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와플 1편
1부: 자기소개와 정체성
[톨]
소개해봐. 자기소개. 너 익명으로 할 닉네임도 생각 안했지.
[전투와플]
아~ 보고올 걸 그랬다. 진짜 너무 별로다. 사람이. 하겠다고 해놓고 기본적인 자세도 안 되어있네.
[톨]
아니야. 인터뷰 해주신다고 한 것만도 감사하죠^^... 닉네임 뭘로 할껀데?
[전투와플]
와플로 할게. 와플쳐돌이니까.
[톨]
그것밖에 자기소개가 없어요?^^?
[전투와플]
아뇨 있어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기갈이 사라지고 있는 [전투와플]이라고 해주세요.
[톨]
그럼 나이대는?
[전투와플]
20대 후반이죠^^
[톨]
^^ 30대 초반으로 할게요. 그럼 봐봐. 헤테로가 1~ 완전게이 10 넌 몇이야?
[전투와플]
난 7
[톨]
7? 진짜? 왜?(의아함)
[전투와플]
5부터 바이 아니야?
[톨]
5가 완전 바이. 그런데 7은 그럼 여자가 좋기도 하다는거야?
[전투와플]
응. 플라토닉은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톨]
아 진짜?? 뭔가 신선하네.
[전투와플]
좋아하는 사람이, 친구로서도 굉장히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
[톨]
그러니까 뭔가 그 성적인 그런게 아니라 플라토닉한 건 가능하다는 느낌에서 7이네. 그럼 언제 처음 게이라는 걸 알았어?
[전투와플]
흑역사인데..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루토 망가를 보고 알았어.
[톨]
망가?! 그럼 걔네들을 BL물로 만든거야?
[전투와플]
그냥 어디 우연히 들어가다가 그 나루토랑 사스케가…ㅋㅋㅋㅋㅋ
[톨]
ㅋㅋㅋㅋㅋㅋ진짜?
[전투와플]
열심히 보고 나섴ㅋㅋㅋ
[톨]
심지어 2D ㅋㅋㅋ 근데 나도 사실 비슷함. 나는 붉은매 좋아했거든..
[전투와플]
붉은매? 나 그거 뭔지도 몰라.
[톨]
ㅡㅡ 여기서 세대차이나.. 짜증나… 나 완전 어렸을 때긴해. 거의 초등학교 1학년 때일걸.
[전투와플]
형 무슨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았어?
[톨]
아니. 그걸 안 건 아니고, 그 때 그 주인공을 엄청 좋아했는데 돌이켜보면 그렇다는 거지.
[전투와플]
(붉은매 찾아봄) 진짜 모르겠어. 어떡해(조롱조)...
[톨]
재수없어^^... 야 그거 명작이야.
[전투와플]
미안해^^ 어쨌든 난 나루토였어.
[톨]
어쨌든 만화였다~
[전투와플]
대답이 너무 짧나?
[톨]
아니 짧아서 좋은 점도 있어. 인터뷰 하면 보통은 자기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어하긴 하는데 읽는 사람 생각하면 단답형이 더 좋을지도. 사람마다 어차피 대답하는 스타일이 다르니까. 난 사람마다 다른점도 재밌지만.
그럼 진로를 선택하거나, 너가 과거에 어떤 선택을 할 때 너가 게이였기 때문에 한 선택들이 있었어?
[전투와플]
원래 검사를 하려고 생각했었거든. 변호사가 아니고. 왜냐하면 내가 기가 세니까 되게 잘 어울린다고, 나 가르치는 검사님들이 검사에 지원을 하라고 이런 얘기를 많이 하셨단 말이야. 원래 검사들이 기가 세고 이런 좀 그런 사람들이 해야 되잖아.
[톨]
몰아붙이고 막.
[전투와플]
그런데 고민중에 가장 컸던 건, 너무 마초적인 문화일까봐 걱정이 됐어. 물론 군대에서 적응 잘 하기는 했지만 그런 분위기가 걱정이 됐고. 사실 가장 큰 건, 너무 진지하지 않은 이유라서 미안한데.. 지방에 있으면 이태원을 못가잖아.
