런데 처음부터 아예 마음편한 친구랑은 좀 다른거죠. 어느 순간 가능성이 조금 펼쳐질 수는 있는 그런 관계가, 딱히 거북하거나 이상하지는 않으세요?
[힙합복숭아]
처음에는 조금 의식을 했거든요. 근데 제가 또 가능성을 마음속에서 차단해버리니까 불편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또 제가 모든 연애를 다 어플로만 만났기 때문에, 자만추라는걸 해 본 적이 없어서, 자만추란 없는 건가 보다 하고 차단을 해버리니까 불편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톨]
아하... 저도 자만추는 딱 한 번 해본 것 같아요.ㅋㅋㅋ
[톨]
그럼 일반 친구들한테 커밍아웃한 적 있으세요?
[힙합복숭아]
저는 딱 2명한테만 했고, 제가 제일 친하게 생각하는 과 친구들이에요. 사실 제가 그 때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는 24살 때 알았으니까 좀 늦게 안 편이잖아요. 그리고 제가 그 때 퀴어 뽕에 차 있었어요. 그냥 '나 여자 좋아!' 이래서 머릿속에 맨날 무지개 있고, 무지개만 보면 뽕 차오르고, 약간 제일 신나던 그런 상태였는데, 연애를 시작하니까 이제 말을 못해서 답답한 거에요. 나는 여자를 만나서 이렇게 행복하게 연애를 하고 있는데 이런 걸 말을 못해서 답답해 했어요. 그러다가 술을 좀 마시고, 룸메가 있을 때 애인이랑 통화를 했어요.
[톨]
그 때 '언니 사랑해~' 이런 거네요ㅋㅋㅋㅋㅋ
[힙합복숭아]
네 ㅋㅋㅋ 언니 사랑해~ 하고 끊고 잠들었는데, 이제 잠들면서 '얘가 알았겠다~' 하고 마음 편이 잠이 들었던 것 같아요.
[톨]
이건 커밍아웃이 아니라 그냥 거의 셀프 아웃팅 아니에요?ㅋㅋㅋ
[힙합복숭아]
약간 자연스럽게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친구도 참 둔감한게, 몰랐대요 그때. 그리고 나서 얘가 너무 별 말이 없길래, 제가 오히려 '너 나한테 할 말 없어?' 막 이랬어요. 할 말은 제가 있으면서.
[톨]
그랬더니 뭐래요?
[힙합복숭아]
걔가 '왜? 뭐?' 이래서, 제가 '그날 있었던 통화 혹시 들었어?' 이런 식으로 해서, 얘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딱 눈치를 챈 거에요. 그래서 이제 알게 됐고, 다른 친구는 이제 룸메도 아니니까 내가 어덯게 말을 해야 될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직접 대면해서 말할 용기는 없어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때 사람들이 트위터 많이 할 때라 저도 하고 있었거든요. 공개 계정으로 제 얘기도 쓰고 그러는 계정이었는데, 제 뭘 하나 썼는데 그게 리트윗이 너무 많이 된거에요. 그런데 그 친구도 아이돌 덕질하는 친구라 그 알티한 트윗을 보고 '이거 [힙합복숭아] 얘기인데?' 이러면서 제 계정을 들어왔더니 온갖 퀴어얘기밖에 없고, 여자 사랑해 여자 좋아 이런 것밖에 없는 거에요. 그래서 이 친구는 저한테 '너 나한테 할 말 없어?' 이랬어요 반대로 ㅋㅋ 그래서 사실 그거 나 맞아. 이러면서 얘기하게 됐어요.
[톨]
그런데 두 분 다 어쨌든 반응이 되게 긍정적이었던 거네요. 그리고 두 분 다 여자분이셨던 거죠?
[힙합복숭아]
맞아요.
[톨]
애초에 커밍아웃할 만큼 헤태로 남자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분들은 없으셨겠네요.
[힙합복숭아]
그쵸? 헤테로 남자랑 친하면 뭔가 묘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헤테로 남자들은 관심이 없으면 굳이 만나자고 안하는 것 같아요.
[톨]
맞아요. 그런데 게이들은 헤테로 여자들이랑 친구가 잘 되잖아요. 본인들이 아무 생각이 없으니까ㅋㅋㅋ 그것도 생각 안해봤는데 신기하네요. 레즈분들이랑 헤테로남자들이랑 친구관계가 성립되기 쉽지 않겠네요.
