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끼순이 2편
[톨]
그럼 퀘벡이 독립하면 너는 어떻게 되는 거야?
[프렌치끼순이]
그럼 퀘벡사람이 되고 캐나다랑 빠이빠이하지 않을까?
[톨]
호오 그렇구만.. 그럼 너의 연애관 사랑관에 대해서도 알려줘.
[프렌치끼순이]
나는 지난 연애를 겪으면서 되게 깨달은게 많은데, 돌이켜보면 나는 20대 때는 좀 소위 말해서 공주님 마인드가 많았던 것 같아. (앞에서 [톨]이 엄청 쪼개는중) 뭔가 상대가 나에게 이런 거 저런 거 해줬으면 하고, 그런걸 당연하게 여기고, 안해주면 서운해하고.. 근데 내가 또 서운하다는 걸 잘 표현을 못해서 혼자 되게 상처받고 삐지고 그런게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내가 잘못했던 것들, 그 당시에는 몰랐던 그런 것들을 보게 되기 시작한 것 같아. 그래서 지금은 내가 좀 마음을 고쳐먹었어. 좀 더 내가 이해를 해야지. 내가 좀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야지. 이런 식으로 노력을 하고 있고, 그러다보니까 상대도 그런 걸 보면서 되게 좋아하는 것 같고. 상대도 나한테 더 뭐 하나라도 잘해주려고 그런 걸 보면서, 서로간의 양성피드백이 생기는 것 같아서 이게 되게 좋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
[톨]
예전엔 공주였지만…
[프렌치끼순이]
지금은 이제 내가 좀 더 잘해주는 왕자님이라도 되어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톨]
ㅋㅋㅋㅋ그럼 너의 이상형에 대해서 말해줘^^(이미 너무 잘 알고있음)
[프렌치끼순이]
아 진짜
[톨]
이미 다 알고있지만 인터뷰잖아~ 그리고 재밌잖아~ 야 그리고 너 이제 여기 살지도 않는데 뭐 어때!
[프렌치끼순이]
(포기) 일단은 내가 그러니까, 이제 이상형을 알아가게 된 과정이, 한국에 있으면서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을 많이 하잖아요. 앱을 쓰면서 느낀게, 나는 내가 평균적인 한국애들한테도 끌리지 않고, 다른 한국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막 좋게 봐준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그래서, 내가 뭔가 잘못된 시장에 있는 건가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었어. 그런데 이제 그때 막 틴더라는 앱을 쓰면서,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인들을 좀 만나기 시작했는데, 그때 외국인들한테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아가지고 뭔가 내 시장은 다른 곳에 있나 보다 이런 생각을 했어. 그게 그러다보니까 내 이상형이 좀 바뀐 걸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약간 평균적인 한국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특성들에 끌렸던 것 같아.
[톨]
진짜 신기한게 그럼 니 애인은 너의 그 이상형을 다 충족하고 있는거네. 맞지? 이상형이랑 만나고 계세요.
[프렌치끼순이]
(쑥스러워하며)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톨]
그러면 너가 생각하는 상대방의 이거는 용납할 수 없다. 애인감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결격사유같은건 있어?
[프렌치끼순이]
굳이 꼽자면, 뭔가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
[톨]
예를 들면 바람을 피우는?
[프렌치끼순이]
바람을 피운다든가, 나에게 말을 하지 않은 채로 뒤에서 뭔가 다른 일을 벌린다든가.
[톨]
그럼 지금 애인은 너한테 있어서 어떤 의미야? 너의 결핍을 채워주는 사람일까?
[프렌치끼순이]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거든. 그러니까 이제 지난 연애가 끝나고 솔로인 기간이 1년 넘게 있었고 하다보니까, 처음에 누구를 찾을 때는 내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 이런 걸 찾았던 것 같은데, 오히려 지금 연애를 하면서 뭔가 관계가 안정되어 가는 중이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나도 상대에게 힘이 되고 상대도 나한테 힘이 되는, 상호적으로 도와주는 관계로 되어가는 게 나는 되게 이상적인 것 같아.