[톨]
ㅋㅋㅋㅋㅋㅋㅋ아니야 나 그런 이유 너무 좋아 진짜 ㅋㅋㅋㅋㅋㅋ
[전투와플]
형 내가 그렇게 딥(deep)한 사람이 아니어가지고.. 그래서 제가 약간 우파인 것도 있는게, 좀 뭔가 어떤 선택이나 이유를 나의 소수성에서 별로 찾지 않았어. 나의 정체성에 대한.
[톨]
근데 나 다른 친구들이랑도 그 이야기 하긴 했어. 성적정체성만 소수자일 뿐이지 우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해서 다른 분야에서는 우리가 주류에 속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이거 가지고 우리가 늘 어디에서나 소수자라고 말해도 되는걸까 이런거.
[전투와플]
그래서 사실은 그런 이유가 전부였지. 내가 이쪽 사람이기 때문에 한 선택들은. 그런데 반대로 이쪽 사람인데 검사를 하는 사람도 있어. 직업군인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니까 본인이 가지지 못한 그런 매스큘린한 모습들을 그런 직업을 가짐으로써 좀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 전부는 아니지만 분명히 그것도 선택의 이유 중 하나였을 거라고 나는 생각해.
[톨]
어쨌든 너는 너의 성정체성이 직업 선택에 있어서 어쨌든 영향을 미치긴 했다는 거네. 그런데 그 선택은 너가 로스쿨 들어가고 나서의 선택인거잖아. 로스쿨은 왜 선택했어?
[전투와플]
그건 내 성정체성과 전혀 상관이 없어.
(개인사내용)
미안햌ㅋㅋㅋ 너무 사람이 한 선택이 진지하지 않았지.
2부: 연애와 사랑
[톨]
ㅋㅋㅋㅋㅋ아니 나 너무 좋은데. 사실 어떤 선택이라는 건 다들 사실 비슷한 이유일 수 있는데, 나중에 의미 부여를 다르게 한 거일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ㅋㅋㅋ
음 그럼 다음 주제 선택해 봐봐(주제나열)
[전투와플]
음.. 연애 관련은 내가 잘 못하는 거라서 약할 수 있어.
[톨]
잘 못하시는 부분인가요? 어제도 이태원에서 잘 팔리셨다고 자랑을…
[전투와플]
^^ 다른얘기, 친구는 자신있어.
[톨]
너가 자신있고 없고가 아니라, 너가 하고 싶은 주제는 뭔데?
[전투와플]
요즘 고민하는 건 사실 그 연애랑 섹스 관련..
[톨]
그럼 그거 해보자. 연애 관련해서 지금 만나시는 분은 뭐 당연히 없으신 걸로 알고있고요~
[전투와플]
^^^^^
[톨]
마지막 연애는 언제야?
[전투와플]
…한 4년 전?
[톨]
진짜 오래됐구나…
[전투와플]
갑자기 대화할 거랑 질문할 게 없어지는거야?
[톨]
아냐^^ 왜 그렇게 오래된거야?
[전투와플]
일단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느라 그랬고. 그동안 별로 이쪽 노출이 없었으니까. 어플 같은 것도 많이 안 하고 그러다 보니까 사람을 못 만났고.
[톨]
이태원은 종종 다니지 않으셨어요?
[전투와플]
아니야. 진짜 1년에 한 두번 왔는데.
[톨]
그럼 올 때마다 저를 보신건가요? 나도 1년에 한 두번가는거 알지?
[전투와플]
^^^^^^^ 올해는 많이 나갔는데, 내 말은 이제 지난 3년 동안 그랬다는 거지.
[톨]
그래 그러면 이제는 조금 안정됐으니까?
[전투와플]
그래서 요즘은 연애를 좀 하고싶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 같아.
[톨]
그럼 너는 연애관이나 사랑관 있어? 나는 약간 이런 연애가 맞겠다.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전투와플]
내가 좀 이쪽 사람들에 비해서 특이한 부분들이 있어. 연애 같은 걸 할 때. 이런 거 나가면 안되는데ㅠ 나 진짜 한녀여가지고.
[톨]
괜찮아^^
[전투와플]
이게 처음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 그 사람이 엄청 좋아도, 속도가 너무 빠르게 가까워지면 되게 거부감이 들어.
[톨]
너의 감정은 막 엄청 좋은데도?