[힙합복숭아]
그런데 게이분들도, 커밍아웃하고 헤녀(헤테로여자)랑 친한 거면 몰라도, 안하고 친하면 그 헤녀는 마음을 앓고 있을 수도 있어요. 왜냐면 그런 경우가 ㅎ오빠(같이아는친구)가 진짜 많거든요. 워낙 다정하잖아요.
[톨]
맞아요. 들었어요. 그렇게 나쁜놈이라면서요?
[힙합복숭아]
여자들이 짝사랑을 해요. 여자들은 자기한테 좀 잘해주면 마음이 생기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 막 섬세하고, 뭔가 여혐 안하고, 소수자 인권같은거에도 관심있어보이는 그런 남자가 나한테 관심이 있다? 뭐야~~ 이러고 있을수도 있어요.
[톨]
좀 즐긴다고 들었어요^^ 나쁜놈!!!
[힙합복숭아]
그리고 약간 레즈들은 원래 되게 페미닌한 팸들도 이겠지만, 아무리 페미닌해도 헤남들 만날때는 좀 편하게 내추럴하게 가니까 그 남자들도 저희가 식이 안되지 않을까요?
[톨]
아 이거 방금 얘기하셔서 떠올랐는데, 레즈분들은 본인을 어쨌든 펨이나 부치 하나로 정의를 하는건가요?
[힙합복숭아]
보통은 그래요. 무성향도 있기는 한데, 펨, 부치로 나눠요.
[톨]
그건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 거에요?
[힙합복숭아]
이게 되게 복잡해요. 탑 바텀은 딱 나뉘잖아요.
[톨]
확실히 그건 그냥 섹스포지션 그건데.
[힙합복숭아]
그런데 레즈들은 펨, 부치 따로 깁 텍 이렇게 따로 두가지가 있어요.
[톨]
별개로 되는거네요.
[힙합복숭아]
그런데 이게 또 모두가 그렇게 분리해서 쓰면 좋을텐데요. 그러면 저는 펨이자 깁입니다. 펨이자 텍입니다. 이렇게 할 수 있잖아요. 근데 어떤 사람들은 펨 부치를 아예 그런 섹스포지션에 결합시켜서 쓰기도 해요. 나는 부치니까 섹스포지션에서도 약간 탑 같은 포지션이야. 이런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은 펨 부치는 그냥 외향과 성격이고, 잠자리는 깁인지 텍인지 이렇게 나누는 사람들도 있고 되게 혼란스러워요.
[톨]
이게 너무 신기한 것 같아요. 복잡하고. 그럼 [힙합복숭아]님은 본인을 펨이랑 부치중에 뭘로 정의하세요?
[힙합복숭아]
친구들이 저보고 애매따리라고 하거든요...
[톨]
ㅋㅋㅋㅋㅋㅋㅋ미분류구나 미분류.
[힙합복숭아]
왜냐하면 엄청 페미닌하게 꾸미고 다니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치처럼 행동하지도 않고. 부치들이 그런거 있거든요. 문 열어주고 숟가락 놔주고.
[톨]
아하. 그러니까 헤테로 남성들이 헤테로 여성들한테 해주는 것처럼?
[힙합복숭아]
맞아요.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그렇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좀 애매한 것 같아요.
[톨]
그런데 그게 또 연애시장에서는 확실히 분류되어있는 걸 선호할 수 있잖아요. 그럼 좀 애매하지 않아요? 상대방이 너 펨이냐 부치냐 물어봤을 때.
[힙합복숭아]
맞아요. 그래서 좀 시장가치가 떨어져요…
[톨]
게이들도 사실 그런 탑 바텀 같은 섹스포지션 말고도 개인의 외모에 대한 카테고리가 있거든요. 베어라든지, 스탠이라든지, 슬림이라든지, 뭐 건장근육이라든지.. 거기서도 아무데도 속하기 어려운 애매따리면 좀 슬프거든요. 그런 거랑 비슷한 느낌인가봐요.
[힙합복숭아]
맞아요. 그런데 이렇게 애매한 사람일 때는 차라리 부치를 만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톨]
그래요? 왜요?