[톨]
(뭔가못마땅함) 너무 이상적인 답변이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프렌치끼순이]
왜냐하면 가령 그런걸 어떨 때 느끼냐면, 애인이 요즘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좀 많이 갖고 있는데 그런 불평불만을 토로하면 그런거 들어주고, 힘들면 한 번 안아주고, 맛있는 요리해주고 그런 걸 상대가 굉장히 좋아해. 그리고 그걸 보면서 나도 되게 행복하고, 나도 힘든 일 있으면 똑같이 얘기하고.
[톨]
그러니까 서로한테 안정감을 주고 좀 기댈 수 있는 그런게 된다는거지. 그런데 내가 말하는 결핍은 진짜 어떤 나쁜, 부족한, 부끄러운 의미가 아니라, 그런 안정감을 원하는 기분도 일종의 결핍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니까 그런 걸 의미하는 거였어. 서로가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인거지.
[프렌치끼순이]
그리고 옛날에 알랭드보통이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 아는 작가가 있는데. 그 사람이 사랑에 대한 강연을 하는 유튜브를 본 적이 있거든. 그런데 그 사람이 얘기하다가, 이제 결혼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미친짓이다. 왜냐하면 상대가 상대를 구속하는 행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이유가 있다. 그건 자신의 내적 성장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하더라고. 근데 그 당시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하는데 내적 성장이라는게 뭘까 솔직히 그 때는 이해를 못했는데, 요즘은 그 의미를 약간 알 것 같아. 내가 이렇게 상대와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나도 내 스스로가 옛날에 비해서 뭔가 나아진 사람이 되었다는 그런 느낌. 내가 성장했다는 느낌. 그런 걸 받아서 나도 그게 좀 충격이었어.
[톨]
내가 나아진다는 느낌은 어떨 때 구체적으로 느껴?
[프렌치끼순이]
내가 이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그런 느낌. 그리고 뭐랄까, 내가 필요할 때 상대방에게 도움을 받을 줄도 알게 되고, 그런 점에 있어서 옛날의 나와 비교해보면 뭔가 좀 더 성장한 내가 된 것 같아. 내가 표현을 잘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톨]
잘했어. 나 이것도 궁금하긴 해. 우리나이대에 많이들 생각해보는 개념인 것 같은데. 캐나다에서는 오픈릴레이션십이 어떤 의미야?
[프렌치끼순이]
거기도 솔직히 앱을 보면, 내 생각엔 그냥 아무리 낮게 잡아도 반 넘는 사람들이 오픈릴레이션십을 하거나, 심지어 폴리아모리를 하는 사람들도 꽤 보여.
[톨]
폴리아모리하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고?! 그리고 반절 이상이 오픈릴레이션십?
[프렌치끼순이]
그냥 앱에서 보이는 사람들. 앱에서 프로필을 보면.
[톨]
그럼 이미 커플인데 앱을 하면서 오픈이라고 걸어놓는 건가?
[프렌치끼순이]
그건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본인들은 오픈릴레이션십이라고 기본으로 깔아놓더라고.
[톨]
그럼 그게 이미 굉장히 익숙한 개념인 거네.
[프렌치끼순이]
굉장히 트렌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게 도입이 언제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그냥 그걸 굉장히 쿨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톨]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프렌치끼순이]
나는 다른사람들이 하는 건 존중은 하는데, 나는 그렇게 할 깜냥은 안되는 것 같아. 내가 그냥 엄청 질투를 느낄 것 같아.
[톨]
그런데 너 남자친구는 현지사람이잖아. 너보다 그 개념이 더 익숙해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아직 만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얘기는 안하려나?
[프렌치끼순이]
근데 초기에 오히려 내가 대놓고 물어봤는데, 자기는 할 생각이 없대. 물론 걔도 미래에는 생각을 바꿀지도 모르겠지만.
[톨]
그런데 그 대답으로 너한테 많은 점수를 땄겠는뎈ㅋㅋㅋ
[프렌치끼순이]
그럴 수도 있엌ㅋㅋ 걔는 뭐 그걸 신경 안 쓰고 얘기한 것 같긴 하지만
[톨]
신기해. 캐나다에서는 굉장히 흔한 개념이고, 거의 트렌드라고 볼 수 있을 정도라는게. 심지어 폴리아모리도 흔하지 않은 개념은 아니구나.
[톨]
그럼 다음 주제 선택해봐봐.
[프렌치끼순이]
그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할래.
[톨]
너가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뭐야?
[프렌치끼순이]
나 어제.