[전투와플]
내가 그런 약간 회피애착스러운 그런 성향이 있어가지고, 누군가를 좋아해도 그 사람이 갑자기 나한테 확 오게 되면 거부감을 느껴. 왜냐면은 솔직히 사람이 친해지고 하는데는 어떤 라포형성의 시기가 필요한데, 갑자기 만나서 서로 식이 돼가지고 자고 나서 그 다음날부터 연인이 돼서 매주 만나야 되고 매일 뭐하는지 보고해야 되고 이런 거에서 좀 거부감을 느껴. 갑자기 되게 인공적이고 의무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그래서 연애를 좀 못하는 것도 있거든. 그래서 나는 좀 천천히 알아가면서 그사람이랑 좀 더 가까워질 수록 그 단계를 높여가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 그런데 대부분의 이쪽 사람들은 그걸 이해를 잘 못해주잖아. 그래서 그 속도가 남들에 비해서 아주 느린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거를 내가 어플에서 처음 만난 사람한테 얘기하기에도 좀.
[톨]
그치. 갑자기 그럴 수 없잖아. 제가 그쪽이 마음에 드는데, 저 되게 천천히 가는 성격이라서요~ 이러면 좀 웃기잖아. 자기 싫다는 소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전투와플]
그래서 좀 연애를 하기 힘든 편인 것 같고, 또 막상 아이러니하게, 내가 좀 천천히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는 건 그만큼 내가 관심이 없다는 뜻이거든.
[톨]
모순적이네. 너가 스스로 확 감정이 생겨서 가까워지는 것도 본능적인 거부감이 드는데, 또 너가 천천히 알아가고 싶은 사람은 너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인거네.
[전투와플]
그리고 상대방도 나를 천천히 알아가고 싶다는 건 나한테도 그만큼 많은 관심은 없다는 뜻이잖아.
[톨]
그런데 보통은 만나자마자 자고나서 그 다음날 서로 갑자기 맨날 연락하고 뭐했는지 물어보고 이렇게 하는게, 라포형성이 하루아침에 확 돼서 그런게 아니라, 서로 호감을 확인했으니까 앞으로 우리 라포형성을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그런 의사표시로 해석할 수 있잖아.
[전투와플]
그치. 근데 나는 그게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그러면 겁을 먹어. 그 사람이 좀 부담스러워서. 그래서 진짜 의외지만 내가 원나잇을 거의 두 세 번밖에 안해 본 것도 그런 이유야.
[톨]
모르는 사람이랑 하면 확 현타가 오니까.
[전투와플]
그치.
[톨]
그런데 꼭 이쪽 애들에 한정짓기 보다는, 일반들도 서로 마음에 들면 그 다음날부터 확 빠져드는 경우가 있잖아. 너가 자기방어기제가 좀 강한게 아닐까?
[전투와플]
어. 약간 좀 심리적인 장벽이 있어.
[톨]
그럼 너가 스스로 방어기제가 너무 강해서, 상대방의 접근에 겁을 먹는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으면, 그 점에 대해서 해결해보려고 노력하는 그런건 있었어?
[전투와플]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친구로 지내고 있는 애들 중에 잡아먹는 방법([톨] 어이없는 표정). 이미 라포가 형성된 사람들이지.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가 사람을 그냥 미적지근하게 만나는거야. 마음에 들어도. 연락을 계속 안하고 그냥 만날 약속만 잡고, 평소에 갠톡을 하지 않고.
[톨]
ㅋㅋㅋ그럼 그 사람은 너가 미적지근해서 자기를 안 좋아한다고 느끼고 도망갈 수 있잖아. 좀 위험한 방법이네.
[전투와플]
근데 그게 최선인 것 같아.
[톨]
너가 자기방어본능이 너무 강하다는 걸 알면, 그걸 좀 낮추고 겁을 먹지 않아야겠다 라는 것도 해결책으로 생각할 법 한데?
[전투와플]
근데 그렇게 몇 번 해봤는데 안 되니까. 그냥 개인적으로 연락을 매일매일 해야될 것만 같다는 생각만으로도 일단 스트레스를 받고. 왜냐하면 초반에는 그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고 할 얘기도 없고 그렇잖아. 그런데 그걸 이제 계속 짜내야 되고, 그렇게 행동해야한다는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최근에 만나서 연락을 했던 사람들은 그냥 소개팅처럼 단 한 번 나가서, 애프터로 어떤 날짜를 잡고 그때 봐요~ 하고 연락 안하고 이런식으로 좀 했었어.