[힙합복숭아]
왜냐하면 펨을 만나면 펨이 원하는 걸 제가 충족시켜줄 수는 없잖아요. 저는 좀 그렇게 챙겨주고 보살펴주고 이런 걸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제가 좀 무심한 편이거든요.
[톨]
그런데 이런 부분은 처음 들었는데, 레즈들 중 어떤 분들은 또 관계에 있어서의 포지션이 정형화된 게 있기도 하네요. 게이들도 탑 바텀 커플이면, 탑이 조금 더 남성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무의식적인 경향이 있거든요. 모두가 그렇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그런 부분이 레즈분들도 있다니까 너무 신기한 것 같아요. 물론 이런 부분이 그 여성인권운동하시는 분들이 봤을 때는 조금 싫어할 수 있는 포인트인 것 같긴 한데.
[힙합복숭아]
왜 그 안에서 또 남녀놀이를 하느냐 라는.
[톨]
그렇게 보이거나 해석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부분에서 논리로 싸우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까.
[힙합복숭아]
그런데 여기 또 부치도 티부라는게 있거든요. 티나는 부치를 줄여서 티부라고 하는것의 줄임말인데. 보통 엄청 숏컷하고 투블럭하고 소위 되게 남성스럽게 꾸미는 사람을 티부라고 하기도 해요. 그리고 행동에 따른 별명도 있는데, 한남부치, 무슨 가부장부치 이런 것도 있고, 어허부치도 있어요.
[톨]
어허부치?
[힙합복숭아]
예를 들면, 어허~ 치마가 왜 이렇게 짧아! 약간 이런 느낌이거든요.
[톨]
ㅋㅋㅋㅋㅋㅋ그래서 어허부칰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힙합복숭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얘기하면 엄청 갈려요.
[톨]
맞아요 예민하고 어려운 문제에요.
[톨]
그럼 본인한테는 이쪽 친구들이 어떤 의미에요?
[힙합복숭아]
고향집 같은 느낌? 뭔가 자주 만나지 않더라도, 만나면 그냥 편안하고 그런 느낌. 왜냐하면 이제 헤테로 친구들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아끼는 경우들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제가 커밍아웃 한 친구들이 아닌 무리들이랑은 좀 멀어졌거든요. 그런데서 약간 속상함이 있어요. 결혼 적령기 되면서 멀어졌는데, 왜냐하면 만나면 맨날 스드메 얘기, 소개팅 얘기, 결혼 얘기만 하니까 재미가 없고, 너는 왜 결혼 안 해? 왜 연애 안 해? 이러면 관심없는 척 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몇 년 째 그러니까 할 말도 없어지고. 그런 친구들이 이제 사라졌다는 거에서 좀 상실감을 느꼈는데, 퀴어친구들이 그 상실감을 메워주기도 하구요. 그리고 헤테로친구들은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지만, 퀴어친구들은 어떻게 보면 점점 가까워질 수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해요.
[톨]
평생 갈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일반들이 가정이 생기고 친구들이랑은 점점 멀어지는것과는 다르게, 오히려 여기는 서로 잘하면 평생 서로의 위안이 될 수 있는 관계인 것 같아요. 헤테로 친구들이랑 멀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아직 대학동기들 방이 몇 개 남아있는데, 가끔 그거 보다보면 열받거든요. 그 중에 한 명 형이 있는데, 좀 눈치가 없는 편이에요. 결혼한대서 축하한다고 축의금 보내면, 저보고 너도 빨리 결혼하라고, 너도 할 수 있다고, 결혼 너무 좋다고 이런 얘기해요… 아니 진짜 열받아서. 내가 결혼을 못해서 안하는줄 아나? 물론 못하는 게 맞긴 한데, 그 못함이 너네가 생각하는 못함이 아니라.. 아무튼 막 부글부글하는데 할 말도 없고 그러는 거에요. 그리고 얼마 전에 아기 낳았다고 아기사진 단톡방에 올리면서, 너네들도 너네들만의 행복을 찾으라는 둥 막 짜증나는 소리 하는 눈치없는 형이란 말이에요. 악의가 없는건 알겠는데, 너무 짜증나서 막 단톡방 다 나가버리고 싶어요 ㅋㅋㅋ
[힙합복숭아]
그렇게 반응 안 하면서 멀어지지 않아요?