[톨]
어제?! 굉장히 가깝네?
[프렌치끼순이]
뭐가 있었냐면. 알리앙스 프랑세즈라고 하는 프랑스어 학원이 있는데, 이제 거기도 내가 여기 한국에 있는 동안 잠시 다니자 해가지고 등록을 했었어.
[톨]
(어이없음) 아니 진짜 대단하네. 캐나다 퀘벡에 있다가 한국에 잠깐 들어오는데 그 한국 들어와있으면서 프랑스어 학원을 다닌다고?!
[프렌치끼순이]
일주일에 한 번. 근데 이제 거기서 이번 주말이 프랑스대혁명 기념일이거든. 우리 광복절하고는 물론 다르겠지만, 그래서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 행사를 한다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점심 만찬을 주고, 각종 행사를 준비해서 프랑스대혁명의 역사 이런 거 설명해주고, 프랑스샹송 배우는 시간도 있고, 마지막에는 보드게임 같은 것도 하고, 상품 추첨식도 하고 그랬는데 그 순간 거기서 보낸 몇 시간이 그냥 너무 좋았어. 점심도 너무 맛있었고. 물론 그게 알고보니까 신세계 백화점에서 좋은 것들을 많이 사오셨더라고. 치즈랑 빵이랑. 내가 궁금해서 물어봤거든. 이런 거 어디서 샀냐고. 술도 약간 취했어. 와인을 마시고 그랬는데. 거기서 처음 뵌 분이랑 이렇게 얘기도 좀 잘 했고, 게임할 때도 조를 짜서 게임을 했는데, 각 조에 6명이 있으면 6명이 다 다른 대답을 해야돼. 프랑스어로 동물을 말하시오 하면 6명이 각자 다 다른 동물 이름을 말해야 되고 그래야되는거야. 스피드게임이니까 이제 빨리 손을 들어서 6명이 다 얘기를 해야되는 그런 건데 우리 조가 몇 번 이기기도 했어. 물론 이겨서 받은 거는 쿠키 막 이런 거였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랑 이런 활동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고 그랬던 것 같아. 물론 마지막에 상품 추첨식에서 내가 당첨이 못 돼서 그거는 약간 좀 아쉽긴 했는데, 나는 원래 내 인생에서 뽑기 운은 정말 없는 것 같아서 별 기대를 안하기는 했어.
[톨]
ㅋㅋㅋ 요즘에 느꼈었던 가장 행복했던 기억 이걸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당황해하는경우도 많거든. 보통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에 한 걸음 떨어져서 메타인지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순간순간 내가 느끼는 행복을 인지해서 즐기는 것도 좋은 연습인 것 같아.
[프렌치끼순이]
이게 아까 내가 말한 거랑도 관련이 되는게, 앞으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않고 매 순간순간 집중하는 것.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냥 전반적으로 사소한 것들에서도 행복감을 더 느끼는 것 같아.
[톨]
나도 그런 연습을 좀 하는 것 같아 요즘에.
[프렌치끼순이]
내가 그리고 지금 첼로를 배운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스트레스 받을 때도 많거든. 이게 왜냐하면 실력이 정말정말 느리게 늘어. 그리고 가끔 해보면, 내가 몇 달동안 연습한 게 그냥 물거품이 된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어. 그런데 그러다가도 내가 좀 잘 못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약간씩 되고 이러니까 그때 좀 엄청난 희열이 있단 말이야. 드디어 이게 내가 되는구나~ 이런. 그리고 얼마 전부터 내가 일본애니메이션을 좀 많이 보는데, 최근에 콘서트홀에서 그런 유명한 주제곡들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그런 연주회가 있어서 갔다왔거든. 그때 귀멸의칼날 주제곡 중 하나를 해가지고 그거를 감명깊게 들었는데, 그 이후에 교보문고에서 첼로로 하는 악보집을 하나 샀어. 그런데 마침 거기에 그 곡이 딱 실려있는거야. 그리고 내가 딱 연습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톨]
ㅋㅋㅋㅋㅋ진짜 딱이었네.
[프렌치끼순이]
그래가지고 그거를 며칠간 열심히 연습을 했어.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느니까 그게 그렇게 즐겁고.