[톨]
그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 그리고 상대방도 너랑 비슷한 사람 만나면 되지 않아?
[전투와플]
그런 사람 많이 없잖아. 사실 이쪽 애들은 그냥 마음에 들면 불도저로 변하거나 아니면 소녀거나.
[톨]
근데 사람들 중에서도 연애하는 것도 자기 사적인 부분이랑 싹둑 잘라놓는 사람들 있잖아. 그런 사람들은 처음 천천히 알아가는게 부담 안되기도 할텐데.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너는 만나서 궁극적으로는 서로 약간 섞이는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거지?
[전투와플]
응.
[톨]
그런데 그 사람들은 궁극적으로도 싹둑 자르는걸 원하니까.
[전투와플]
그럼 내가 상처받을걸…
[톨]
어렵네… 그럼 너 이상형에 대해서 설명해 봐.
[전투와플]
나 그게 진짜 어려운데.
[톨]
성격적인거 외적인거 둘 다 설명해 주면 재밌고.
[전투와플]
잘 생각해 보면, 이상형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사람들은 그걸 개념적으로 갖고 있는게 아니라, 자기들이 만났던 사람들 중에 마음에 들었던 특징을 하나씩 꺼내서 조합해서 이상형이라고 주장하잖아.
[톨]
이거 약간 소름 돋는게 다른 사람도 그런 얘기 했어. 근데 그런 게 재밌잖아. 현실적으로 있을 사람이 아니니까.
[전투와플]
일단 얼굴은, 내가 그동안 좋다고 했던 사람들 보고나서 주변사람들이, 얼굴에 어떤 여성성도 없는 사람이래. 나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렇대.
[톨]
나는 그 사람들을 못 봐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얼굴에서부터 막 테스토스테론 느낌이 팍팍 나는 사람들?
[전투와플]
근데 또 마냥 그런것만도 아냐…
[톨]
ㅋㅋㅋ 이렇게 정해서 말해놓으면 너 스스로 뭔가 너가 좋아할 사람을 한정지어버리는 것 같으니까 싫지.
[전투와플]
그냥 느낌이야. 사실 그 사람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가장 크고.
[톨]
그런데 그 느낌이라는 것도 결국 분석하면, 내가 이 사람의 어떤 부분에서 호감을 느끼는지도 알 수 있지 않나.
[전투와플]
보통은 나보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큰 것. 분위기에 이제 압도당하는 것 같아. 나보다 좀 큰 그런 거에 좀 압도당하는 게 있는 것 같고.
[톨]
ㅋㅋㅋ근데 너도 키 크고 덩치도 작지는 않은 편이잖아.
[전투와플]
그래서 보통은 찾기가 힘들지. 그런데 또 막상 그래야만 되는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이상형인 거고. 사실 자지달리면 다 좋아^^
성격은 나도 약간 불같기 때문에 좀 그렇지 않은 분이 좋긴 하고.
[톨]
좀 무던하고, 약간 좀 이렇게 파동이 크지 않은 사람?
[전투와플]
그런데 또 노잼이면 안돼
[톨]
그거 무조건 같이 가잖아. 무던하고 파동이 크지 않은 사람이면 거의 무조건 노잼임.
[전투와플]
그래서 사실은 나는 좀 조용한 또라이들을 좋아하는 것 같고. 그냥 조용만한 건 좀.
[톨]
되게 모순적인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아까부터.
[전투와플]
이런게 엔팁(ENTP) 특인가. 약간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아.
[톨]
모순적인 걸 갖고 있는 데서 매력을 느끼는 거네. 그럼 대충 외모랑 성격 이상형은 다 나온 것 같기도. 그런데 너 다른 조건도 본다고 했었잖아. 막 주말 쉬어야 되고.
[전투와플]
나 완전 보지. 학벌이랑 직업이랑.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터짐) 너무 좋아. 빨리 얘기해봐. @#$%@#$%(웃느라뭐라고말하는지녹음안들림) 빨리 얘기해.
