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1편
1부: 자기소개와 정체성
[톨]
형 그러면 닉네임이랑 자기소개 해주세요.
[데미안]
내가 고민을 좀 했는데, 새로운 닉네임을 쓰자니까 내가 아닌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저는 원래 쓰던 닉네임으로 하겠습니다. [데미안]으로 하겠습니다. 어차피 아는 사람은 아는 거고 모르는 사람은 나랑 매치를 못 시킬 테니까.
[톨]
그런데 나를 아는 사람이 알아차리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자기소개도 간단히 부탁드려요.
[데미안]
39살이고요.
[톨]
윤석열 나이로요?
[데미안]
이제 우리나라 나이는 하나밖에 없어! 아무튼 39살이고요. 직장인이고. 뭐라고 해야되냐. 하여튼 일반사람들하고 비슷하게 회사에 치이고 주말에 쉬는 직장인입니다.
[톨]
주말 쉬는 직장이라는거 하니까 생각난다. 내가 요즘에 틴더 다시 하니까 알게됐는데, 주쉬직이 요즘 유행하는 단어더라고요. 주말 쉬는 직장인을 주쉬직이라고 써놔. 그런데 내 친구는 그 단어가 싫대. 나도 그런데 좀 별로인 것 같아.
[데미안]
그러니까 좋게 해석하자면은 나랑 스케줄이 맞았으면 좋겠다. 주말에 같이 쉬었으면 좋겠다는 건데 사실 그 안에 살짝 나는 탄탄한 직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내포하는거 같아.
[톨]
약간 그런 뉘앙스가 없진 않은 것 같아. 옛날에 그 well-educated보다는 좀 덜한데.
[데미안]
그거는 진짴ㅋ 그 약간 웃음이 나오지만 아무튼.
[톨]
그렇습니다. 그럼 자기소개는 그걸로 하고. 형도 이거 해야지. 헤테로 게이 스펙트럼 질문. 헤테로1~게이10 형은?
[데미안]
8에서 9? 8정도.
[톨]
왜 1~2 정도의 여유분은 남겨두시는 거죠?
[데미안]
내가 20대 초반에 어렸을때, 내가 게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절대 게이로 살지 않을 거다. 무조건 스트레이트로 살 거다라고 다짐한 적이 있었어. 그래서 스스로를 굉장히 부정하면서 열심히 여자친구도 사귀어보고 노력하고 이런 시간이 있었어가지고. 그래서 약간 남겨놨습니다.
[톨]
그런 내적인 갈등도 완전히 없었던 사람을 10으로 본다면, 형은 그 1~2 차이를 그 갈등의 시간이 있었던 걸로 여유를 둔 거구나. 그럼 형은 형의 성정체성이 과거 삶의 선택에 있어서 얼마나 영향을 미쳤어요?
[데미안]
시기에 따라 좀 다른데, 내가 이쪽에 엄청 늦게 나왔거든. 이쪽이라는 것을 자각했던 거는 중학교? 초등학교 6학년? 그때부터 알았던 것 같아. 영상을 봐도 남자에 눈이 더 가고 그랬는데 하여튼 그 어린 시절에도, 이거는 남이 알면 안된다 생각했었고, 대학교 때까지 되게 일반으로 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고, 그게 내가 처음 직장을 들어간 27살까지 일반 코스프레를 했어.
[톨]
스물 일곱살까지?!
[데미안]
이쪽 사람을 처음 만난 게 28살인 것 같아.
[톨]
하여튼 빠르진 않았네요.
[데미안]
확실히 엄청 늦었지. 그래서 그 전까지는 게이라는 걸 알았지만 부정하고 살았어. 그런데 대학교때까지는 친구들하고 몰려다니며 놀고 공부하고 시험치고 이러니까 괜찮은데, 스물 일곱, 여덟 되면서 친구들이 뭐 오래된 여자친구하고 결혼을 하고 그런 일들이 벌어지다보니까, 이제 더 이상 이게 뭐랄까.. 코스프레로 될 수 없는 격차구나 해서 그때 내가 엄청 우울했어.