[톨]
이 주제 말하니까 엄청 기운차고 반짝반짝하넼ㅋㅋ 이 주제가 나도 좋은게, 사람들이 막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서 말하면 기분좋아지는 그런 감정같은게 전염성도 있는 것 같거든. 그럼 너는 대가가 없어도 평생 하고 싶은 일이나 취미, 분야같은건 있어?
[프렌치끼순이]
이거는 미래에 바뀔 수도 있겠지만, 나는 프랑스어도 그렇고 언어에 전반적으로 좀 관심이 많은 것 같아. 요즘은 그냥 취미로 일본어도 공부하고. 얼마전에 일본 다녀오기도 했거든.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면서, 이걸 내가 좀 자막 없이 어느 정도라도 이해하면 되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그래서 그냥 취미로 일본어 공부하고 있고. 그리고 내가 요즘에 또 뭐 하고 있냐면, 미국애들이 많이 쓰는 레딧이라고 하는 사이트가 있는데 그게 우리나라 약간 디씨같은거야.
[톨]
아 뭔지 알아
[프렌치끼순이]
그래서 이게 그게 막 세부 주제별로 서브레딧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한국어 배우는 사람들이 한국어로 작문을 하는 서브레딧이 있어. 거기서 그냥 자기들 글 고쳐달라고 올린단 말이야. 근데 내가 이거 한 지 며칠 안 되긴 했는데, 하루에 약간 한 개 정도씩, 한 문단이나 두 문단 정도의 짧은 글이 올라오면 내가 그걸 고쳐주는데 그냥 그게 되게 재밌는거야.
[톨]
너한테 딱인거 아니야? 너 언어 좋아하고, 가르쳐주는거 좋아하잖아.
[프렌치끼순이]
물론 내가 막 이렇게 한국어 문법을 설명하고 이런건 아직 못하는데.
[톨]
그래도 뭐가 맞는지는 알지.
[프렌치끼순이]
그래서 막 그런 생각도 들어. 미래에 좀 시간이 되면, 이런 한국어 교사 자격증 이런 것도 따면 좋을 것 같아. 요즘 케이팝 유행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기도 했지만, 이거는 또 내 모국어니까 내가 제일 자신있는 거니까. 그래서 이게 하나의 부업처럼, 꼭 돈이 안 되더라도 할 수 있으면 그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톨]
좋네. 그런게 진짜 좋은 것 같아.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계속 생겨나가고, 그걸로 또 인생의 작은 목표같은게 하나씩 생기고. 그런 것들이 이어지는게 진짜 삶을 이어나가고 행복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기도 하고.
[프렌치끼순이]
그렇잖아. 저기 뭐야, 사람들이 인생을 게임에 많이 비유를 하잖아.
[톨]
퀘스트 같은게 있어야 된다고.
[프렌치끼순이]
그러니까 이제 게임도 메인 퀘스트 다 깨고 나면 할게 없잖아.
[톨]
서브퀘스트같은게 있어야돼.
[프렌치끼순이]
그런데 나는 이게 게임이랑 큰 차이라면 내가 나한테 퀘스트를 줘야 되는 것 같아.
[톨]
맞아. 그런데 또 어느 한편으로는, 나는 사람들 타고난게 대부분 결정한다고 생각하거든. 너가 스스로한테 퀘스트를 줘야된다는 의미도 뭔지는 알겠는데, 나는 내가 타고난 재능이랑 흥미를 따라가서 숨겨진 퀘스트를 찾아간다는 느낌이 강하긴해.
[프렌치끼순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또 이게 나이 듦의 일부인 것 같아. 내가 옛날에 몰랐던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들도 있고, 내가 이런 것도 좋아할 수 있구나 하는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약간 내 관심사를 넓히려고 노력을 하고, 사람들이랑 얘기하다가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보면서 나도 이런 것도 해볼 수 있겠는데 뭐 이런 생각도 하고.
(잠깐 사담)
[톨]
그럼 너가 더 하고 싶은 얘기 있어?