[전투와플]
내가 맨날 장난으로 대학 어디 이상이면 좋겠다 이런 장난치거든. 그러니까 친구들이 나한테 그러면 IF게임을 해본거야. 잘생기면 어디까지 가능한가. (온갖못된말)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거 내가 어차피 한다음에 다 편집한 원본 보내줘. 너가 빼고싶은거 다 빼도 되긴 해. 나 지금 한 말들 다 올리고 싶어. 그러면 직업은 어떻게 봐?
[전투와플]
직업은 그냥 뭐 별로 안봐.
[톨]
그럼 학벌이 겁나 좋은데 직업이 백수라든가 그러면?
[전투와플]
백수는 안 돼.
[톨]
백수만 아니면 돼?
[전투와플]
응. 기본적인 뭔가 상식이 있는 사람이면 된다고 생각해. 내가 대화같은거 할 때나 그러니까 내가 무시하지 않으려면 학벌을 봐야 돼.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자신의 비전이나 계획같은걸 말하는데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 하면 좀 믿을 만해. 그런데 아닌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면 진짜 듣기 싫단 말이야. 나도 모르게 내가 무시해.
[톨]
근데 그 사람이 진심이고 진짜 스스로를 믿고 열심히 하는 걸수도 있잖아.
[전투와플]
그랬다면 대학을 좋은 데 나왔겠지.
[톨]
미친ㅋㅋㅋㅋㅋㅋㅋ(정신못차리는중)
[전투와플]
좀 그런 얘기를 할 때 듣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무시를 하는 거야.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배경에 비춰서 자꾸 평가절하하는게 있어.
[톨]
그것도 어쩔 수 없는 본능적인 부분일 수 있지.
[전투와플]
그렇게 생각 안 하려면, 애초에 그 사람이 그냥 좋은 학벌 좋은 직업이면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하고 다 이유가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게 돼.
[톨]
그러니까 결국 너의 마음의 평화를 위한 거네. 상대방이 직업이나 학벌이 안 좋은데 뭔가 미래 비전에 관한 이야기나 확신을 하면 너가 본능적으로 좀 짜증이 나고 그럴 것 같으니까, 그냥 마음의 평화를 가지기 위해서 애초에 그런 짜증이 안 나는 조건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거네.
[전투와플]
그게 속물이야? 속물은 아니잖아.
[톨]
그런 걸 속물이라고 해.(단호)
[전투와플]
그런 막 학벌이나 직업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건 아니야. 애초에 그런것만 쫓는 사람들도 있잖아! 막 의사만 만날거야 이런 애들.
[톨]
너 같은 사람보고도 학벌이랑 직업에 가치부여한다고 해.(단호)
[전투와플]
ㅠㅠ 나는 그 모든관계가 약간 negative야. 그러니까 어떤 점이 좋아서 만난다 이게 아니라, 어떤 점이 싫으니까 그 점이 없으면 좋겠다~
[톨]
소거법으로 진행하는 거네. 그런데 그게 더 어렵다. 소거법으로 하면 남는 사람이 없어.
[전투와플]
맞아 없어없어.
[톨]
일반들로 치면 그러니까 육각형 찾는 거잖아. 나는 작은 육각형이라도 괜찮아~ 막 이러는 거. 그런데 진짜 없잖아. 근데 뭐 사실은 다 자기 기준이니까 타협할 수 없는.
[전투와플]
그래서 연애를 전혀 못하나봐.
[톨]
그런데 나도 결국엔 제자리잖아. 비슷함.
[전투와플]
형은 제자리는 아니지. 발전했겠지.
[톨]
늙었지..
[전투와플]
^^... 근데 나도 혼자인게 그렇게 뭐 안 좋은 것 같지는 않아. 내가 최근에 너무 조급했던 것 같아.
[톨]
그럼 이것도 공통 질문인데. 연애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가진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만난다고 생각하거든. 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있어?
[전투와플]
(한참생각)... 그래서 내가 연애를 안하나?
[톨]
결핍이 없기 때문에?
[전투와플]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한데. 나는 사람한테 필요한 건 그냥 섹슈얼한 그런 것 같아. 그게 없으면 그냥 친구, 베프인 거잖아.
[톨]
그럼 너는 연애나 사람만나는걸로 가장 채워지는게 그런 섹슈얼한 부분인거야?ㅋㅋㅋㅋ그럼 그냥 라포를 형성한 번개남이 있으면 되는거 아니야?