그래서 일코를 더 이상 할수 없을 때쯤 28살에 이쪽에 딱 나오니까 뭐랄까 이게 신세계야. 너무 좋았고 솔직히 얘기하면 그때는 게이라는게 내 인생의 모든 거를 결정을 했어. 이쪽을 받아들였다는 그 사실에 너무 몰두하고 전념한 상황이어서, 삶에서 의사결정하는 모든 것들을 이제 그거에 맞춰서 했었지. 그게 28살때 회사 2년차였는데, 그게 어느정도였냐면은 그 회사 2년차때가 이쪽 생활 말고는 지금 기억이 안나.
[톨]
진짜 너무 이쪽 삶에 빠져서요?
[데미안]
응 그때 처음으로 남자랑 연애도 했었고. 근데 그 때 만난 사람이 또 두 번 바람을 피워가지고 안 좋게 끝났긴 했지. 그리고 이쪽 친구들도 알게되고. 지금 친한 ㅈ형도 그때 만났고.
[톨]
근데 그때 진짜 엄청나게 강한 자극이었나 보구나.
[데미안]
맞아. 그래서 나 나온지 1년도 안돼서 부모님한테 커밍아웃도 했어. 내 삶의 모든게 이쪽에 dedicated 되어가지고 게이라는 거 없이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까 나는 이건 부모님한테 얘기해야겠다.. 그래서 그랬었던 것 같아. 그리고 모임 같은 것도 여러 개 나가보고.
[톨]
그렇게 형이 dedicated 됐던 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래도 좀 줄어들었어요?
[데미안]
그게 2013, 14, 15년이었는데 그 당시까진 안줄어들었고, 그래서 그렇게 계속하다가 2016년에 서울 올라왔지. 그때 지방에서 근무하다가 서울 올라왔는데 너네들을 만난거야. 너네들하고 이제 또 다른 모임도. 또 이쪽으로서 서울에서 사는 건 처음이었잖아. 그러니까 그 때도 되게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아.
[톨]
그러니까. 이태원, 종로 해가지고 얼마나 재밌었겠어.
[데미안]
그치. 예전에는 지방에서 올라와야되니까 약간 맘잡고 와야되잖아.
[톨]
근데 이제 주말마다 갈 수 있고.
[데미안]
그러다가 이제 슬슬 코로나를 기점으로 뭔가 이쪽 사람들 만나는 것도 어려워지고, 지금 애인도 그 직전에 생겼고, 그 다음에 이제 회사에서 어느정도 중간 연차가 되면서 회사일도 바빠지고 하면서, 그때부터 뭐랄까, 이쪽이 나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그런 시기는 좀 지난 것 같아.
[톨]
그럼 형을 지금 정의할 때, 그 성정체성은 형이라는 사람의 몇 퍼센트나 차지하는 것 같아요?
[데미안]
그래도 한 40~50퍼센트는 되지.
[톨]
그래도 엄청 중요하긴 하네요 여전히.
[데미안]
여전히 중요하니까 너가 하는 톨터뷰 이런 것도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지지 정당을 선택할 때도 중요하게 보는 요소이고... 그렇지.
[톨]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이 그래도 자기들이 생각할 때 이 톨터뷰가 재미가 있든 없든 간에, 의미는 있다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데미안]
뭐랄까 계속 남자 만나고 이태원 종로에서 놀고 하는것도 좋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좀 깊게 들여다보고 그런게 있어야 되지 않나 싶어. 그런데 지금 말하다 보니까 진짜 두서 없이 나오는데? 정리된 거 보면 되게 깔끔하던데. 이거 정리하는게 쉽지 않겠다.
[톨]
ㅋㅋㅋ녹음한 걸 듣다보면, 우리가 말할 때 절대 완벽한 문장으로 말하지 않더라구요. 단 한 문장도 완벽한게 없어. 그러니까 나는 결국 맥락에 따라서 그 문장을 완벽하게 만드는 거야. 동시에 그 사람의 말투를 최대한 살리고 싶은 거에요. 그 사람이 사용하는 부사구나 감탄사나 이런 것도 각자만의 특징이 있어서 달라요. 그걸 살려서 완벽한 문장으로 만들어서 읽기 쉽게 만드는 것. 그런데 내가 은근히 그 노가다가 좀 잘 맞아요. 금방 해버리고. 그리고 또 편집하면서 내가 보고 재미있어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난 내가 편집한거 재미있어서 그냥 보고 또 봨ㅋㅋ
[데미안]
아무래도 이게(마이크를 가리킴) 있으니까 조리있게 말을 좀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는데, 되게 말이 여기로 갔다가 저기로 갔다가.
