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와플 2편
[톨]
뭔가 그런데 연애, 사랑 관련 주제에서 결론이 안난 찝찝한 이야기가 된 기분이야.
[전투와플]
왜 무슨 결론이 나야돼?
[톨]
아니, 결론이 나야되는 건 아닌데.. 그럼 앞으로 너의 계획은 뭔데?
[전투와플]
원래는 그 분을 좋아하는 마음을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지우려고 했거든. 그런데 너무 억지스러워 가지고. 마음을 마음으로 지우고 사랑을 또 사랑으로 그런게.
[톨]
그렇게 잊으려고 하는게 억지스럽다는거지.
[전투와플]
그게 오히려 더 안 좋은 것 같아서 일단 모르겠어. 그냥 좋아하는 상태로 일단 있어보려고. 그동안은 일부러 더 어플 열심히 하고, 클럽 가서 괜히 꼬겨서 키스하고 번호 따고.. 그런 거에 내가 자존감을 채우고 있는 거야. 무의미하게. 그래놓고 정작 연락 오면 내가 씹고 그러면서.. 그래 나 되게 매력적인 사람이야. 나 죽지 않았어. 이런 느낌으로.
[톨]
그게 자연스럽기도 하지. 그 사람한테 상처받은 나의 자존감을 다른데서 채우고 싶은거지. 다른 사람들도 본능적으로 그렇게 하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은 알잖아. 너는 다른사람들보다 그런 자기 객관화가 잘 되니까. 스스로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이게 정답이 아니고, 결국 채워지지 않는 걸 너 스스로는 알죠.
[전투와플]
결국 내가 사랑을 받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고, 애먼데에서 그런고 있으니까 이게 너무 시간 낭비인 것 같고, 사람한테 할 짓도 아니고, 나한테도 별로 안 좋은 것 같은거야. 사실 나도 요즘에 형 보면서 되게 생각 고쳐먹었어. 일단 평소에 뭐 하고 싶었던 걸 좀 하고, 취미생활도 좀 찾아보고 다른 걸 하면서… 너무 이렇게 빠져있지 않고 알아서 살다보면은 점점 흐려지고 또 그때쯤이면 새로운 사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을 먹었어.
[톨]
잘했네. 그리고 오히려 그게 너 성격에 맞는 해답인 것 같아. 사람을 사람을 잊는 것도 결국에는 맞는 사람들이 있는거고, 너는 다른사람으로 잊으려다가 스스로의 현타가 더 세게 오는 타입일듯.
[전투와플]
진짜 지금 누군가를 좋아하는게 너무 오랜만이고,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까 이게 얼마나 갈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내가 거기에 너무나 많은 감정 소모를 한 상태야.
[톨]
그러게. 감정적인 그로기상태인거네. 그러면 솔직히 회복할 시간은 필요할듯.. 그런데 궁금한 거 있어. 너가 그 최근에 좋아했던 사람은 학벌이나 직업이 너의 기준에 충족해?
(녹음잠시중단, 충족함을 인정하는 내용)
[톨]
아니 근데 아니었어야지 너가 말했더 그 까다로운 조건들이 다 반박이 되면서, 소설 기승전결 나오는 것처럼 재밌어질텐데.
[전투와플]
^^ 안타깝게도 다 부합해.
[톨]
그럼 23살에 좋아했던 사람도?
[전투와플]
다 부합함.
[톨]
졸라 일관성이 있어서 더 짜증이 나^^
[전투와플]
일관성이 있어. 안타깝게도 다 학벌도 좋고 직업도 좋았어^^ 키도 180 넘었음.
[톨]
그럼 나 소개시켜줘^^
[전투와플]
안 돼. 나 형이랑 그 사람 잘되면 자살해. 내 친구랑은 안됐으면 좋겠어. 그럼 진짜 너무 멘붕 올 것 같아. 아예 모르는 사람이랑 잘 되면 괜찮은데, 내가 아는 사람이랑 잘 돼봐. 그럼 진짜 속상할 것 같아.