[전투와플]
진짜 그럼 연애 안 해도 될 것 같기도 해. 그럴 것 같기도 해. 친구한테서 나머지 부분을 채우는 것 같아가지고. 일상생활인 측면에서는.
[톨]
연애 관계에서의 외로움이라든가 그런 걸 별로 느껴본 적이 없는 것도 신기해.
[전투와플]
친구들이랑은 아무리 가까워도 막 껴안고 그러진 않잖아. 뭔가 좀 신체적인 가까운 그런거.
[톨]
좀 경계심을 내려놓고 스킨십을 했을 때 나오는 호르몬들 그런게 필요하다는 거네.
[전투와플]
옥시토신이 필요한건데
[톨]
ㅋㅋㅋㅋ너무웃긴다 그러니까 진짜 라포를 형성한 번개남이 있으면 해결될지도
[전투와플]
진짜 살면서 형도 가슴을 뛰게 할 정도로 너무 좋아하는 사람 만나기는 쉽지 않잖아. 난 살면서 딱 두 명밖에 못 만난 것 같거든. 그분들이랑 스킨십을 하거나 뭔가 키스를 할 때 기분은 그냥 꼴린다 그런게 아니야. 진짜 편안한 거. 그 감정이 진짜 신기했어.
[톨]
막 성욕 이런게 아니라 마음이 고양되는 그런건가?
[전투와플]
편안한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톨]
오히려 약간 차분해지는거야? 어쨌든 한 종류의 행복이긴 한데 마음이 착 하고 내려앉는?
[전투와플]
섹시한 느낌이 안 나고 그냥 그런 기분이 들더라고. 너무 신기했어. 내가 진짜 좋아하는구나.
[톨]
그런데 이미 두 명한테 그랬으면 너무 적거나 아예 없는 건 아니었네.
[전투와플]
근데 또 내가 좋아해 주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 진짜 어렵잖아. 이 게이들도 진짜 슬프게도 사랑의 짝대기가 이렇게 이렇게(막 사선으로 내리긋는 손동작) 서로 통하는 그게 안 된다. 그게 진짜 어려운 것 같아.
[톨]
맞아 진짜 어렵지.
[전투와플]
그래서 너무 부러워. 연애하는 사람들 보면 진짜 부러워.
[톨]
그럼 너는 최근에 그 좋아하는 감정을 느꼈던 그분한테는 라포를 천천히 형성하면서 만나기 시작했던 거야? 그 분도 천천히 하는걸 선호하시고?
[전투와플]
아니. 그분은 나한테 그런 쪽으로 생각이 없었으니까 천천히 만날 수 있었던거지. 이게 아이러니한게 그 분은 그냥 별 생각이 없었으니까 나한테 뭔가 하지 않은거지. 이게 얼마나 아이러니해.
[톨]
그럼 그 사람이 널 엄청 좋아해서 첫날부터 들이댔었으면 어땠을거같아?
[전투와플]
그럼 내가 좀 겁을 먹고 물러설 수도 있었겠지.
[톨]
이거 진짜 모순적인 그런 느낌이네.
[전투와플]
너무 어려워. 최근에 그런 상황을 겪으면서, 나랑 친한 친구한테 내가 그런 얘기를 했어. 최근 1년에, 그 분 말고도 다른 내가 연락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는 왜 이렇게 다 흐지부지 되는 걸까. 사람들은 왜 다 내가 70%만 좋은 걸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
[톨]
70%?
[전투와플]
왜냐면은 내가 만나자고 했을 때 거절하지는 않지만, 나랑 연애까지는 하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제 나도 너무 잘 알거든. 여기 이 바닥에 오래 굴렀으니까.
[톨]
ㅋㅋㅋ그 심리가 뭔데?
[전투와플]
식의 80퍼 이상이면 사귈 생각이 있지만 내가 한 70이라는 거지.