[톨]
상관 없어욬ㅋㅋ 그럼 다른 질문. 형은 아웃팅에 대해서는 얼마만큼의 두려움이 있어요? 어떤 상상을 해봤어요?
[데미안]
아웃팅에 대한 상상을 좀 하긴 했는데. 예전에 벽장에 있을 때는 아웃팅 되면 진짜 낭떠러지고 인생 끝난다고 생각했어. 오죽 그런게 무서웠냐면은, 처음에 학교커뮤니티에 익명글을 썼다가 그것도 지웠어.
[톨]
익명인데도 무서웠던거에요?
[데미안]
응. 그런 정도로 무서워하다가 지금도 물론 조심은 하는데. 너무 내가 모르는 사람이거나 혹은 익명의 이쪽 대중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은 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들사이에서는 이젠 예전만큼까진 아닌거 같아.
[톨]
형이 아웃팅 되면 뭔가 잃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려운 거잖아요. 그럼 뭘 잃는게 가장 두려워요?
[데미안]
지금으로서는 직장?
[톨]
직장에서의 어떤 평판? 소문?
[데미안]
아무래도 아웃팅이 되면 지금처럼 회사를 다니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이런 막연한 생각도 해. 그런데 그 외에는 부모님도 알고 내 주위 친한 친구들한테 커밍도 했고.. 뭐 대학교 때 꽤 친하게 지냈지만 커밍까지는 안한애들한테 알려지면은 거기서 또 받아주는 애들이랑 아닌애들이랑 좀 갈리겠지 뭐 이정도.
[톨]
그 부분에서는 마음을 좀 내려놨지만, 지금으로선 가장 걸리는 건 결국에는 회사인거네요.
[데미안]
응 회사가 제일 걸리지
[톨]
형이 프리랜서였으면 조금 덜 했을까?
[데미안]
자영업자 친구 ㅎ 는 이제 거의 감추려는 생각도 별로 안 하는 것 같고.. 걔네 가게에서도 이쪽애들 저기서 반절 놀고 있고, 일반애들 저기서 반절 놀고 있고.
[톨]
너무 좋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네.
[데미안]
내가 예전에 스웨덴인가 하여튼 북유럽에서 온 사람이랑 바에서 한 번 대화를 했는데, 북유럽에는 게이바가 없대. 필요가 없대. 그냥 술집에서 게이커플 레즈커플 일반커플 다들 놀아서, 게이 공간이 따로 필요가 없다는 거야.
[톨]
오 그거 멋있다. 그래도 내 생각에는 음지화되었을 때 또 발달하는 게이문화, 레즈문화들이 또 있는 것 같아요.
[데미안]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톨]
확실히 그런데 부모님한테 알려지는 아웃팅 두려움이 확실히 큰 것 같아요. 나도 그게 가장 무서워서.
[데미안]
아버지가 아직도 결혼하라고 많이 그러셔?
[톨]
장난 아니야. 맨날 몇 번씩 말하고, 나랑 맨날 싸우고. 그래서 나 빨리 나가야 돼.
[데미안]
[톨]이 89년생이지. 이제 결혼 적령기도 살짝 지났잖아.
[톨]
(질색) 어우 그런말 우리 회사 개저씨들같아.
[데미안]
ㅋㅋㅋㅋㅋㅋㅋ
2부: 연애와 사랑
[톨]
그러면 다음으로 하고 싶은 주제 있어요?
[데미안]
가족이나 이런 거 말고는 다 재밌는 주제일 것 같은데, 연애 먼저 할게. 꽤나 오래 연애를 하고 있으니.
[톨]
형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는 걸로 아는데, 얼마나 어떻게 만났는지 말해주세요.
[데미안]
어플에서 만났고요.
[톨]
무슨 어플?
[데미안]
그 전통의 어플 잭디에서.
[톨]
요즘 잭디는 번개용이라던데.
[데미안]
뭐 예전에도 그랬지 뭐. 우리가 만난 지는 이제 4년 9개월 정도 됐습니다.
