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복숭아 1편
[톨]
이제 인터뷰 시작할게요. (인터뷰 과정과 편집에 대한 설명)
그럼 첫 번째로 간단하게 나이랑 닉네임 포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닉네임은 혹시 생각하셨어요?
[힙합복숭아]
네. 그래서 열심히 생각했는데, [힙합복숭아]로 하겠습니다.
[톨]
[힙합복숭아]? 왜 [힙합복숭아]에요?
[힙합복숭아]
제가 요즘 꽂혀있는 거 2개거든요.
[톨]
아 힙합이랑 복숭아에 꽂혀계시는구나. 그리고 복숭아도 지금 철이니까.
[힙합복숭아]
복숭아 많이 먹고 있고, 힙합 열심히 하고 있어서.
[톨]
방금도 힙합 춤 연습하다 오셨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힙합복숭아]
네 맞아요.
[톨]
오.. 요즘 그 아이돌춤이 아니라 힙합 춤으로?
[힙합복숭아]
네. 스우파 혹시 보셨어요?
[톨]
네네 조금 봤어요.
[힙합복숭아]
거기 울플러처럼 힙합 그루브 있게 추고 싶어가지고.
[톨]
헐 진짜요? 그래서 배우시는구나. 여기서 갑자기 또 이런 거리감 느껴. 제 친구들은 다 뉴진스 슈퍼내추럴 이런거 배우러 다니는데.
[힙합복숭아]
여자라면 가오있게.
[톨]
ㅋㅋㅋㅋㅋ 그런데 왜 이 인터뷰를 참여하시겠다고 하셨는지 궁금해요. 솔직하게, 기탄없이 말해주셔도 돼요.
[힙합복숭아]
저는 사실 별 생각 없이 그냥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원래도 남 얘기 듣는 것도 좋아하고, 제 얘기 하는 것도 좋아해가지고. 그래서 톨터뷰 보니까 약간 남의 블로그나 일기장 보는 느낌이었어요. 너무 재미있어가지고.
[톨]
저도 그런 느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사람들이 재밌어 하면 좋겠다 하면서. 그럼 강요는 없었던 거네요?(라고 강요하는 중)
[힙합복숭아]
네 강요는 없었습니다 ㅋㅋㅋ
[톨]
제가 ㄱ친구(같이아는친구) 한테 막 부탁을 했었거든요. 제가 알고 있는 L분들이 별로 없으니까, 소개시켜달라고 ㅋㅋㅋ 저는 LGBT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제가 너무 게이들밖에 모르니까..
[톨]
그럼 공통질문! 1이 헤테로고 10이 완전 레즈, 게이라면 본인은 어디쯤 해당하세요?
[힙합복숭아]
저는 한 7.5요
[톨]
2.5의 여지가 있네요?
[힙합복숭아]
친구들은 저한테 10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한 7.5라고 생각해요.
[톨]
그럼 남자들이 뭔가 이성애의 대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의 가능성 정도인가요?
[힙합복숭아]
근데 이게 약간 좀 애매한게, 로맨틱한 관계는 괜찮을 것 같은데 성적인 관계는 잘 모르겠긴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원래 여자를 만날 때도 그걸 중요하게 생각 안하기 때문에, 그래서 가능하지 않을까..
[톨]
그런데 다른 친구들도, 한 7~8정도로 답한 친구들이 다 아가페적인 사랑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런 여지를 주더라구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어서 좀 신기했어요. 그럼 언제 이쪽인 걸 처음 알게 되셨어요?
[힙합복숭아]
저는 좀 늦게 알았는데, 24살 때 알았어요. 보통은 사람들이 고등학교 때 짝사랑하거나 그러면서 알게되는데, 저는 그냥 그런 생각 없이 살다가, 남자를 좋아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다고 살다가 24살에 갑자기 불현듯 그냥.
[톨]
다른 외부적 자극 없이요?
[힙합복숭아]
웹툰을 보고 알게 됐어요.
[톨]
어떤 웹툰이에요?