[프렌치끼순이]
이거는 그냥 행복 전반에 관한 얘기인데. 내가 책보거나 심리학자들 강연 이런 걸 보면서 많이 느낀 건데, 옛날에는 항상 조건이 붙었거든. 내가 이걸 달성하면 좀 더 행복해질 거야 라든가, 내가 이것만 좀 참으면 그다음엔 행복해질거야.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지나고 나니까 물론 부분적으로 맞긴 했겠지만. 가령 뭐 고등학생이 수능 준비해서 올인해서 좋은 대학을 간다면 그 순간에는 기분이 정말 좋겠지만 결국 인생은 계속 흘러가고 항상 인생은 우리한테 도전 과제를 계속 주는 것 같아. 도전과제든 고통이라든가, 시련이라든가 이런게 항상 오고,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불행한게 없는 이상적인 행복한 상태라는 건 결국 없는 것 같거든. 인생에는 늘 고난과 시련이 오기때문에, 행복한 순간에는 감사하고, 그런 고난 시련에는 너무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아야되는 것 같아. 내가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뭔가 어떤 식으로든 성장을 해서, 내적인 내구력? 그런 탄성력? 이런 걸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몇 년 전부터.
[톨]
약간 나이를 먹으면서 다들 조금씩 그렇게 느끼는 건가? 나도 옛날부터 그런 부분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아까 내가 말했던 그런 불안감 있잖아. 또 이런 사고가 날 수 있고, 죽음이 바로 찾아올 수도 있고, 이번에는 너무 운이 좋게 그런 후유증에서 내가 거의 회복을 했지만 정말 회복 불가능한 심각한 후유증이 나중에 또 나오거나, 또 다른 사고로 뭔가를 잃게 됐을때, 나는 일상의 삶과 행복을 어떻게 다시 되찾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해보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뭔가 그런 고민들에 대한 구도의 과정으로 요즘 약간 불교철학 관련 책을 좀 찾아보는 것 같고, 그래서 그게 되게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
[프렌치끼순이]
읽었던 것 중에 좀 감명 깊었던 게 있어?
[톨]
그 부처님의생애 관련 책을 보면서, 부처님이 이제 구도를 향해 떠나잖아. 그러면서 여러가지 고난을 겪고 많은 수행자들을 만나는데, 그 수행자 중에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참선같은걸 하면서 선정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이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그 선정에 오르면 그 순간에는 번뇌와 욕망 이런게 다 잊어버리는 거지. 그런데 부처님은 그 선정에 다다르는 경지로 수행을 했지만 결국 그 순간이 지나가면 번뇌같은 것들이 다시 찾아온다는 걸 알고는 이게 해답이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구도를 위해 떠나는 장면이 나오거든. 그런데 거기서 나 묘한 공감을 느꼈어. 나도 가끔 마음이 맑아지거나 그럴 때면 내가 겪었던 일들이나 마음의 고통 혼란같은것들이 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마음이 온통 평온하고 그런 순간들이 있거든. 그런데 그게 다시 시간이 지나면 그런 고통들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돌아오니까. 내가 막 부처나 고행자들의 수행과정에 이르렀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모습이 겹쳐보이면서, 묘한 위로같은걸 느껴. 물론 이런 부처의일생 관련된 것도 너무 신화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막 다큐같은 얘기로 믿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런 느낌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공감하고 더 알아가보려고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음. 근데 거의 이거 내 인터뷰잖아.
[프렌치끼순이]
아니 왜 나도 재밌는데.
[톨]
으악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친구 사교관계 주제로 가볼게. 너는 친구관계가 너에게 어떤 의미라고 느껴?
[프렌치끼순이]
나는 뭔가 애인이 있으면 애인이 우선순위가 되기는 해.
[톨]
맞아. 그게 좀 자연스럽지.
[프렌치끼순이]
애인도 나를 우선순위로 둬 주면 좋겠고. 그런데 결국은 균형이 어느정도 필요한 것 같아. 애인도 자기 친한친구들이 있고 그러다 보니까, 나도 너무 애인을 옥죄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만나. 본인이 가끔 친구들이랑 시간보내고 싶다고 하면, 그게 너무 우리가 보내는 시간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라면 가서 재밌게 놀고 와라. 이렇게 해. 근데 나도 한국에 좋은 친구들이 있지만 지금은 자주 보지 못하니까, 나도 거기서 내 친구들을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쉽지 않은 것 같아.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학교에서는 같이 수업을 듣는다든가 밥먹으러 간다든가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기 쉬운데, 밖에서는 확실히 쉽지 않은 것 같아.