[톨]
4년 9개월? 길다.
[데미안]
그러니까 우리 반장난식으로 프랑스나 뉴질랜드 가서 결혼신고하자고. 그러면 증서 떼준대.
[톨]
세레모니 식으로??
[데미안]
응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법적 효력 없고. 그렇지만 기념이 되니까 그래서 할까말까…
[톨]
결혼식도 간단하게 하고오고 그러면 되게 좋겠다. 그럼 형은 이게 몇 번째 연애에요?
[데미안]
몰라.
[톨]
빨리 말해줘요.
[데미안]
연애라는거의 기준이 뭐야? 몇 개월 이상?
[톨]
그건 형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데미안]
그럼 내가 이건 그래도 연애를 했다 라는 걸로 치면은..(손가락으로 세는중)
[톨]
손가락이 꽤 많이 넘어가는데?
[데미안]
그래도 꽤 괜찮았다. 연애라고 생각했다. 라고 하는 건 한 다섯, 여섯번 되는 것 같아.
[톨]
연애를 적게 하시진 않으셨군요.
[데미안]
그런데 그렇게 만나봤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타협이 되고 어떤 부분은 내가 못참는구나 이런 걸 알게 된 것 같아.
[톨]
여러 번 연애경험을 통해서 형 자신을 좀 알게 되는 거네요. 형이 뭘 원하고 뭘 선호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잘 맞는지. 그러면서 정립된 형의 연애관 사랑관이 있겠네요.
[데미안]
응. 그런데 내가 또 이쪽 삶을 살면서 마음속에서 계속 ‘우리라고 일반이랑 뭐가 달라?’ 이런 생각으로 계속 좀 살아왔던 것 같아. 우리가 게이라고 꼭 달라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 우리도 장기연애하고 10년, 20년 사귀고 또 누군가는 일반들의 이혼에 준하는걸 할 수도 있는거고. 게이라고 해서 사회생활이나 직장에서 높이 올라가고 싶은 욕심. 내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고. 우리도 일반들이랑 다를 게 없다. 그런 부분이 좀 연애에도 반영 된 것 같아. 그래서 애인을 만날때도 그런게 좀 있고. 일단 외모로는 내가 공룡상을 되게 좋아해요. 그 공룡상 중에서, 나랑 살아왔던 결이나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한 친구들을 내가 편해하는 것 같더라고.
[톨]
그럼 대충 내가 해석하자면, 자기 일에 커리어적으로 신경을 쓰고, 사회적 위치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고려를 하고.
[데미안]
자기 일에 좀 애살도 있어야 되고.
[톨]
자유롭게 살아온 사람들보다는 좀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인정하고 원하는 길을 걸어온 사람이 조금 더 편하다는 거죠?
[데미안]
그냥 사회적으로 그래도 잘 컸네, 혹은 잘 자리잡았네. 그런 정도의 평가를 받는데서 나도 좀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 절대로 비하나 그런 표현이 아니라, 사실 아르바이트 계속하다가 나 일 쉬고 싶어요 해서 쉬고 여행가고 다시 알바 구해서 하고.. 이런 삶도 충분히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랑은 좀 결이 안맞는 것 같아.
[톨]
형이 약간 미래를 생각하는 안정추구형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게 하루 벌고 하루 살고 하는 사람들이 하루동안 같이 놀기엔 자유롭고 자극적이고 재미있을 수는 있지만, 몇 십 년 미래를 상상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
[데미안]
이게 인터뷰라고 해서 내가 이렇게 되게 피씨하게 말을 하지만, 그냥 얘기하면은 배운놈이어야 되고. 이렇게 모범생 궤도로 딱 와야 되고.
[톨]
ㅋㅋㅋㅋ솔직하게 말하라고요~
[데미안]
ㅋㅋㅋㅋㅋ그래서 좀 공룡상이어야 되고, 운동 좀 해야 되고, 내가 말한대로.
[톨]
그 사회적인 길을 잘 거쳐와야 되고.
[데미안]
공부도 해야 되고. 안정된 직업에 그냥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톨]
육각형이네 육각형. 그럼 지금 애인은 그런 부분을 좀 만족해요?