[힙합복숭아]
일단 제가 그 전까지의 얘기를 하자면,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대학 가면 남자친구 생기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대학을 갔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저한테 고백한 남자애랑 사귀었어요. 그런데 너무 아무런 감흥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어느정도였냐면, 그 친구가 멀리서 제가 있는 학교까지 와줬는데도, ‘미안한데 나 빨래가 다 돌려졌대’ 하고서는 ‘너 다시 송도 가~’ 이러고 보내고, 자취방가서 빨래 널고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가고..([톨] 웃는중) 약간 막 그렇게 했어요. 심지어 그 친구한테 헤어질 때, 제가 모태신앙이거든요, 그래서 ‘미안한데 난 너가 교회를 안 다녀서 싫은 것 같아’ 이러고 헤어지자고 했어요. ([톨] 계속 터짐) 그래서 비하인트 스토리지만, 그 친구는 그러고 나서 기독교동아리에 들어가서 회장이 됐대요. 그러고 나서 저한테 다시 연락이 오더라구요.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 그래서 우리 다시 만나보자~ 이렇게 됐는데.. 저는 그런 경험을 하면서 ‘왜 나는 남자가 안 좋지?’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나는 무성애자인가? 이런 생각도 조금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주변에서 다들 연애를 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연애를 너무 해보고 싶어서, 이제 친구랑 ‘좋아하기 프로젝트’ 를 했어요.
[톨]
좋아하기 프로젝트면 누군가를 진짜 좋아하려고 하는 프로젝트인건가요?
[힙합복숭아]
네. 그래서 제가 생각했을 때, 저희 과에 있는 키도 크고 좀 잘생기고 성격도 괜찮은 어떤 남자애를 골라서, 내가 어떻게든 얘를 좋아해야겠다 하고 노력을 했어요. 밥도 먹으러 가자고 하고. 그 친구는 아마 제가 관심이 있는 줄 알았겠죠. 그래서 실제로 거의 썸을 탔는데, 그때 여자배구가 올림픽을 했나 그랬는데 바로 이제 관심에서 멀어지더라구요. 그 친구가.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배구봐야 된다고. 원래 배구 좋아하세요?
[힙합복숭아]
원래도 좋아해요. 그래서 저는 결국 무성애자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이제 좀 공부를 많이 해야 할 시기가 돼서, 그냥 공부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원래 웹툰을 좋아하거든요. 레진(코믹스)이 GL 웹툰이 꽤 있었어요. 백합이라고 해야되나. 그래서 그런 웹툰을 보다가, 갑자기 ‘이거 나도 가능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그냥 확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퀴어카테고리에 있는 웹툰을 그때부터 다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어서오세요305호에 부터 시작해서 몇 개를 보다가, 레진코믹스 웹툰이 제일 저한테 와닿아가지고. 그게 약간 정체성을 고민하는 웹툰이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크리피할 수 있는데, 그 작가 블로그를 들어가서 모든 글을 다 읽어보고, 매화 댓글을 달았어요. 뭐 이번화도 잘 봤어요~ 이렇게. 그렇게 해서 조금 라포가 쌓인 다음에, 블로그 안부글에 ‘저 레즈비언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떡하죠?’ 이렇게 고민 글을 남겼어요. 그랬더니 그 분이 되게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셨어요. 이런 사이트 가서 참고해볼 수도 있고, 대학생이라면 학교에 성소수자 동아리가 있을거고, 만약 여자를 만나고 싶은 거면 어떤 어플과 어떤 커뮤니티가 있다 이런걸 알려주셔 가지고.
[톨]
진짜 친절하게 가르쳐주신 거네요?
[힙합복숭아]
맞아요. 그래서 이제 학교 동아리에 가보고, 어플도 깔아보고 하면서 시작을 했어요.
[톨]
아하.. 아까 나이가 어떻게 된다고 하셨죠?
[힙합복숭아]
제가 이제 만 28살, 한국나이로 30살이요.
[톨]
신기한게, 제가 여태까지 인터뷰한 두 분의 L분들이 다 상대방이 있어서 깨달은게 아니라, 나 자신의 가능성을 찾은 느낌으로 시작하게 된 게 저는 좀 신기한 것 같아요. 그런데 모든 L분들이 그러시지는 않으시겠죠?
[힙합복숭아]
아니에요. 완전 아니네요. 오히려 제가 좀 예외적인. 보통은 다들 그냥 중학교 때 여자랑 키스를 했다든지, 아니면 누구를 짝사랑 했다든지 하다못해 선생님을 짝사랑 했다든지 이러면서 깨달을 거에요.