[톨]
나는 그것도 되게 신기해. 아직 사귀지도 않은 사람을 그 정도로 마음 써가지고 좋아할 수 있다는게. 너가 느낀게 거의 사랑에 가까운거 아니야?
[전투와플]
보통은 안 그런다고 하더라. 나도 왜 이렇게 깊어졌는지 모르겠네. 계속 얼굴을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아.
[톨]
데이트는 계속 한 거야?
[전투와플]
많이 했지. 그냥 나오라고 해서 보고 그냥.
[톨]
둘이 독점적으로 시간을 보낸거였을거 아냐?!
[전투와플]
그런 사람들 있어. 플러팅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많아. 그게 신기하지. 나도 이해는 안 됐지만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20대부터 겪어와서 알고 있어. 그래도 나도 간만에 얼마나 행복했는데.
[톨]
ㅋㅋㅋ 그러니까 간만에 두근두근하고 조금 싱숭생숭하고 그랬겠네.
[전투와플]
그리고 내가 이렇게까지 바닥을 칠 수 있구나.
[톨]
ㅋㅋㅋㅋ 나! 이 [전투와플]이!!
[전투와플]
(헛웃음치면서) 내가..?! 내가?! 진짜 클럽가면 무조건 나한테 두명 이상… 내가 진짜 이런 급이 아닌데…
[톨]
^^........ 그런 생각까지 하게끔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는 거지. 나의 밑바닥을 박박 긁게 만들어주는.
[전투와플]
내가 이렇게까지 추해질 수 있구나.. 진짜 나 멋없다 그런…
[톨]
좋은 경험했네.
[전투와플]
아주 뜨거운 사회 데뷔식을 치뤘지.
[톨]
그러게. 취업한 지 얼마 안돼서 그런 거네.
[전투와플]
이제 이쪽 사람들 노출이 많아지니까.
[톨]
나 그것도 궁금해. 너 이쪽 사람들 노출이 많아지는 건 대충 어떤 루트들을 통해서야?
[전투와플]
올해같은 경우에는 내 친구가 근처에 아는 형들이 있어. 그래서 걔랑 놀 때 같이 또 이렇게 보고. 반대로 나는 또 내 법조계로 들어가니까 그 업계 사람들 아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렇게 하면 그쪽 그런 직업 류의 사람들을 엄청 많이 만나는 소셜라이징이 제일 컸어. 회사에 들어가서도 이쪽 애들이 있고. 그렇게 해서 올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
[톨]
신기하다. 진짜 그 직업군만의 소셜라이징이네.
[전투와플]
그래도 구관이 명관인 것 같아. 내가 10년동안 쌓아온 대학교 친구들과의 관계를 뭐..
[톨]
그치 그건 맞는데. 나는 가끔 내 성격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거. 나는 왜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한테 말을 못 붙이지.
[전투와플]
그렇게 말을 잘 붙여야 될 필요가 있나? 형이 뭐 영업직 하는 사람도 아니고.
[톨]
그렇긴 한데, 뭔가 사람들이랑 처음부터 소셜라이징을 엄청 잘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내 성격엔 뭐가 없어서 저걸 되게 못할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거지. 그래서 요즘 그런 소셜라이징 잘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는 중. 그걸 알게된다고 해서 내가 그걸 막 억지로 시도하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궁금한거지.
[전투와플]
원래 인프제(INFJ)들 그 음침하게 앞에서 잘하는데. 그런데 인프제들이 사람들에 대한 자기들의 무슨 기준이 있어. 나도 모르는 기준이. 그래서 인프제들의 선택을 받기가 어려운데 내가 약간 인프제 콜렉터야. 내 어떤 측면들이 인프제들의 그런 페르소나를 이끌어내는지 모르겠지만 나 주위에 인프제들이 너무 많아.
[톨]
^^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시는 것 같은데. 인프제들이 나한테는 마음을 연다~
[전투와플]
되게 뿌듯해. 그들의 그 악마같은 모습들을 보는게 너무 재밌고 그런 게 너무 좋아.