[톨]
맞아요. 그런데 전 충분히 멀어졌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단톡방으로 묶여있다보니까 가끔씩 그런 자극 하나 들어오는 것도 짜증이 나요. 1~2년에 한 번 모이자고 하는데, 모이자고 할 때도 저는 그게 좀 스트레스가 돼요. 결국 만나서 자기네들 결혼얘기 사는얘기하고 저한테는 왜 결혼 안하냐 만나는 사람은 있냐 이럴텐데. 결국에는 아 진짜 이 인연들 다 끊어야 되나. 단톡방 나가야 되나. 이런 고민까지 하게 돼요.
[힙합복숭아]
그런데 저는 또 그렇게 극단적으로까지는 하고 싶지 않아서…
[톨]
그쵸. 그렇게 극단적으로 하고 싶지 않으면 계속 그 고통을 견뎌야 하는…
[톨]
그럼 레즈 친구들만 모이는 그런 모임도 있으세요?
[힙합복숭아]
어쩌다보니 아는 레즈 친구 셋이 종종 만나고 있는데 그런 것도 레즈 모임이라고 해도 될까요.
[톨]
레즈 모임이라고 표방하고 만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까 구성이 다 레즈네 이런 거네요.
[힙합복숭아]
그런데 거기서는 늘 가감없이 말하기는 하는 것 같아요. 클럽도 가고, 술집도 가고, 연애얘기도 하고. 그리고 요새 그 춤으로 만나게 된 그룹이 어쩌다보니 레즈그룹이 되어버려가지고, 어제 그 브레이킹 행사를 갔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건 힙합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댄서가 브레이킹 행사에 게스트로 간다 해서 갔는데, 브레이킹이다보니까 남성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여자 없어? 여자 없어?’ 이러면서 무슨 아저씨들처럼ㅋㅋㅋ 여자 보면 여자다!!! 이러면서 박수치곸ㅋㅋㅋ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똑같네 진짜.
[힙합복숭아]
그래서 ‘우리 너무 개저씨 같아…’ 이랬어요. 진짜 그 친구들이랑은 맨날 밥 먹고 술 마시면서 여자 얘기만 해요.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톨]
그럼 만날 때는 주로 홍대에서 만나시는 거죠? 레즈술집도 궁금하네요. 레즈술집도 클럽이랑 마찬가지로 남자들은 출입금지인거에요?
[힙합복숭아]
네. 그냥 퀴어술집이 아닌 레즈술집이면 남자는 출입 금지에요.
[톨]
게이들도 못들어가는 거고요.
[힙합복숭아]
네 맞아요.
[톨]
저번에 처음 들어을 때 조금 충격이긴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게인지 헤테론지 어떻게 판별하겠어요? 앞에서 남자랑 키스하고 검증받고 들어갈 수도 없고. 거짓말로 게이라고 하고 들어간 좀 크리피한 애들이 구경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럼 레즈 술집은 일반 술집에 비해서 뭐가 달라요?
[힙합복숭아]
사실 요즘 자주는 안가는게, 일단 이유가 안주가 좀 차렬이고 그래요. 요새는 괜찮은 술집들이 많이 생기긴 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예전에는 레즈술집이라는거 빼고는 장점이 없는 술집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연애할 때 아니면 저는 굳이 안 가는 것 같아요. 연애할 때라면 조금 더 데이트처럼 할 수 있고, 눈치 안 보고 손 잡고, 좀 더 다정하게 앉아있고 이런 걸 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면 그냥 친구들끼리 만날 때는 일반 술집에 가서 듣든지 말든지 우리 얘기하면 되니까..
[톨]
그럼 그 레즈술집도 서빙하시는 종업원분들도 여자분들이실 거잖아요. 그럼 일부러 더 예쁘고 인기 많으실 것 같은 분들로 좀 뽑아요?
[힙합복숭아]
좀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알바생분들이 좀 극단적이에요. 완전 왕팸이거나, 완전 티부거나.
[톨]
그 티부라는 스타일 자체가 인기가 많은가 보네요.
[힙합복숭아]
맞아요. 티부가 나름 엄청 수요가 있어요. 완전 메이저까지는 아니더라도. 게이로 치면 베어타입? 보다는 조금 더 메이저취향인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론 베어도 엄청 대중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항상 수요가 꽤 많은 그런 거잖아요. 그런데 티부도 그런 느낌인데 더 수요가 있는 것 같아요.