[톨]
그러면 학창시절 때는 누구를 좋아하거나 그러시지는 않으셨던 건가요?
[힙합복숭아]
지금 생각하면 아주 없진 않았었던 것 같아요. 어떤 젊고 예쁜 여자선생님을 되게 좋아해서, 맨날 질문할 건수를 만들어서 질문하고, 예쁨 받고 싶어하고 그런 것 정도는 있었어요.
[톨]
그런데 내가 선생님한테 학생으로서 예쁨받고싶어하는지랑 헷갈렸겠네요.
[힙합복숭아]
맞아요. 약간 깊게 생각 안하게 돼요.
[톨]
그럼 이렇게 깨달으시게 된 지 연차로는 거의 5~6년정도인 거네요?
[힙합복숭아]
맞아요
[톨]
그럼 알게 된 후 최근 5~6년 동안, 과거의 헤테로라고 생각했을 시절이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이나, 다른 영향같은게 좀 있었어요? 진로나 다른 어떤 거라도.
[힙합복숭아]
사실 진로는 정해진 상태에서 제가 깨달아서 개입할 여지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처음 깨달았을 때 약간 몇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으로 되게 후련했거든요. 왜냐하면 항상 마음 속에, 나는 성장 발달을 못 하는 사람인가? 어떤 나이가 되면 연애를 해야 좀 이루어지는 성장이 있을 것 같은 거에요.
[톨]
그쵸. 뭔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될 것 같고.
[힙합복숭아]
그게 안 되니까 뒤쳐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냥 내가 여자를 좋아해서구나~ 라고 깨달으면서 너무 그냥 행복했어요. 후련하고.
[톨]
ㅋㅋㅋㅋ문제 해결의 정답은 여자였다! 그럼 사실 최근 5~6년간은 그런 정체성 때문에 뭔가의 선택할 기회가 아직은 오지 않은 거네요?
[힙합복숭아]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톨]
그럼 예상하건데 앞으로 온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힙합복숭아]
제가 헤테로였다면, 저는 이제 돈보다는 그냥 명예를 택하게 되고, 제도권 안에 갇히는 길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제가 명예욕이 있어가지고.
[톨]
그건 본인의 원래 성향인건가요?
[힙합복숭아]
네 원래 성향상 그런 길을 선택했을 것 같은데, 그런 길을 가면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관심이 너무 많아요. 서로 너무 붙어있고, 온갖 소문이 너무 빠르거든요. 그런 것도 다 스트레스고, 누구는 결혼을 못했네, 무슨 하자가 있네 이런 얘기를 듣는것도 스트레스여서, 그런 길에서 벗어나서 그냥 돈을 좀 많이 벌 것 같아요.
[톨]
자유로운 길을 선택하시는 거네요.
[힙합복숭아]
네. 대신 명예는 얻지 못하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제도권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선택할 것 같아요.
[톨]
그럼 지금 말씀하신 걸로 미루어 보았을 때는, 제도권 안에 들어가서의 두려움은 아웃팅에 관한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그런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있으세요?
[힙합복숭아]
사실은 저도 제가 그렇게 조심성 있는 성격은 아니고, 신경을 안 써가지고 저랑 친했던 친구들은 눈치 챈 친구들도 있어요. 막 기숙사 살 때는 거의 눈치채라는 듯이, 룸메이트 있을 때 통화하는데, 막 언니 사랑해~ 이러고 통화하고. 그런데 제 바운더리 안에 있는, 제가 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한테는 상관이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고 그냥 동료나 직장선후배들은 몰랐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퀴어프렌들리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또 워낙 구설수를 좋아하는 집단이어가지고.. 그치만 직장 외적으로 따로 만나는 사람들한테는 제가 그냥 먼저 오픈하는 편인 것 같아요.
[톨]
직장 외로 만나면 먼저 오픈하신다고요?!
[힙합복숭아]
예를 들어, 제가 요즘 힙합을 배우고 있잖아요. 이제 친해진 친구들 무리가 있는데, 그런데 표본이 좀 치우쳐진 것 같기는한데, 그 친구들한테는 그냥 오픈을 했어요. 그런데 그 8명 중 7명이 우연히 이쪽이었어요.