[톨]
이런 질문은 안넣었었는데 그 질문도 넣어볼까. MBTI 뭔지?
[전투와플]
나 ENTP
[톨]
그건 보통 무슨 성격으로 해석돼?
[전투와플]
빙고 모형 있잖아. 엔팁들. (찾아봐서 읽는중) 슈퍼 솔직. 시끄러움. 기본적인거 실수함. 쟤랑 놀면 안된다는 소리를 들음. 관심받는거 좋아함. 말이 청산 유수임. 타고난 리더지만 이끄는건 싫어함. 등등등
[톨]
맞는 것 같아?
[전투와플]
짜증나. 이거 누가 썼어?ㅋㅋㅋㅋㅋ 그런데 ENTP랑 INFJ가 궁합이 엄청 좋대.
[톨]
내 다른 친구도 ENTP인데 그런 얘기 했었던 것 같아. 자기 주변에 INFJ 엄청 많다고. 내가 MBTI 별로 크게 신뢰하지 않는 편이긴 한데 그런 경향성이 또 없지는 않은듯.
3부: 행복이란 뭘까
[톨]
다음 주제 해보자. 좋아하는 거에 대해서 해봐.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뭐야?
[전투와플]
…..
[톨]
미안해^_T. 그 좋아하는 사람 그거 관련 빼고.
[전투와플]
친구들이랑 여행 가고 그런거? 그냥 계속 이 순간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느꼈어.
[톨]
그럼 행복했던 거네 진짜.
[전투와플]
엄청 평화롭고 그런. 여행간 그 곳과 그런 분위기와 여행 자체가. 그런데 이거 엄청 슬픈 질문이야.
[톨]
왜 이게 슬픈 질문이야?
[전투와플]
내가 행복한 순간이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됐어. 그거 너무 잔인한 질문이야.
[톨]
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어쨌든 그 사람 좋아했을 때도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는 거잖아. 누군가 좋아하면서 그 행복한 거 느끼는 순간이라도 있는게 어디야.
[전투와플]
그런 거 없을 때는 좋지. 이런 거 겪어봐.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사람이 누구 좋아해서 잠 못자고 이런거 얼마나 고통스러워.
[톨]
난 누구 좋아해서 잠 못잔 적은 없는듯…?
[전투와플]
나도 처음이야.
[톨]
헤어져서 슬퍼서 잠 못 잔 적은 있는데.
[전투와플]
헤어지지도 않았는데 나는 그냥 진짜 상사병 걸렸었나봐.
[톨]
그게 내가 진짜 신기하다니까.
[전투와플]
형은 원하면 다가지잖아.
[톨]
왜저래? 내가 원하면 다 가진다는 뜻이 아니라, 나는 사귀고 난 다음부터 오히려 사랑한다는 감정이 깊어지는 느낌. 내가 얼마 전에도 다른 사람 인터뷰하면서 얘기한건데, 누군가 학창시절에 짝사랑을 하면 보통 그 사람을 갖고싶고 집착하게 되고 이미 감정적으로 엮여있는거 같은거야. 그런데 나도 분명히 학창시절에 누군가를 짝사랑했는데 그냥 그걸로 끝이었거든. 걔랑 더 친해지고 싶은 것도 아니었어. 그냥 내가 쟤 좋아한다 끝. 그래서 나는 내 감정의 진짜 시작은, 관계를 만들었을 때부터 시작하나보다 약간 그런 생각을 함.
[전투와플]
그게 더 좋은 거 아니야?
[톨]
효율성 측면에서는 더 나을수도?
[전투와플]
내가 그 사람을 모르는데, 아직 모르는 부분을 그 사람에 대한 기대나 그런 걸 미리 채워넣는 것 같아. 감정적 교류를 하기 전에. 그 사람의 안 좋은 측면 같은 거는 계속 무시하고, 내 기대를 계속 채워넣고 그거를 좋아하고 있는 거야. 이러면 만약에 연결되더라도 실망할 확률이 높겠지.
[톨]
그런데 몇 년동안 만난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사람을 속속들이 알게되는 건 아니더라.