[데미안]
응. 학교도 명문대학교 나오고. ㅋㅋㅋㅋㅋ
[톨]
그런 부분에서 잘 맞으신다?
[데미안]
아 이거 되게 적나라하게 얘기하게 되는 구나. 내가 수위 조절을 어떻게 해야 될지.
[톨]
형이 말하고 싶은 대로 다 얘기해요. 나중에 편집할 때 형이 이쁜 말로 교정할 수 있으니깤ㅋㅋ
[데미안]
알겠습니다. 하여튼 이렇게 좀 모범적인 길을 따라 번듯하게 자라온 사람이 좋아.
[톨]
그럼 그게 형 이상형이라면, 결격사유도 있지않을까?
[데미안]
생각 없는거? 이상형이랑 그냥 반대긴한데, 진짜 내일 생각 안하고 사는 그런거.
[톨]
그런 사람이랑 만나본 적 있어?
[데미안]
있어.
[톨]
그래서 거기서 데여서 그런 연애관이…
[데미안]
그런것도 있고, 내가 사회적평판과 어떤 안정감, 번듯함 이런 것들을 상당히 중요시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하고.
[톨]
맞아. 그런데 아까 이거 물어보려다가, 이거 사랑연애얘기랑 관련없을 수는 있지만, 형은 과거에 헤테로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 시간들이 있었잖아요. 그럼 형은 분명히 ‘내가 헤테로였다면’ 하는 상상을 했을 것 같은데, 그럼 뭐가 달랐을 것 같아요?
[데미안]
나는 내가 일코하면서 오래 살아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헤테로로 살아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아. 지금 애인 만나면서도 이정도면 내가 일반이였으면 결혼했겠구나 생각이 들고. 그리고 회사에 이쪽 동생이 그런 얘기도 하더라고. 형은 회사에 있을 때랑 이쪽에서 놀때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한테만 살짝 게이모습을 더 보여줄 뿐이고 회사에서는 그걸 굳이 보여주지 않는 그 정도 차이인 것 같다고.
[톨]
그럼 헤테로로서도, 형이 지금 살고 있는 삶의 패턴이나 가치관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크게 변화는 없었을 거라는 거에요? 결혼이나 아기 낳는 거 그런 부분은?
[데미안]
아기낳는 건 별로 아쉬움이 없어.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기 때문에 ㅋㅋㅋ
[톨]
이래서 우리나라 출산율이 이모양인거라몈ㅋㅋ 그럼 결혼도 법적인 결혼 이런 부분도 딱히?
[데미안]
딱히… 지금 우리나라 정도면 그냥 사는데 굳이 내가 드러내지 않을 거면 큰 불편함은 없는 것 같아. 그런데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우리나라의 제도 자체가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차원에서는 법제화 되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톨]
맞아.
[데미안]
입법은 됐으면 좋겠어. 내가 굳이 혼인 신고를 하고 말고, 공표를 하고 이런거랑은 상관없이 제도가 인식을 개선해야하기 때문에.
[톨]
사람들마다 그 법제화 관련해서도 진짜 생각이 다 다른게 신기해요. 이 안에서도 스펙트럼이 있어. 어떤사람들은 거기에 완전히 운동권처럼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그런 제도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데미안]
맞아. 퀴어문화축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우리 내에서 되게 다르잖아. 그런 걸 굳이 왜 하냐는 말도 많은데, 나는 해야 된다고 생각은 해. 어쨌든 내가 참여하고 말고는 별개로, 이런 부분을 노출시키고 사회에 화두를 계속 던져야된다고 생각해. 요새 넷플릭스나 이런데 보면 무조건 동성애코드 들어가는 것처럼. 동성결혼도 우리나라에서 법제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보다는 되어야 한다 약간 이런 느낌.
[톨]
당위성의 느낌으로써? 그러면 형 나 이거는 좀 민감한 질문인데, 오래사귄 사람들한테 물어볼까 말까 하는거라서. 오히려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기 좀 뭣한데 해도돼요?
[데미안]
물어봐도 돼요.
[톨]
나는 장기연애커플의 섹스리스 문제와 오픈릴레이션십 문제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어요.