[톨]
(당황) 잠깐만요. 8명중에 두세명 정도는 이해하겠는데, 8명중에 7명이요?
[힙합복숭아]
다 레즈는 아니고 최소 바이인 분들까지 포함하면요.
[톨]
ㅋㅋㅋㅋ아니 어떻게 된거지. 나머지 한 명은 그 무리에서 성소수자 기분을 느끼시겠네요.
[힙합복숭아]
맞아요. 저희가 막 레즈 관련해서 얘기하고 뭐가 어땠네 하면 혼자 소외되고.
[톨]
너무 신기하닼ㅋㅋ 그런데 힙합 춤 배우러 가서 그러면 그런 분위기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게이들은 다 뉴진스 슈퍼내추럴 배우러가는데… 아무튼 아웃팅에 관해서는 그정도의 느낌이시고, 직장 외 다른데서는 조금 유연하고 마음 편하게 커밍아웃하시는 편이시라는 거네요.
[힙합복숭아]
그런데 친한 언니가 좀 조심하라고 하긴 하더라고요. 뭐가 어떻게 새어나갈 지 모르는 거니까. 그래서 좀 사리려고는 하고 있어요.
[톨]
ㅋㅋㅋㅋㅋ 그렇구나. 그럼 저희 다음 주제로 넘어가볼까요? (주제나열) 뭘 하고 싶으세요?
[힙합복숭아]
주제 안에 세부 질문이 있는 거에요?
[톨]
네. 그런데 말하다 보면 사람 따라서 결국 여러 카테고리가 혼재되기도 하고, 대화 흐름 따라서 아예 다른 주제로 변하기도 하고 그래요. 좀 마음 편하게 선택하셔도 돼요.
[힙합복숭아]
저는 연애 아니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둘 중에 하나 하고 싶기는 해요.
[톨]
그럼 연애 먼저 해볼까요? 지금 만나고 계시는 분이 있나요?
[힙합복숭아]
아뇨 없어요.
[톨]
그러면 마지막 연애는 언제세요?
[힙합복숭아]
1년쯤 전인 것 같아요.
[톨]
그 분은 어떻게 만나셨었어요?
[힙합복숭아]
저는 지금까지 다 어플로만 만났던 것 같아요.
[톨]
저번에 첫 번째 L인터뷰 하면서, 레즈 어플에 대해서 알게 됐잖아요. 진짜 완전 아무것도 모르다가.
[힙합복숭아]
레즈 어플도 구려요.
[톨]
그런데 레즈분들은 틴더를 거의 안쓰신다고. 여자들이 친구구하는 용도로도 많이 쓴다고.
[힙합복숭아]
맞아요. 그리고 막 한국어 공부시켜줄 사람 구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톨]
그런 외국인들도 많군요. 그러니까 의도치 않은 아웃팅이 되는 거네요.
[힙합복숭아]
그렇죠.
[톨]
그럼 본인의 어떤 연애관이나 사랑관 이런 게 있으세요?
[힙합복숭아]
저는 원래 새로운 사람 만났을 때 어떤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자체가, 하나하나 너무 재미있었고 그게 이성적?호감이 있어서인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인지 구분은 안됐지만 그냥 좋았어요. 그래서 오래된 연애보다는 그냥 새로운 썸 이런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보다도 그냥 어디서, 3년 사귄 사람이 뚝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안정적인.
[톨]
이미 그냥 나에 대해서 다 잘 아는 사람인거군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다 겪을 필요 없이.
[힙합복숭아]
요새는 그런 것 같아요.
[톨]
그런데 방금 하신 말씀, 저도 그랬거든요.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너무 재미있고 신기하니까, 이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을 구분 못하는거요. 그런데 호감은 이 사람을 더 만나면서 더 강해지고 쌓여지는게 맞는데, 호기심은 없어지게 되니까요.
[힙합복숭아]
맞아요. 맞아요.
[톨]
그래서 결국 나쁜 놈이 되고.
[힙합복숭아]
맞아요. 그래서 약간 혼자 금사빠 했다가 금사식 된 사람이 돼요.
[톨]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과정보다는, 오래 만나고 싶으신거죠?
[힙합복숭아]
네 맞아요.
[톨]
그럼 지금 구인 중이신거에요?