[전투와플]
그래? 아무튼… 그 짝사랑… 근데 행복했던 것 같아.
[톨]
ㅋㅋㅋㅋㅋ 그럼, 너가 어떤 경제적, 사회적인 대가가 없어도 하고 싶은 일이나 취미가 있어?
[전투와플]
요즘에는 그냥 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마음을 컨트롤 해야지.
[톨]
…. 지금 모든 주제가 하나의 얘기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전투와플]
ㅋㅋㅋ 내가 되게 다혈질이고 불 같고 이러다 보니까 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많아. 남들이 보기에는 그게 나의 특징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 그 다스리는게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런데 가만히 있는게 진짜 좀이 쑤시는 행동이고 나랑은 안 맞는 것 같거든. 가만히 못 있으니까. 그런 거 좀 연습해보면 마음이 좀 차분해지려나.
[톨]
요가가 그렇게까지 가만히 있어야 되는 건가?!
[전투와플]
같은 자세로 한 10초 20초 있어야 되잖아. 그것조차도 못하는 것…
[톨]
^^... 그런 거 말고 하고 싶은 건?
[전투와플]
나 그냥 유명해지고 싶어.
[톨]
아. 예전에 너가 나한테 얘기한 적 있다. 방송에 나가고 싶다고.
[전투와플]
그런데 지금은 기회가 없어가지고.
[톨]
방송에 나가고 싶다는게, 사람들이 널 알아봐줬으면 좋겠다는거랑 동시에 또 너의 말에 어떤 권위를 부여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야? 그럼 단순히 그냥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는 거랑 또 다른 차원인거네.
[전투와플]
그렇지.
[톨]
ㅋㅋㅋ 근데 그거 인간의 본능인거 같음. 사람들 대부분이 유명해지고 싶어하고,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잖아. 근데 이쪽에서는 그걸 자극적인 사진으로 푸는 사람들이 많은데 너는 그런 건 싫은 거네.
[전투와플]
나는 일반적으로 유명해지고 싶어.
[톨]
이쪽에서 자극적인 사진은 그냥 관심만 얻을 뿐이니까? 관심 뿐만 아니라 너의 분야에 대한 권위도 얻는… 그러고보니 옛날에 꿈이 대통령이라고 그러지 않았니.
[전투와플]
국회의원. 국회의원 되고싶어. 나도 류호정처럼 되고 싶어.
[톨]
ㅋㅋㅋㅋㅋ너무웃겨 너무재밌어. 사람들마다 다른걸 보는게 나는 너무 재밌어. 너처럼 나한테 형 이게 왜 재밌어? 왜 해? 라고 물어볼 수는 있는데.
[전투와플]
그런 무례한 질문하는 사람 나 말고도 또 있었어?
[톨]
^^ 있지. 그런데 아까부터, 다수가 되면 못된게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전투와플]
맞아. 다행이다^^
[톨]
근데 나는 그런 사람들 모습들을 볼 때 재미있어. 그래서 내가 소설 좋아하는가도 싶어.
[전투와플]
나도 좋아해. 소설. 그런데 나는 또 이런 실제 사람 인터뷰에는 그다지 관심 없어 하는데. 나는 특정한 인간이 아닌 만들어진 인간에 대한 관심만 있나 봐.
[톨]
나는 요즘 인터뷰가 조금 더 재밌어. 소설도 늘 재밌고 언제나 내 친구같은 그런 거지만. 어쨌든 소설은 가상의 인물이고, 진짜 똑똑한 작가에 의해서 생성된 캐릭터인데, 어쨌든 그 작가도 실제 사람들을 보고 착안하고 조합해서 만드는 거잖아.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진짜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렇게 재미있네? 나는 약간 이런 느낌.
[전투와플]
그래서 내가 좀 공상적이고, 또 인간에 대한 이해로서가 아니라 그냥 일종의 유희로서만 소설을 즐기는 건가?