[톨]
그게 좀 신기해요. 비슷한 예는 아니지만, 남자 바이들 중에서는 남자 만날 때도 되게 여성스러운 남자애들만 선호하는 바이분들이 있단 말이에요. 되게 마르고 하얗고 이쁘게 생긴 애들. 머리만 기르면 바로 여자 뺨치게 생긴. 그럼 여자 만나는 거랑은 어떤 차이가 있어서 그런 취향이 있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것도 마찬가지로 극단적으로 남성성을 표방하는 스타일이면, 남자랑은 뭐가 다른 걸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긴 하네요. 그런데 그런 걸 물어볼수록 되게 언피씨한 질문이 되는 것 같아가지고 그냥 입닥치고 있고 막ㅋㅋㅋㅋㅋ
[톨]
저희 되게 다방면으로 많이 얘기한 것 같기는 한데, 힙합복숭아님이 따로 말씀해주시거나 공유해주시고 싶은 그런 얘기 있으신가요? 제가 너무 정해진 제 틀 안에서만 사람들의 모습을 조망하는 그런 게 될까봐 걱정돼서요. 그래서 좀 자유로운 얘기도 해보고 싶어요.
[힙합복숭아]
뭔가 딱 말하고 싶은게 구체적으로 있는 건 아니지만, 저는 이쪽 사람들이 재밌는 것 같아요. 왜냐면 헤테로어플은, 이제 원나잇 구하는 남자들도 워낙 많고, 뭔가 항상 조금의 리스크를 안고 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물론 이상한 레즈들도 있겠지만, 이쪽 어플로는 조금 더 겁 없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 만나는거 좋아하는 사람은, 되게 이 사람 저 사람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헤테로들은 연애하려고 할 때 소개팅에 의존하지 아직 어플은 많이 안 하는 것 같거든요.
[톨]
맞아요. 아직 어플로 만났다고 하면 조금 안좋게 보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힙합복숭아]
그런데 이쪽은 어플로 만나는게 너무 자연스럽고, 그리고 솔직하게 사람을 고를 수 있는 것도 그렇고요.
[톨]
사실 외모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보는 건데, 어플로 하면 그걸 다 베이스로 딱딱딱 골라낼 수 있으니까요.
[힙합복숭아]
그리고 저는 엘들뿐만 아니라 게이친구들도 너무 재밌거든요. 저는 되게 보수적인 집에서 자라서 성 이런거에 관심도 없었고, 말을 하면 안되는 건 줄 알았는데, 제 게이 친구들이랑은 되게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를 하게 돼요.
[톨]
ㅋㅋㅋㅋㅋ막 아무말이나 다 줏어섬기죠.
[힙합복숭아]
그런 뭔가 금단이라고 여겼던 부분이 이렇게 뻥 뚫리면서, 약간 자유로움도 있고 내면의 욕구에 솔직한 집단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어요.
[톨]
그럼 난 레즈가 아니라 헤테로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은 없으세요?
[힙합복숭아]
있어요. 왜냐하면 저도 약간 명예욕, 인정욕구 이런게 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남들이 봤을 때 그럴듯해 보이고 싶은 욕망도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뭔가 그게 꼭 엄청 괜찮은 부잣집 남자랑 결혼한다 이런 게 끝은 아닌데.
[톨]
어쨌든 괜찮은 사회적 스테이터스를 만드는 거죠. 사람들이 사실은 가장 기본적이고 공통적으로 느끼는 욕구잖아요 사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그걸 결혼하지 않고 성취하는건 좀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그럼 그런 것 말고는, 결혼 자체라든지, 혹은 아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은 없으세요?
[힙합복숭아]
저는 헤테로라고 생각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 레즈비언 커플들도 아기를 낳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저는 아이는 정말 갖고싶지는 않아요.
[톨]
그래요? 원래 안 좋아하세요?
[힙합복숭아]
별로 안 좋아하는 것도 있는데, 저는 제 몸을 되게 소중하게 여기거든요. 그래서 임신과 출산이라는 걸 제가 겪고 싶지가 않아서 낳기가 싫어요. 또 그리고 아이가 생겼다고 해도 그 아이를 올바르게 키울 자신이 좀 없다고 해야 되나.