[힙합복숭아]
그런데 요새는 약간 연애에 대한 욕구가 좀 없는 것 같기는 해요.
[톨]
그래요? 왜요?
[힙합복숭아]
저는 이제 뭔가를 숨쉬듯이 덕질해오던 사람이어가지고, 그렇게 덕질욕구랑 연애욕구랑 반비례하더라고요. 요새는 워낙 춤에 많이 꽂혀있어가지고, 일단 연애 욕구가 없기도 하고, 그리고 연애라는 것에 대해 현타도 좀 오기도 했구요.
[톨]
연애라는 것에 현타는 왜 왔을까요?
[힙합복숭아]
그동안 연애를 한 세네번 정도 했는데, 늘 같은 패턴이에요. 처음에 제가 더 좋아하다가, 그게 식어요. 그런데 헤어지자고는 못 하겠어서 끌고 가다가, 결국 차여요. 그런 연애를 몇 번 하다보니까 사랑이란 뭘까 생각하고, 나는 그냥 밥을 같이 먹어주고 뭐 하고 싶을 때 같이 해주는 그런 관계가 필요한 건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계속 설레고 사랑한다는게 가능한 건가 이런 의문도 들면서, 그냥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지금은 좀 귀찮아졌어요.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서 또 호감가고 설레고 그럴지는 몰라도, 이 또한 언젠가 식겠지 이런 생각이 요즘 있어가지고.
[톨]
어떤 사람이 너무 좋고, 이 사람은 내가 정말 너무 사랑해서 올인할 수 있고 평생 가고 싶다~ 이런 느낌은 아직 없으셨던 거죠?
[힙합복숭아]
네. 그런데 그걸 기다리느니 그냥 지금 나 할 일 할래. 지금 덕질 할래 약간 이런.
[톨]
그럼 원래 [힙합복숭아]님 삶에서 연애가 애초에 그렇게 큰 포션을 차지하지는 않았던 거네요?
[힙합복숭아]
약간 그랬던 것 같아요. 예외가 있긴 했는데, 첫 연애했을 때에요. 그 때는 제가 정말 많이 좋아하고 시간을 엄청 쏟았어요. 저는 원래 욕심도 좀 있는 편이어서 시험기간에 공부도 열심히하고 그러는데, 그때는 사랑에 눈이 멀어서 시험 전 날에도 그냥 애인 만나러가고, 지극정성을 다했어요. 그리고 같이 살자고 하고, 나중에 집은 어디에 구하자고 하고 이런 것까지 다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차였어요. 그 때가 제가 식지 않았을 때 차인 유일한 경우였어요.
[톨]
첫 연애 때 그런거네요.
[힙합복숭아]
그래서 그 때 되게 많이 상처를 받았어요. 그래서 아는 친구 붙잡고 냅다 계속 울고. 헤테로 친구들 앞에서도 계속 울었어요. 나 차였어 이러면서. 헤테로 친구들은 남자친구랑 헤어진 줄 알고. 그런데 남자로 치환해보니까 흔히 말하는 쓰레기인거에요. 그 사람이 저보다 5살 많았고 직장인이었는데, 이제 남녀관계로 치면 직장인 남자가 여자 학생 데리고 다니다가 차버린 이런 상황이 되니까 친구들이 이제 가루가 되도록 까주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후유증이 좀 오래갔어가지고, 그 이후에는 일부러 방어적으로 연애를 하는건지 몰라도, 그 때만큼 좋아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톨]
아하… 그러면 본인이 봤을 때는 주변에 게이들이 연애하고 사랑하는 거랑, 레즈들이 연애하고 사랑하는 거랑 뭔가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으세요?
[힙합복숭아]
게이들도 너무 스펙트럼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일단 원나잇같은건 아니고 연애에 한정인거죠?
[톨]
ㅋㅋㅋ그쵸. 게이들이 원나잇은 훨씬 많이 한다는 건 확실한 사실인 것 같고.
[힙합복숭아]
뭔가 레즈들의 연애가 서로를 더 얽는 연애인 것 같아요.
[톨]
어떤 식으로요?