[톨]
맞아. 솔직히 우리 동갑애들이 학교에서 동아리로 만나서 친해진 것도 사실은 운이 되게 좋은 일이었던 것 같아.
[프렌치끼순이]
그 때 뭔가 애들이 우수수 들어왔었지.
[톨]
그 때 내가 상당히 열심히 모아서 놀았지. 물론 지금은 조금 흩어지기는 했지만.
[프렌치끼순이]
10년이 지났는데 뭐.
[톨]
10년이 뭐야 지금 14년째일걸.
[프렌치끼순이]
그런데 어쨌든 이렇게 계속 연락하고 만나고 하는 그걸로도 대단한거지 사실.
[톨]
그리고 나는 오히려 나이먹으면서 깨닫는 건데, 옆에 있는 친구들이 굉장히 중요한 존재인 것 같아. 예전에 어렸을 때는 그냥 사실 같이 노는 유희의 동반자같은 느낌이잖아.
[프렌치끼순이]
유희의 동반잨ㅋㅋㅋㅋ
[톨]
맞잖아. 표현이 좀 웃기긴한데. 그런데 나이를 같이 먹고, 세월이 쌓이고 그러면서 다들 인생에서 그런 파동이 있고 풍파가 있고 할 때,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어서 그런지 같이 공감해주고 또 나랑은 다른 관점에서 얘기해주고 그런 부분에서 마음의 위안이 좀 많이 되는 것 같아. 나를 좀 충분히 알면서 동시에 나한테 일어나는 일들을 공감하고. 그러면서 듣기좋은말만 해주는게 아니라, 각자의 배경을 가지고 좀 기탄없이 얘기해주고 이런게 고맙다고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 같아.
그런데 퀘벡에서는 친구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죠?
[프렌치끼순이]
그냥은 친구를 만들기가 힘드니까, 어떤 활동을 통해서 만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 가령 뭘 했었냐면, 합창 수업을 들어갔던 적이 있어. 일주일에 한 번 이렇게 사람들 모여가지고 사람들이 지도하는대로 같이 합창하고. 그런데 나는 그냥 그 노래하는 순간도 좋았던 것 같은데 아쉽게도 막 되게 친한 친구를 만들고 이러지는 못했어. 내 나이 대의 남자들이 별로 없었고, 대부분이 연세가 좀 있는 여자분들이었거든. 또 일본어 학원도 다녔었거든. 일본 문화센터가 있어가지고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들어갔어. 어쨌든 거기서도 이제 조금이라도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면 친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갔는데, 일본어 배우는 건 재밌었지만 아쉽게도 막 친구가 될 만한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어.
[톨]
그런데 이쪽 사람들만 하는 모임도 있었을 거 아니야.
[프렌치끼순이]
그래서 이번에 돌아가면 게이합창단을 들어갈 생각이야.
[톨]
ㅋㅋㅋㅋㅋ 그래 그렇게 수업이 아니라 아예 어디 소속되어 있어야 그 안에서의 연대감도 쌓이고 하면서 더 친해지기 쉬울듯.
[프렌치끼순이]
수업 들을 때 나로서는 약간 실망스러웠던 게 좀 수준이 낮았거든.
[톨]
ㅋㅋㅋㅋㅋ 나의 노래 실력으로는 얘네랑 같이 부르기 싫다?!
[프렌치끼순이]
ㅋㅋㅋ 노래실력 그런 것도 있지만, 어쨌든 악보를 보고 하는데 나는 그래도 어렸을 때 피아노를 쳐서 악보를 보고 노래를 할 수 있거든. 그런데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악보를 볼 줄 몰랐어가지고 그런 데서 좀 시간을 낭비했던 적도 있고 해서. 그래서 나는 뭔가 좀 악보를 볼 줄 아는 사람들이랑 노래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
[톨]
ㅋㅋㅋㅋ그래서 캐나다로 돌아가면 게이 합창단을 들어갈 예정이구나. 무지 티피컬하지만 너무 재미있을 것 같네.
[프렌치끼순이]
가서 친구가 될 만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같이 그냥 노래하고 이런 게 큰 즐거움일 것 같아.
[톨]
맞아 그럴 것 같음. 은근히 그 합창이 주는 카타르시스같은거 있잖아.