[톨]
실제 인간들은 피곤하니까?ㅋㅋㅋ
[전투와플]
그런가 봐. 그래서 내가 까뮈 이런 작가들 좋아하나. 인간혐오소설. 인간은 싫은데.
[톨]
ㅋㅋㅋㅋㅋㅋㅋ
[전투와플]
난 인간들이 싫은데 인간들이 날 좋아해.
[톨]
(먹다남은 빙수그릇 보면서) 이거 너한테 붓고 싶어.
[전투와플]
나는 진짜 그런 자신감이 있어. 내가 누구랑 친해지고 싶어 할 때 그게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어.
[톨]
나 오늘부터 너랑 손절쳐도 돼?
[전투와플]
ㅋㅋㅋ근데 이게 사실 되게 속물적인 이유일 수도 있잖아. 그냥 내가 좀 재미있고, 얼굴 좀 괜찮고 하니까 오는 사람을 당연히 거절하진 않겠지. 그래서 그런 자부심이 좀 있어. 이 얘기 내가 갑자기 왜 하지? 미안해.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근데 어떤 의미에서인지 이해는 좀 가. 사람들이 그렇게 다 까발려서 남들한테 말하긴 좀 부끄럽지만 다들 자기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는 부분들이 있잖아. 막 어떤 사람은 자기가 벗기 전까진 별로지만, 벗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다 자기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그런 것처럼.
[전투와플]
내가 방금 생각해 봤는데, 인프제들이 왜 엔팁을 좋아하는지 알게됐어. 왜냐하면 인프제들의 그 악마 같은 속으로만 생각하는 거를, 엔팁들이 대신 해주는 것 같아. 내가 방금 생각해 봤거든. 형이 이런 못된 얘기 되게 좋아하는 거 보면 약간 그런 것 같아. 자기도 사실 그렇게 못되게 생각하고 있는데, 대신 얘기해 주니까 거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나 봐. 자기들도 인간 싫어하면서 좋아하는 척 하는데, 그런데 나는 대놓고 싫어하는, 거기서 오는 충족감같은게 있는거 같음. 어때? 나의 분석이.
[톨]
^^ 짜증나. 맞는 것 같아. 내 친구가 나보고 내 마음 속에 가스실 하나 두고 맘에 안들면 거기다가 집어넣는다고 하거든.
[전투와플]
겉으로는 웃으면서.
4부: 아웃팅?!
[톨]
그런데 대부분이 연애 얘기로 되어버리긴 했닼ㅋㅋ
[전투와플]
미안해ㅠ
[톨]
아냐 미안할 거 아니고 나는 좋아. 이것도 재밌고. 그리고 오히려 너무 여러 분야를 물어보지 않고 한 가지 주제만으로도 계속 얘기하는것도 좋을 것 같아. 익명으로 하는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적어지고.
[전투와플]
다른 주제 하자.
[톨]
너 특정되고 싶니?
[전투와플]
다른 주제 뭐 하지.
[톨]
아,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도 더 아웃팅에 대해서 무서워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이거 물어보고 싶었어. 너는 아웃팅이 얼마나 무서워?
[전투와플]
나 이미 우리 회사에서만 10명정도 알아.
[톨]
?! 열명이나? 이쪽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들이? 어떻게 말했어? 너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잖아.
[전투와플]
애들이 요즘 그런거 되게 빨라. 특히 여자애들. 이렇게 막 와가지고 나한테 언니라고 하고. 끼 좀 떨어주면. 언니 왜그래~
[톨]
상사들, 윗사람들은?
[전투와플]
얘기는 못하죠 아직은.
[톨]
그런데 너는 그렇게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면, 너가 의도적으로 커밍아웃하지 않은 사람들한테라도 소문이 나거나,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리고 그러는 거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어?
[전투와플]
걔들은 나한테 뭘 할 수가 없어. 뭘 하겠어 그걸로.
[톨]
그런데 너가 나중에 일을 잘해서 윗선으로 올라가고, 그런 부분에서 경쟁이 있을 수도 있고, 그게 너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은 안해?