[힙합복숭아]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주변 게이 친구들이 연애하는 걸 보면 서로를 나름 느슨하게 잡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 되나? 그러니까 오래 사귀었을 때 오픈릴레이션십 하는 경우도 종종 봤고, 막 동거를 한다거나 그런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레즈들은 연애를 시작하면 거의 맨날 보고, 갑자기 급발진해서 동거하고, 약간 평생을 기약하고 결혼하고 이런 경우가 좀 더 많은 것 같아요.
[톨]
그 관계에 집중하는 비율이 더 크다는 거죠. 왠지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랑 제 친구들도 레즈하고 싶은 사람 많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의미로 ㅋㅋㅋ
[힙합복숭아]
진짜요? 그런 걸 원하시는 거에요?
[톨]
네 그런 편인 것 같아요.
[힙합복숭아]
그리고 게이들은 좀 더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많은 것 같아요. 뭔가 좀 더 오픈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그 먼저 인터뷰한 골포보 인터뷰에도 있지만, 어플에서도 게이들은 얼굴사진, 몸사진 다 올리고 막 수치 다 적어놓고 해놓잖아요. 그런데 레즈들은 다..
[톨]
무슨 달 사진, 꽃 사진 그렇다면서요.
[힙합복숭아]
그래서 그런 것도 일단 너무 큰 장애물이고, 모임 같은 것도 직종모임이라고 했을 때 게이버전도 있고 레즈버전도 있는데, 사람수부터 너무 차이가 많이 나고 그래요.
[톨]
왜 그럴까요??
[힙합복숭아]
뭔가 좀 더 레즈들이 숨어 있는 느낌이에요.
[톨]
더 개개인으로 따로 따로 떨어져서 만나고, 모여서 조직 같은 걸 만드는 걸 자체를 잘 안하는 걸까요?
[힙합복숭아]
약간 그런 것 같아요. 조직화가 되어 있기는 한데, 그것조차도 약간 차이가 있는게, 게이들은 모임에서 연애를 해도 모임을 계속 나온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레즈들은 모임에서 만나서 연애를 하면 일단 모임을 안 나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톨]
진짜 그 둘 만의 관계에 더 집중하는 편인거네요.
[힙합복숭아]
그리고 그 직종모임 카톡방도, 게이들은 다 실명 카톡방인데 레즈모임은 오픈카톡방이거든요. 그래서 다 무슨 ~하는 무지~ 이런 거에요. 자기 프사도 없고. 사실 모임카톡방에서 그런 프사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데.
[톨]
그렇죠. 실명으로 모이면서 관계가 더 공고해지고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힙합복숭아]
모임 빈도수도, 게이들은 매달 한다고 하면 레즈들은 한 6개월에 한 번?
[톨]
그런 차이가 있구나 ㅋㅋㅋ 그럼 게이들은 이반시티라고 중심적인 사이트가 하나 있잖아요. 레즈분들도 사이트가 따로 있어요?
[힙합복숭아]
커뮤니티 어플이 하나 있고, 또 다른 사이트가 하나 있는 걸로 아는데 거의 망한 걸로 알아요.
[톨]
그것도 신기해요. 어떻게 보면 그런 큰 사이트 하나가 구심점처럼 기능하기도 하잖아요. 저도 모임을 이반시티에서 찾아서 들어가고 그랬거든요.
[힙합복숭아]
정말 그냥 둘 만의 연애, 독점적 관계 이런 부분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장기연애 하는 비율이 높은 것 같고, 그런데 수면 위로 그들은 안 나오니까…
[톨]
굉장히 흥미롭네요. 그럼 본인은 그런 부분에서 레즈들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힙합복숭아]
그런데 저는 모임 나가고 그런 걸 워낙 좋아해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가지고. 그런데 연애할 때는 항상 애인들이 절대 못 가게 했어요. 그래서 안 가긴 했어요. 가지 말라니까.
[톨]
그래서 식으신거 아닐까요? ㅋㅋㅋ
[힙합복숭아]
ㅋㅋㅋ 그럴 수도 있어요.
[톨]
그런데 기본적으로 게이들이랑 레즈들이랑 집단적으로 친하지는 않잖아요. 서로의 공통 관심사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방금 춤만 해도 진짜 힙합추러 가시고… 게이들은 슈퍼내추럴 배우러 가고 ㅋㅋㅋ 그래서 새롭게 배우는게 많은 것 같아요.
[톨]
그럼 이상형은 있으세요?