[톨]
맞아요. 진짜 어려운 일이니까요.
[힙합복숭아]
제가 엄청나게 육아책을 읽고 하라는 대로 다 해도 엇나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클 것 같아요. 불확실한 걸 해야 되니까, 그래서 임신 출산 육아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톨]
그런데 방금 말씀하셔서 깨달은게, 가끔 헤테로 여성분들도 그런 말을 하잖아요. 임신과 출산을 하면 내 몸이 상한다고. 그런데 사실 저는 그런 의견에 대해서 그렇게 주의 깊게 반응을 기울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힙합복숭아]님이 얘기하니까 지금 좀 공감이 많이 되네요?
[힙합복숭아]
아 그래요? 제가 얘기하니까요?
[톨]
사실은 저는 아기를 갖고 싶다고 생각을 하는데, 제가 낳는다고는 전혀 생각을 안 해 본거죠. 입양을 해도 내가 낳는 건 아니고, 내 유전자가 들어가도 다른 자궁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그런데 지금 내가 임신해서 내가 출산한다고 해도 내가 여전히 아기를 가지고 싶을까 이렇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힙합복숭아]
어떨 것 같으세요?
[톨]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러니까 임신중에도 그렇고 출산하고 한동안 내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이런 것도 제대로 못하고, 내 몸의 기능이 다 떨어지고, 영양분도 빼앗기고.. 그리고 낳고 나서도 100프로 회복도 안되고… 진짜 어려워지네요? 저 진짜 사실 그렇게 생각 안해봤거든요.
[힙합복숭아]
진짜 출산하기 전으로 100프로 돌아올 수가 없는 거니까요.
[톨]
그런데 그걸 헤테로여자분들이 말씀하실 때는 진짜 아무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그 입장에서 생각해 볼 동기가 전혀 없었거든요.
[힙합복숭아]
ㅋㅋㅋ무슨 차이일까요.
[톨]
근데 뭔가 [힙합복숭아]님이 얘기하니까, 뭔가 같은 성소수자로 묶여서 내가 조금 더 공감적인 듣기를 한건가? 이게 지금 저한테도 좀 신기해요. 내가 임신하고 출산해도 과연 내가 낳고 싶어할까.
[힙합복숭아]
맞아요. 그건 다른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톨]
애초에 여태까지의 과학기술로는 그게 아예 불가능하니까, 가능성으로라도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다른 헤테로 남자들도 사실 그렇게 생각하긴 하겠네요.
[톨]
그럼 좀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힙합복숭아]님은 부모님한테는 아직 커밍 안 하신 거죠?
[힙합복숭아]
네. 저는 부모님만 생각하면 뭔가 마음이 너무 짠해요.
[톨]
왜요?
[힙합복숭아]
물론 많은 어머니들이 모성애가 넘치시지만, 저희 어머니는 특히 저를 엄청 아끼고 지극정성으로 키우셨거든요. 그 지극정성이 막 사교육을 엄청 한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많이 챙기고 아껴주는 느낌으로. 그리고 저는 저희 어머니가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23살에 대학 졸업하자마자 되게 일찍 결혼해서 바로 저를 낳고. 아빠가 일을 하고 엄마는 저를 키우셨거든요. 어떻게 보면 친구들이 다 직장생활하고 이러는 동안, 본인의 자아실현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20대 초반부터 아기를 키웠어요. 그래서 저는 엄마가 저랑 같이 성장을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톨]
일찍 낳으셨으니까 진짜 실제로 그렇네요.
[힙합복숭아]
그래서 그런지 엄마의 자아를 저한테 조금 의탁하시는 경향도 있어요. 건강하지만은 않은 관계인데, 엄마는 일하는 여성이었던 적이 없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저한테 너는 꼭 너네 큰엄마처럼 일하는 여성이 되어라, 그랬어요. 큰아빠 큰엄마네는 두 분 다 대외적으로 봤을 때 성공한 사람들이고, 큰엄마는 일은 되게 멋있게 계속해 나가고 그러는 사람이어서 엄마는 큰엄마가 부러웠나 봐요.
[톨]
[힙합복숭아]님의 커리어를 쌓는데 관심이 있으셨겠네요.