[전투와플]
그런데 오히려 잔인하지만, 더 좋아할 걸. 결혼 안 하니까. 더 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고. 크게 상관 안할 것 같은데?
[톨]
그런데 내가 아는 너랑 같은 직업계열인 사람들 중에도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전투와플]
나는 쓸데없는 두려움이라고 생각해. 물론 뒤에서 얘기하면 내가 기분 나쁘겠지만,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그렇게 전달하고 다니고 그러는 건 별로 굳이 신경 안써.
[톨]
그게 현실적으로 너한테 어떤 피해를 끼칠 수 있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거네?
[전투와플]
그래서 너네가 뭘 할 건데? 뭘 할 수 있는데? 이런 느낌.
[톨]
근데 너가 나중에 방송에도 나오고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걱정이 안 돼?
[전투와플]
그건 되지. 그건 엄마 아빠가 알게 될까봐.
[톨]
엄마 아빠가 아시게 되는 건 왜 무서워?
[전투와플]
속상해할까봐. 그거 말고는 없어.
[톨]
너가 그럼 아웃팅이 두려운 건 결국 부모님이 알게 되어서 속상해하실까봐 그런 게 가장 큰 이유인거네.
[전투와플]
그리고 나랑 가까운 사람들도 그런 얘기를 들을까봐. 나랑 같이 논다고 쟤도 게이인가 그런 얘기를 듣는 건 또 싫을 것 같긴 해.
[톨]
너 스스로에 대한 피해보다는 주변사람들에게 너가 의도하지 않았던 피해가 올까봐 무서운거네.
[전투와플]
응. 이렇게 걱정하는 거 되게 이타적이지??
[톨]
(무시) 그런데 나도 최근에 누가 나한테 물어봤을 때 비슷한 대답을 하긴 했어. 그러니까 아웃팅당함으로써 누가 나한테 피해를 끼칠까봐 걱정되는게 아니라, 나는 우리 아빠가 알게 되는게 무서워. 아빠가 쌓아올린 그 세계가 무너지는게 무서운 것 같아. 그리고 동시에 나에 대한 아빠의 애정같은게 바뀌는 것도 무섭거든. 기본적으로 나는 아빠가 나한테 주는 애정이 내가 아들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거든. 나라는 존재의 다른 성격이나 특징이 아니라 아들이고 대를 이을 수 있다는 그 단 한가지 때문에.
[전투와플]
아 진짜??
[톨]
너네 집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지?
[전투와플]
응. 그런 거는 전혀 없어. 근데 다른 사람들이 막 뒤에서 씹어대는 건 결국 까먹어. 생각보다 관심 없어. 그리고 이쪽 애들이 의식 좌파인 애들이 자의식과잉이고 사회 피해의식이 커.
[톨]
이거 문장 그대로 넣어도 되겠니?^^ 너무 재밌을 것 같아. 그럼 너는 나중에 유명한 사람이 되어도 나중에 나를 커밍아웃해서 내 정체성을 세상에 알리고 인정받겠다 그런 생각도 없겠네. 그 성정체성 자체를 그렇게 막 별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또 그걸 나중에 중요하게 주장하고 그러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전투와플]
맞아. 그게 나를 규정하는 큰 틀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론 되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거든. 되게 큰 거기도 한데, 또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한 그런…
[톨]
분명히 큰 거긴 한데, 너가 이미 별로 그 부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게 중요한거지. 나한테 큰 부분이라고 해서 그게 굳이 나를 막 부여잡고, 내 행동을 컨트롤하고 이게 꼭 관계가 있지는 않으니까.
[전투와플]
그런데 나의 삶의 거의 절반, 연애나 뭐 그런 문제가 관련되어 있으니까, 이거를 완전 숨기고 사람을 대하면 그 관계가 발전이 안돼.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는데 일반인들한테 그런 걸 밝히지 않고 관계를 맺으면 진짜 한계가 있어. 어느정도 더 이상 가까워질 수가 없어. 근데 이거 하나를 얘기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관계의 국면이 완전 달라지거든. 그래서 내가 일반들 어떤 사람한테도 더 친해지고 싶다 하면 밝히는 편이야. 그러면 훨씬 편해지기는 해.