[힙합복숭아]
이상형! 저는 일단 연상이었으면 좋겠고, 약간 걸크러시 스타일을 좋아해요.
[톨]
걸크? 그런데 제가 걸크러시 스타일이 어떤건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힙합복숭아]
일단 제가 구체적으로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뭔가 숏컷은 아니고 단발 정도인데, 약간 층 많이 내고 좀 멋있어 보이는 단발이에요. 그리고 약간 멋있게 셔츠같은 거 입고, 단추 몇 개 풀고, 뭔가 커리어우먼 하면 딱 떠오르는 느낌의 그런 사람. 그냥 능력 있는 연상녀 같은. 그래서 저를 딱 잡아줄 수 있는 약간 그런…
[톨]
ㅋㅋㅋㅋ 아니 진짜 신기한게, 방금 말씀해주신게 진짜 머리스타일이랑 옷 스타일이랑 겸해서 말씀해 주셨잖아요. 게이들은 그런거 절대 안…. 아니다. 게이들도 머리 짧은거 얘기하기는 하는구나. 그런데 옷 스타일은 게이들은 별로 얘기 안하는 것 같거든요. 게이들은 진짜 거의 다 체형으로 얘기하는 것 같아요.
[힙합복숭아]
막 통, 슬렌더 이렇게요?
[톨]
네. 그리고 얼굴 많이 따지고. 그런데 저번에 골포보님 인터뷰 때 들어보니까, 레즈는 확실히 몸매 이런걸 따지기보다는 스타일이랑 전체적인 분위기를 따진다고 들었어요.
[힙합복숭아]
맞아요. 그런데 당연히 예쁘면 좋긴 한데.
[톨]
그래도 그것보다는 스타일이 더 중요하신 거에요?
[힙합복숭아]
… 아뇨 얼굴이 제일 중요하긴 해요.
[톨]
ㅋㅋㅋㅋㅋㅋㅋ 아 일단 합격하고 난 다음에 얘기구나.
[힙합복숭아]
네 ㅋㅋㅋ 합격하고 나면 다음에 그런 느낌의 스타일을 찾는 거죠. 그런데 얼굴이 아무리 예뻐도, 귀엽고 깜찍한 그런 스타일은 싫고 약간 멋있는…
[톨]
앜ㅋㅋㅋ 이것도 궁금해요. 게이들은 얼굴도 그냥 꽃미남처럼 잘생긴게 다인게 아니라, 좀 남자답게 생기고, 좀 뚜렷하게 생기고 이렇게 취향이 갈리는데 레즈분들도 그래요? 왜냐하면 예쁜 얼굴에도 여러 종류의 예쁨이 있잖아요. [힙합복숭아]님은 어떤 예쁨을 선호하시는 거에요?
[힙합복숭아]
저는 강아지상, 고양이상 이런 걸로 치면 모르겠어요. 그런데 좀 연하 느낌이 있는 귀여움 느낌보다는 좀 더 연상의…
[톨]
아까 말씀하셨던 좀 세련된 매력같은?
[힙합복숭아]
네. 그런 것 같아요.
[톨]
그리고 게이들은 싫은 것들도 막 정해져있거든요. 유쌍 이런거 싫어하는 사람 많고.
[힙합복숭아]
레즈들도 따져요.
[톨]
그럼 어떤 취향이 대중적이에요?
[힙합복숭아]
보통은 좀 센언니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쌍꺼풀 진하고, 되게 마르고,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뭔가 긴 생머리에 되게 도시적인 느낌.
[톨]
그럼 제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약간 스우파 모니카?
[힙합복숭아]
모니카 완전 인기 많아요. 레즈들한테 그런 스타일이 진짜 인기가 많고, 오히려 노제같은 스타일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크게 없어요.
[톨]
헐 그렇구나.
[힙합복숭아]
사실 노제가 더 보편적인 예쁨이잖아요. 그런데 막 모니카 관련해서 레즈들 커뮤니티에, ‘모니카 언니 저 붙잡고 혼내주세요’ 막 이런거 많아요.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 그럼 또 제가 떠오르는 스타일이, 자우림의 김윤아 같은 스타일도 인기 많아요?
[힙합복숭아]
맞아요. 김윤아 씨도 인기 많고, 그리고 김서형 이런 분들도 인기가 많아요.