[프렌치끼순이]
내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 학교에 합창단이 있었거든. 그래서 오디션을 봐서 들어갔어. 근데 그거를 엄마한테 막 자랑스럽게 얘기를 했더니, 아니 공부를 해야지 그런걸 어디서 하냐고 그래가지고 결국 못했어.
[톨]
ㅋㅋㅋㅋ그게 약간 한으로 남아서 응어리가 쌓인거구나. 내가 합창단을 하고야 말리!
[프렌치끼순이]
그래서 이제라도 미뤄왔던 꿈을 실현시키는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
[톨]
너 부모님한테 커밍했었나?
[프렌치끼순이]
아버지는 말고 엄마랑 누나한테는.
[톨]
그런데 너가 어쨌든 캐나다에 가 있으니까 그런 결혼압박같은 부분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겠다.
[프렌치끼순이]
그렇긴 한데. 나는 이미 내 애인의 가족을 만났거든. 4월에 부활절이 있는데 거기서 나름대로 큰 명절 중의 하나란 말야. 부활절에 애인 어머님 댁에 가가지고, 어머님이랑 애인의 형 되는 분이랑 만나가지고 1박2일간 있었어. 같이 밥도 먹고 지냈는데 그냥 그런데 되게 좋았어. 뭔가 내가 이 가족에게 환영받는다는 느낌. 그런 거는 지난 연애때는 없었거든. 전애인 부모님은 좀 호모포빅하셨고, 그래서 그런 명절에도 항상 전애인은 가족들이랑 저녁먹으러 가고 나는 약간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고 그랬었단 말이야. 그래서 나는 내가 이렇게 상대 가족의 일원으로 소속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뻤어. 그런데 만약 이 관계가 깊어진다면 이제 나도 한 번은 애인을 한국에 데려와서 가족을 소개시켜주고 그러고 싶은데 과연 그게…
[톨]
그게 원만하게 될지.. 그리고 너가 느꼈던 그 동일한 기쁨을 애인한테도 누리게 해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이 될지…
[프렌치끼순이]
그게 아마 쉽지 않겠지. 넷플릭스에 그런 내용으로 있었는데. 제목은 기억이 안 나.
[톨]
그 중국사람 얘기지. 나도 본 것 같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보통의가족 을 의미했음)
[프렌치끼순이]
그 사람도 애인을 그냥 친한 친구라고 이렇게 소개를 하잖아 가족들한테.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해야되나.. 물론 이제 어머니는 애인의 존재를 알고 있는데, 내가 엄마랑 매주 통화를 하면서 느끼는 건, 지난 주말에 애인이랑 이런 거 저런 거 했다 이렇게 나름대로 그냥 캐주얼하게 하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좀 반응이 시큰둥해서…
[톨]
아직도 조금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듣기 거북해하시는게 있구나.
[프렌치끼순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나랑 얘기할 때도 항상 애인이라든가 남자친구라고 안하고, 그 친구, 그 사람 약간 이런 식으로 지칭하시더라고. 그래서 그런게 좀 아쉽긴 한데도,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도 해.
[톨]
그게 되게 안쓰러운 포인트인것 같아 우리가. 누군가, 헤테로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인정받고, 서로 존중하면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그냥 우리 주변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인식에 갇혀있다고 해서 그게 서로에게 이렇게까지 고통을 줘야할 일인가 싶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았는데.
[프렌치끼순이]
두고 봐야지. 미래에는 어떻게든지.
[톨]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우리 가야돼 이제. 그럼 마지막으로 이 톨터뷰를 한 소감을 말해주세요. ㅋㅋㅋ 너가 캐나다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래도 나름 1년 반만에 보는건데 오자마자 와서 마이크 달고 막ㅋㅋㅋㅋㅋ
[프렌치끼순이]
처음에는 초대를 받아서 좀 놀라기는 했는데, 나도 해보니까 굉장히 재밌었던 경험인 것 같고, 물론 너 톨터뷰를 보시는 분들이 어떤 사람이라든가 이런 거는 잘 모르겠지만,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인터뷰를 보면서 뭔가 삶의 활력소가 되고 이런 느낌을 가져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왜냐하면 나는 다른 사람들 인터뷰를 보면서 되게 재밌다고 생각했거든.
[톨]
그치. 다들 서로가 재미있었으면 좋겠어.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떡볶이나 먹으러 가자.(여고생모먼트)
(인터뷰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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