[톨]
그럼 그 사람의 식에 너가 완벽히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전투와플]
근데 그게 진짜 잔인한거지. 왜냐면 아예 식이 안되는거라면 아예 이성애자라고 생각하고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그 70퍼라는점 때문에 결국에는 나는 그 사람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게 뭔가 되게 슬픈 것 같아. 왜 요즘에 계속 다 나를 70 정도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까 하고. 그런데 그 얘기가 너무 슬프게 들렸나봐. 그랬더니 친구가 ‘아니야 그냥 너의 가치를 100정도 좋아해주는, 100의 가치를 발견해 주는 사람을 못 만난거지. 너가 진짜 70정도의 사람이라는 건 아니야’ 이렇게 얘기를 해줬어. 그렇게 감동적인 얘기를 해줬는데 내가 뭐라고 했더라. ‘근데 나를 100정도 좋아하는 애들은 내가 다 징그러워서 차단하고, 나를 70정도 좋아하는 애들한테만 끌려서 그런 것 같아’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동ㅋㅋㅋㅋㅋㅋㅋ
[전투와플]
근데 맞는 것 같아. 너무 싫어. 진짜 이게 너무 정병이야. 내가 정병이야. 걔네들 다 문제 없고. 그런데 나는 사실 70만 좋아해도 그사람들한테 여지를 아예 안 줘. 아예 안 만나. 그런데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더라.
[톨]
그러게. 70정도 좋아하면서. 그럼 서로가 시간 낭비 아니야?
[전투와플]
근데 뭐 굳이 또 안 만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거겠지.
[톨]
근데 어쨌든 너가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끔 여지를 주는 거잖아. 그리고 그 사람도 결국 그런걸로 자기 자존감 채우는거 아니야?
[전투와플]
그런게 싫은 건 아닌거겠지.
[톨]
관심종자인거지 뭐.
[전투와플]
그게 나쁜걸까? 그런 사람들 많아.
[톨]
수가 많다고 해서 나쁜게 안나쁜게 되지는 않잖아. 어쨌든 그런 일들로 최근에 마음 앓이를 좀 했던 거구나.
[전투와플]
어쩔 수 없지. 나도 뭐 다른 사람들한테 상처 안 줬겠어?
[톨]
그치 다들 다 그렇게 주고받고 하는거지. 그런데 나는 너 친구 말이 맞는 것 같긴 해. 그리고 너 반응은… 너 원래 약간 그런 거 있잖아. 감동 이런거에 알러지반응 있잖아. 책 읽는 것도 그렇곸ㅋ
[전투와플]
그런 거 나 혼자 해야 돼. 누구랑 같이 있을 때 하면 안돼.
[톨]
ㅋㅋㅋㅋ 그러니까 그런 감동적인 찡한 얘기 나오면 아예 과잉반응해서 싹 다 차단하고 막.
[전투와플]
그런 게 있어. 징그러운 알레르기. 책도 약간 이렇게 혼자 보고 혼자 해야돼. 저번에 친구랑 인사이드아웃2 보러 왔었거든. 그런데 진짜 울기가 너무 싫은거야. 우는거 친구한테 보여주기가 너무 싫은 거지 옆에 있는데. 그래서 눈물이 났는데 이거를 닦으면 걔가 볼까봐, 그대로 눈물이 난채로 말려. 이 악물고. 근데 걔도 똑같이 이 악물고 말리고 있엌ㅋㅋㅋㅋㅋ 친구들이 그거듣고 왜그러냐곸ㅋ 그거 울라고 만든건데 가서 뭐하고 있냐곸ㅋㅋㅋ
[톨]
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럼 너는 사귀는 사람이나 너가 마음 준 사람한테도, 그런 식으로 우는 모습같은거 보이기 싫어해?
[전투와플]
그런 것 같아. 별로 안좋아해. 약간 뒤에서 혼자 하는 스타일이거든.
[톨]
이런 부분에서는 또 의외로 가부장적이고 헤테로남자 모먼트가 나오네요…
[전투와플]
나 헤테로남자 포인트가 좀 많아. 이쪽 친구들이 막 그래. 너는 이쪽으로 안 태어났으면 진짜 끔찍한 놈이 됐을 거라고 했어. 나는 성지향성이 이쪽인거 말고는 진짜 전혀.
[톨]
맞앜ㅋㅋ 너 그리고 너를 그런 성정체성에 중점을 두고 스스로 소수자로 해석하지 않는 기본적인 경향도 있어.
[전투와플]
약간 그런 거 있나봐.
[톨]
난 잘나게 태어났고~~ 내 잘난 걸 즐기면서 살 거야~~ 이런겈ㅋㅋㅋ
[전투와플]
일반으로 태어났으면~~ (온갖올바르지못한말)
전투와플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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