[데미안]
우리는 일단 오픈릴레이션십은 아니고, 주기적으로 관계를 하고 있습니다. 나도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 물론 사실 연애 초랑 비교하면 빈도나 그런게 다르긴 하지만, 이런 부분도 신경을 오히려 안 쓰면 안되는 것 같아.
[톨]
맞아. 주기적으로 안하게 되면 아예 안하게 되어버리는 거지.
[데미안]
그래서 관계도 그런 식으로 조금 신경을 써야지. 꼭 이제 억지로 한다는게 아니라 서로 그런 부분에 있어서 노력을 하는. 애인이 지금 자기 주변에 오픈릴레이션십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뭔가 되게 다르다고 생각을 하는 상황인데, 나도 우리한테는 아닌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이 서로 합의하에 하는건 우리가 전혀 가타부타 할 바는 아니지만, 일단 나랑 애인 관계에서는.
[톨]
그럼 나중에 애인이 제안하게 된다면?
[데미안]
안 할 것 같은데…
[톨]
그런데 어쨌든 서로 오픈릴레이션십 안하기로 하고 서로에게만 충실한게 진짜 계속된다면 그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본능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이랑 자고 싶을텐데. 그리고 젊은나이에 만났으니만큼 상대방한테 헌신하면서 유지하는 것도.
[데미안]
그런데 결국 이런 것도 갖다 붙이자면, 우리라고 해서 일반이랑 다를 게 뭐야, 일반들도 그렇게 사는데 이런거지. 보통의 일반부부들도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잖아.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해야되지 않겠느냐 하는거야. 일반하고 다를 바 없다는게, 꼭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측면에서도 우리는 똑같이 해야된다는 거지.
[톨]
그런 느낌이 있네요.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반들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게 일단 집안끼리의 결속이기도 하고, 아기도 낳고 하면 서로를 묶고 지켜야할 것들이 많아지니까 그런 개인적인 성욕이라든지 이런 문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지는 반면에, 게이들은 오래 만나도 삶의 형태가 달라지는게 크게 없으니까 여전히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데미안]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결국 일반만큼의 권리를 쟁취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도 똑같이 해야하는 책무들 그런 것들도 의식해야 되는게 맞지 않나. 아무튼 상대방에 대한 예의같은 것도 그런 맥락이고..
[톨]
형의 관점은, 둘이 어떤 오픈릴레이션십 관계가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일반들과 마찬가지로 관계를 지속하려는, 주기적으로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거네요.
[데미안]
근데 [톨]이는 오픈이야 뭐야?
[톨]
나는 만나는 사람이 없으니까 당연히 오픈이지 모~
[데미안]
연애할 때는?
[톨]
연애할 때도 나는 아직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생각해보긴 했죠. 그런데 일단 먼저 제안해본 적은 없고. 왜냐하면 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스스로 좀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동시에 나중에는 사람들이 왜 오픈릴레이션십을 하게되는지, 어떤 감정들이 공존하게 되는지는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었겠구나 싶은. 아무튼 여기서 솔직하게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톨]
이것도 공통질문인데, 형은 그럼 지금 상대방을 만나면서 형의 어떤 결핍같은게 채워진다고 생각해요?
[데미안]
나는 이 장기연애를 하면서, 삶이 좀 안정이 된 것 같아. 예전에는 뭐랄까 좀 힘이 들어가 있다고 해야 되나? 아까 얘기했다시피 내가 게이라는 사실에 너무 몰두를 해가지고, 나는 게이로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되고, 하루하루 시간이 가고 나이 들어가는게 아깝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단말이야. 그런데 지금 애인을 오래 만나면서, 그냥 이렇게 나이 들어가면서 살아도 되겠다 싶었어. 얘가 40살이 되면 나는 46살이 되겠지, 얘가 46살이 되면 내가 52살이 되고 이런게 상상되는. 그냥 결혼한 느낌. 결혼을 물론 안해봤지만 그런 비스무리한 느낌이 드는 것 같고. 지금 애인이랑 회사랑, 친구들이랑, 취미생활 이정도만 하면 내가 더 뭔가를 굳이 찾고싶거나 하고싶지 않은 것 같아.
[톨]
지금 삶의 형태가 좀 완성된 거라고 보는 거네요.