[톨]
뭔가 다 그 통하는 그런 느낌이 있다. 그런데 본인 이상형 얘기하다가 약간 다른데로 빠진 느낌이긴 한데, 그럼 방금 말씀해주신 이상형은 외적인 부분이잖아요. 그럼 성격적인 부분같은 다른 것들도 생각해보셨어요?
[힙합복숭아]
성격은 저보다는 좀 계획적이었으면 좋겠어요.
[톨]
P세요?
[힙합복숭아]
네 ㅋㅋㅋ제가 파워 P여가지고.. 좀 데이트 이런 것도 잘 리드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는 군말 없이 잘 따라가기 때문에. 그리고 저는 스스로의 고난길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더 좋아하는게 좋아가지고, 저를 휘어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톨]
ㅋㅋㅋㅋㅋ진짜 고생길 걸으실 각오를 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그럼 이상형 말고는 사람 볼 때 결격사유같은 것도 있으세요?
[힙합복숭아]
저는 너무 유흥 좋아하는 사람은 잘 안맞는 것 같아요.
[톨]
레즈 분들이 유흥 좋아한다고 하면 어떤거에요? 게이들이랑 똑같나?
[힙합복숭아]
술 많이 마시고, 클럽같은거 자주 가는거죠. 저도 술은 좋아하는데 클럽 가는 건 별로 안 좋아해가지고. 저랑 술 마시는 건 괜찮은데 맨날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그런거는 좀 안 맞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멋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자기 분야 일을 잘 했으면 좋겠어요.
[톨]
능력적으로도 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네요.
[힙합복숭아]
그랬으면 좋겠어요. 분야는 상관없지만.
[힙합복숭아]
요새 그건 좀 말하고 싶어요. 제 주변 퀴어친구들이 많이들 장기연애하고, 결혼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또 약간 20대 초반에 느꼈던 압박감을 혼자 또 받고 있어요. 나만 또 뒤처지는거야? 이러면서. 무슨 연애도 성취하듯이 해내는것 같아서, 스스로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은 하긴 하거든요. 그런데 친구 만났을 때도 어플이나 좀 해 이렇게 잔소리를 듣는데, 스스로 난 글러먹었나 이러면서 동시에 왜 연애를 안하면 안 될까? 이런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요새 연애란 무엇일까, 꼭 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좀 받아요.
[톨]
맞아요. 그런데 사실 저도 그 연애라는 부분이 중요한 사람이었어서, 이 주제를 중요한 주제로 넣긴 했거든요. 그런데 저 스스로한테도 근본적으로 물어보면, 왜 꼭 연애와 사랑을 해야하는 걸까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해요. 그게 없더라도 혼자서 좀 완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신기한 것 같아요. 제 친구도 혼자 있는게 더 편한데 연애를 해야하는 압박감을 받는게 주변 사람에 의해서인지, 혹은 나 스스로 본연의 욕망에 의해서인지 잘 모르겠다고도 하더라구요.
[힙합복숭아]
그리고 좀 나이가 찰수록 각자 연인이 생기면 에너지도 나눠쓰잖아요. 20대 초반에는 매일같이 술 마시고 친구들이랑 놀고 매일 만나는게 당연한 삶이었는데, 이제 각자 직장이 있으면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나야 하고, 쉬는 날에도 각자 애인과 보내는 시간이 있다보니까, 맨날 저만 ‘우리 언제 만나?’ 이러고 있는 거에요. 친구들은 대부분 각자 애인이 있다보니까.
[톨]
결국은 애인이라는게 서로를 1순위로 두어주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해요.
[힙합복숭아]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냥 나는 내가 뭐 하고 싶을때 같이 다 해줄 사람이 필요한 건가? 그게 20대 초반에는 친구일 수 있는데, 뭔가 나이를 먹으면 친구가 더이상 그 역할이 안되는 느낌. 친구들도 각자의 짝을 1순위로 두니까. 그럼 서로를 1순위로 둘 독점적인 친구가 필요한데, 그런 친구란 없으니까 애인을 만드는 건가, 혼자 계속 이런 생각을 해요.
[톨]
독점적인 친구관계의 종착이 애인이라는 접근이 처음 들어봤는데 설득력이 있네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힙합복숭아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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