[힙합복숭아]
네. 그래서 일찍 결혼하지 말고 그래라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셨었어요. 엄마의 내면을 좀 보려고 하면 엄마는 항상 제가 전문직을 가졌으면 했는데, 본인의 욕망을 투영시킨 거죠. 그렇게 자라고 나서 보니까 엄마의 삶이 너무 불쌍한 거에요. 저희 엄마는 취미도 없고, 친구들도 이제 대학 졸업하자마자 너무 혼자서만 애 엄마가 되어버렸으니까 친구들이랑도 멀어진 거에요. 엄마가 만나는 사람들은, 뭐 제 초등학교 친구들 엄마 모임 이런거에요.
[톨]
결국 [힙합복숭아]님이랑 관련된 거네요.
[힙합복숭아]
아니면 동생 학원 엄마들 모임, 그런 느낌 모임만 있어요. 그래서 엄마가 하는 건 맨날 티비보거나 인터넷 쇼핑하거나. 취미도 없고 그냥 자식인 저만 바라보고 살고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너무 짠하지만, 엄마가 어느 순간 제가 보살펴야 되는 존재가 된 것 같아요.
[톨]
그런데 이제 거기에다 대고 커밍아웃 하기에는, 어머니의 삶 자체를 약간 부정해버리는 느낌이 되어버리는 건가요.
[힙합복숭아]
네. 이제 엄마의 다음 목표는 저를 그럴듯한 남자랑 결혼시키는 거에요.
[톨]
결혼시켜서 이제 번듯한 가정을 꾸리는 걸 보는게 또 어머니의 새로운 목표일 수 있을 텐데.
[힙합복숭아]
그런데 엄마가 그거를 또 투명하게 말을 못해요. 제 눈치를 많이 본단 말이에요. 한동안은, [힙합복숭아] 너 춤추는 것도 좋은데, 괜찮은 남자도 만나야지~ 약간 이런 식으로 말해요.
[톨]
좀 돌려서 얘기하시는군요.
[힙합복숭아]
제가 엄마한테, 엄마 연애는 혼자 하는게 아니야~ 이렇게 저도 돌려서 말하다가, 나이를 좀 먹고 그러니까 이제 저도 엄마~ 남자들이 나 안좋아해~ 약간 이런 식으로 말했거든요. 그러니까 엄마가 또 본인 자존감이 깎인 것처럼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톨]
이제 그런 뭔가 자존감의 위탁 같은걸 해서, 힙합복숭아님이 대외적으로 잘 되는 게 또 어머니가 잘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 다음 관문이 결혼에서 힙합복숭아님이 해결하지 못하니까 본인도 그렇게 느끼시는 거네요.
[힙합복숭아]
말을 할 때도, 엄마가 못나서 너한테 걸맞는 남자를 못소개시켜준다 이러는 거에요. 그런 말을 하면 안타까워서 화도 못 내겠어요. 그래서 이 기대를 지금으로서는 못 꺾을 것 같아요.
[톨]
그럼 [힙합복숭아]님을 되게 일찍 낳으셨으니까 어머니도 지금 엄청 젊으신 편이시겠네요. 50대 중반?
[힙합복숭아]
맞아요. 53, 54세쯤 되세요.
[톨]
그럼 어쩌면 그 자아가 독립하는 과정을 미리미리 하시는 게 맞을 것 도 같아요. 그냥 계속 두고 보게 되면 결국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데, 부모님은 그냥 늙어가시더라구요.
[힙합복숭아]
사실 엄마가 앞으로 50년은 더 사실 수 있으신 건데, 그 50년을 이렇게 가느니 그냥 말하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도 들어요.
[톨]
그런데 또 어떤 반응이실지 짐작이 안가니까 그게 너무 무섭고 어려운 일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또 풀리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있으면, 안 보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제친구들도 분명히 부모님을 사랑하고 그런데, 만나면 그런 얘기밖에 안 하니까 부모님 보기를 주저하게 된다고 해요. 그것도 나름대로 슬픈 것 같아요. 저도 부모님한테 커밍아웃을 안 했으니까 그런 부분을 계속해서 생각해보게 돼요.
[힙합복숭아]
하실 생각은 있으세요?
[톨]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 했어야하나 그런 생각을 해요. 지금 보니까 부모님이 너무 나이가 들어서 늙으신 거에요. 지금 해서 뭐 서로 존재를 인정하고 행복해지고 그러기에는 내가 지금 그냥 엄마아빠한테 고통만을 줘서 수명을 깎아먹는 일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안 그래도 기력이 하루하루 없어져가실텐데.