[톨]
그런데 그럼 너는 커밍아웃했을 때 상대방이 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좀 멀어지거나 그런 적 없어?
[전투와플]
근데 형 이것도 물론 되게 잘난 척하는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나는 잘생기고, 성격도 괜찮고, 좀 한남스럽고 여성스럽지 않잖아. 끼를 떨기는 해도. 그래서 일반 남자애들이 나한테 종종 ‘너 때문에 게이들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어’ 이런 얘기를 많이 해. 진짜 뻔한 편견이니까 ‘그래~’ 이렇게 넘기긴 하는데.
[톨]
^^ 나 이거를 주제로 해도 돼?
[전투와플]
미안해요. 그런데 진짜 너무 웃긴 얘기인데 그런게 좀 없지 않아 있어. 그래서 나는 내가 커밍아웃했을 때 나를 싫어하는 사람 한 명도 없었어. 나 너무 웃기지. 너무 잘난척 하는 것 같지.
[톨]
아뇨…
[전투와플]
잘생기고 예쁜 애들이 하면 괜찮나 봐. 너무 재수없지. 그런데 그게 맞는 것 같거든. 내 분석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
[톨]
^^ 근데 맞는 부분이 있긴 하지. 외모가 주는 영향이 크긴 하지. 그런데 너가 알고 있는 애들은 기본적으로 좀 교육수준이 높고, 최소한 정치적인 피씨함이 어떤건지 알고 있는 애들이긴 하잖아. 아예 엄청 마초적인 남자애들한테 하지는 않은거잖아. 나는 같이 운동하는 일반 친구한테 말하고 싶은데 말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좀 무서워서.
[전투와플]
그러게. 나 같아도 사실 그런 친구들한테는 함부로 말 못할 것 같기는 해.
[톨]
그리고 나는 내가 일반적으로 봤을 때, 막 엄청 매스큘린하거나 마초적이거나 그렇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걔는 이미 나한테 뭐라고 하냐면, 형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제일 특이한 것 같아요. 이런단 말이야.
[전투와플]
끼스러워가지구?
[톨]
^^ 그럴수도 있겠다. 몰라 그냥 나보고 특이하대.
[전투와플]
나도 내 주위에 그런 분위기 봐가면서 하는 것도 있나 봐.
[톨]
본능적으로, 아 얘한테는 얘기해도 되겠다 이런 판단을 했을 수도 있지.
[톨]
그럼 마지막으로 톨터뷰에 참여한 소감을 말해주세요. 제가 강압해서 하게 한^^
[전투와플]
아니야. 나는 이렇게 살면서 누가 나 같은 사람한테 관심을 가져주겠어.
[톨]
여태까지 굉장한 자신감을 보여주셨는데…
[전투와플]
아니 그거는 절반은 객기 장난이지. 물론 절반은 진심이긴 한데. 뭔가 나에 대해서 막 두시간 동안 이렇게 질문을 이렇게까지 하는 경험이 사실 흔치 않으니까 되게 좋았어. 되게 색다른 경험이었고, 그리고 이런 걸 얘기하면서 다시 또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그런 좋은 측면이 있더라고. 그래서 나는 되게 오늘 즐거웠어.
[톨]
히히 다행이다. 이런 얘기 평소에도 할 수 있기는 한데, 갑작스럽게 말하는게 아니라 어떤 흐름과 계기가 있어야 되잖아. 그런데 인터뷰의 탈을 쓰면 질문으로 갑자기 쑥 하는데도 어색함이나 이상함 없이 좀 대답이 되고 그런게 있지 않아?
[전투와플]
맞아. 그리고 생각으로만 대충 모호하게 갖고 있던 것들을 이제 말을 해야 되니까 정리를 해야 되잖아. 그래서 그걸 또 생각해볼 수 있고, 자세하게 떠올려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
[톨]
약간 엎드려 절받기로 뽑아낸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럼 인터뷰 종료~
(인터뷰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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