[데미안]
완성된 느낌일 수도 있고, 안정된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굳이 엄청나게 다른 거를 찾아볼 그럴 생각은 이제 안 드는 것 같아.
[톨]
어쨌든 처음 질문처럼 그럼 형에게 연애는 형이 원하는 그 안정된 생활, 안정감을 채워주는 부분에서 결핍을 채워준다는 거죠?
[데미안]
그런 것도 맞아. 나는 요새 종로도 진짜 안나오거든. 사람들도 맨날 만나는 사람들만 보고. 애인이 내가 골프 좋아하니까 골프모임 가보라고 하는데, 뭔가 새로운 사람을 굳이 만날 필요성을 못느껴. 그게 결핍을 채워줬다기보다는.. 이제 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안 든달까.
[톨]
ㅋㅋㅋ이렇게 보수적이 되는거죠!
[데미안]
ㅋㅋㅋ맞아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요새 회사에서 어린 애들이 하는 행동들이 종종마음에 안 드는거야. 꼰대가 됐구나 싶어.
[톨]
어쩔 수 없짘ㅋㅋㅋ 호르몬으로 그렇게 되는 거잖아. 그러면 형은 애인이랑 헤어지게 되면 어떻게 될거라는 상상은 해봤어요?
[데미안]
헤어지게 되면 엄청 힘들겠지. 사실 두어번 헤어졌었어. 근데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게 한 2년전이었는데, 그 느낌 알잖아. 헤어지자고 말했는데도 딱 이건 못 헤어진다라는 느낌이 드는 거… 그 이후부터는 헤어지는 일 없이 잘 사귀었던 것 같아. 헤어지면 사실 되게 슬프겠지. 근데 진짜로 헤어지는 걸 아직 상상을 해보지는 않아서.
[톨]
사실 헤어지는 걸 상상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헤어짐을 진지하게 고려해봤다는 거일 수도 있으니까.
[데미안]
응 그런 상상은 잘 안해봤어. 근데 내가 아까 얘기했었던 내가 좋아하는 애인의 요소들, 애인으로서 내가 높이 평가하는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이 친구만큼 내가 원하는 사람을 못 만날 것 같아. 이 친구보다 나은 사람을 만날 자신이 없어. 그리고 사실 그 가능성이 점점 떨어지잖아. ㅋㅋㅋㅋㅋ 나는 점점 나이를 먹을 거고…
[톨]
ㅋㅋㅋㅋㅋㅋ급 객관화. 윤석열 나이 39세로 30대로 주장하고 계시지만.
[데미안]
ㅋㅋㅋㅋ근데 옛날에 생각했다? 내가 40살 45살 되어도 여전이 20대 이런 애들 좋아하면 어떡하지 했는데 다행히 그냥 좋아하는 나이차이가 유지되는 것 같아.
[톨]
아 그래요?
[데미안]
내가 처음 나왔을 때 20대 초반 좋아했던건 나랑 나이차이가 그 정도 났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깐 내가 그 나이대 자체를 좋아했던게 아니라 그냥 그정도의 나이차이를 좋아했던 거였나봐.
[톨]
그것도 신기해. 보통 그냥 어릴수록 좋지 않나?
[데미안]
누가 지금 나한테 24살 25살 이랑 사귀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
[톨]
^^ 그럼 사귀는 거 말고 그냥 자는거는?
[데미안]
… 이런 질문을 할 줄이야. 그거는 싱글이라고 가정했을 떄는 괜찮지. 그건 괜찮아. 그런데 이 질문은 내가 삭제할거야.
[톨]
ㅋㅋㅋㅋㅋㅋ그럼 형이 이 연애 사랑 주제에 대해서 형이 더 하고 싶은 얘기 있어요?
[데미안]
내 주변 친구들 ㅈ도 그렇고 ㅎ도 그렇고 지금 회사에 있는 친구들도 그렇고 보면 막 십년 넘게 혹은 가까이 연애를 하니까 내가 상대적으로 그렇게 길게 연애를 한 편은 아니긴 해. 그런데 내가 그렇게 길게 연애를 하는 걸 좀 동경해왔던 것 같고, 지금 연애에서 그런 부분이 완성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 그래서 이 친구랑 계속 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고. 그냥 이렇게 같이 나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데미안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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