[톨]
아버지랑은 사이는 어떠세요?
[힙합복숭아]
좀 데면데면해요. 아빠도 저를 사랑하겠지만, 제가 되게 싫어하는 방식으로 시비걸면서 표현을 해요. 지금이야 그게 아빠가 나름 챙기는 방식이라는 걸 알지만, 어렸을 때는 그런 게 많이 불만이었어요. 또 제가 살가운 딸은 아니었거든요. 요새도 아빠가 막 시비걸듯이, 제가 요새 이렇게 입고 다니거든요(힙합st로 입고오심) 힙합을 하니까. 너 그렇게 입고다니면 남자들이 안 좋아해~ 이러면서 옷을 사줘요. 아빠가 좋아하는 그 여자다운 스타일 옷으로. 그게 어쨌든 아빠의 애정표현인거죠. 그런데 일단 기분부터 나쁘니까, 나 남자한테 이쁨 받으려고 옷 입는 거 아닌데? 하면서 이미 ㅋㅋㅋ
[톨]
앜ㅋㅋㅋㅋㅋ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힙합복숭아]
그리고 저희 집이 친척들끼리 좀 돈독하거든요. 그리고 서로 경쟁의식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뭐 누구 자녀가 제일 공부를 잘하고 그랬느냐..
[톨]
그런 의미에서 [힙합복숭아]님은 부모님의 자부심이 되어주셨겠네요.
[힙합복숭아]
그동안에 부모님한테 뿌듯한 자식이었던거죠. 어떻게 보면 학벌로서는. 그런데 제 윗 사촌들이 결혼을 잘했거든요.
[톨]
또 결혼시즌이 되니까 또다른 경쟁이 시작된거군요.
[힙합복숭아]
그러니까 막 고모나 큰엄마 이런 사람들이 이제 만나면, 좋은 대학 가고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자는 역시 남자를 잘 만나야 돼~ 이러니까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아가는게 보이는 거에요. 그게 또 짜증이 났어요. 우리 엄마가 기죽어서 오는게 싫은거에요.
[톨]
ㅋㅋㅋㅋ저희 아빠도 비슷할 것 같아요. 우리 아들이 부족한게 없는데 왜 여자를 안데려올까…
[힙합복숭아]
그렇죠? 사실 너무 잘생기셨고
[톨]
^^ 뭐 사드릴까요?ㅋㅋㅋㅋㅋ 저희 부모님도 사실 자식들을 잘 키웠다 이런 얘기를 듣는게 자부심의 원천이었을 텐데, 제 친척형들도 다 결혼해가지고 이제 자식 낳고 그러고 있는데.. 저만 안하고 있으니까 답답할 것 같아요. 이제 막 만나서 자식 자랑하고 손주 자랑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서 제가 의도치 않게 아빠의 약점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조금 그렇더라구요.
[힙합복숭아]
기대를 저버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톨]
저희 그런데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갔어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톨터뷰 소감을 간단하게 부탁드릴게요!
[힙합복숭아]
솔직하게 일단 너무 재밌었구요.
[톨]
저는 인터뷰이가 재밌었다는 후기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제일 다행이에요. 저는 인터뷰하는 사람이 저한테 일방적으로 정보 뜯기는 기분이 안 났으면 좋겠어요 ㅋㅋ
[힙합복숭아]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내 얘기를 사람들이 재밌게 읽어줄까 하는 걱정도 살짝 있고요. 그리고 되게 캐묻고 싶었는데 많이 참았어요.
[톨]
어떤걸요?
[힙합복숭아]
이제 제 얘기를 하면서 [톨]님 것도 많이 물어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인터뷰니까요.
[톨]
ㅋㅋㅋ 톨터뷰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실 만 한가요?!
[힙합복숭아]
당연하죠. 약간 나도 몰랐던 나의 내면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한 것 같아요.
[톨]
너무 다행이에요. 저 그리고 레즈분들도 진짜 인터뷰 많이 하고 싶거든요. 주변에 소개도 잘 부탁드릴게요 ㅋㅋㅋ
[힙합복숭아]
넵 ㅋㅋㅋ
(인터뷰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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