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2편
3부: 미래와 노후관련
[데미안]
인터뷰 되게 재밌네. 굳이 생각을 정리 안 해도 그냥 말하니까 또 대화처럼.
[톨]
그런 평소에 어렴풋하게 생각하던 걸 말해주는게 난 더 좋아요. 그래서 내가 이걸 인터뷰랑 사담의 중간이라고 보는 것 같아요.
[데미안]
질문지 미리 준비해서 인터뷰하면 모범답안을 이야기 할 것 같고
[톨]
응. 오히려 솔직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그런게 있을 수 있고. 그리고 사담식으로 하니까 할 때도 재밌고. 그럼 그 다음 주제는 내가 선정할래. 나는 형의 미래나 노후관련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어요. 내가 보기엔 형은 그런 미래, 노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잘 준비하는 케이스라고 예상이 되거든요. 형은 이쪽으로서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돼요? 몇십년 후도 좋고.
[데미안]
사실 내가 아는 이쪽 형 중에 가장 나이많다고 해봤자 이제 50정도.. 나보다 10살 많은거고 그러다 보니까, 정말 은퇴이후거나 몸이 불편해지거나 그런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어. 그냥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거고. 내 또래나 내 동생들이 더 많으니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겠다 라는 건 모르지만 그냥 일반들이 그렇듯 최대한 일 열심히 하고, 인정도 받고 그래서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가고, 그런 식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는 거지. 집 같은 것도 여기 살았다가 더 상급지로 옮겼다가 하면서 차근차근 올라간다고 해야 되나. 그렇게 하고 싶고. 그러면서 경제적 여유도 더 생기고, 사회적으로도 좀 인정받는 삶을 살고 싶고 그래요. 60, 70대에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는데.
[톨]
지금으로선 결국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자산 축적도 잘 해나가고 싶다는 거고.. 아직은 어떤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는 거죠?
[데미안]
아직까지는 깊게 생각을 안 해봤는데. 아 그런데 그건 있어. 일반들은 자기 자식들이 결혼하면 뭘 해주고 나중에 뭘 물려주고 이런 생각을 하겠지만, 나는 내가 죽는 순간에 통장 잔고 0으로 만드는 게 목표야. ㅋㅋㅋㅋㅋㅋㅋㅋ
[톨]
ㅋㅋㅋㅋㅋㅋㅋ헐 형 형제 없나?
[데미안]
여동생 있는데, 이제 그건 부모님이 여동생한테 물려주면 되지. 나는 남길 필요 없이. 그래서 만약에 90에 죽으면 딱 90에 잔고 0을 만들어야지 생각하는거야. 그런데 이제 친구들이 그래. 너 그러다가 까딱 잘못해서 5년 더 살면 어떻게 하냨ㅋㅋㅋ
[톨]
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까. 90에 죽으려고 그때 통장잔고 0만들어놨는데, 기술이 발달해서 안죽고 더 사는거야 막
[데미안]
그리고 나중에 80 90 되어서 외롭게 늙어가고 죽어가고 그런 걱정은 좀 안 하는 것 같아. 왜냐면 지금 일반들도 결혼 안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우리 세대쯤 되면 실버타운 커뮤니티 이런 게 되게 많을 것 같아. 이미 저쪽 이태원이나 후암동쪽에 이쪽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커뮤니티가 있잖아. 그런 게 더더욱 활성화 되지 않을까. 자식이 없는 노인이 삶을 걱정할 시대는 왠지 안 올 것 같아.
[톨]
어쨌든 그 때쯤이면 사회적 인프라나 그런 부분에서도 다 노인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마련이 되어 있을 거라는 거죠?
[데미안]
이미 지금도 수요가 많기 때문에.
[톨]
그쵸. 지금도 그런데 우리가 노인이 될 때쯤이면 더 완성이 되어있겠죠.
[데미안]
그리고 요새 캐나다나 스위스나 뭐 이런 데서 존엄사라고 하는 것들도 고려되고 있고.
[톨]
사람들이 진짜 요즘에 그런 안락사, 존엄사 많이 생각하더라구요.
[데미안]
그래서 요는 일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내가 게이라고 특별히 뭔가 다르진 않고, 내 지금 삶에서 최선을 다해서 적당히 계속 위를 바라보면서 열심히 사는거고, 나중에 늙었을 때를 지금 미리 걱정하지는 않는다 정도 인 것 같아.
[톨]
그 때는 또 다른 길이 마련되어 있을 거라는 기분으로? 근데 이건 갑자기 뜬금없을 수는 있는데, 형은 노후대비같은걸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이미 잘해놓고 있는건 알고있지만 노하우 공유차원에섴ㅋㅋ
[데미안]
재테크는 사실 나 집 샀을 때 대출을 아직 다 안 갚았기 때문에 그걸 상환을 하고 있어. 근데 그거는 다달이 나가는 거고, 투자는 따로 하는데… 내가 했던 투자가 집 말고는 다 망하고 있네…
[톨]
ㅋㅋㅋㅋㅋ근데 집의 포션이 엄청 크잖아.
[데미안]
부동산 말고는 지금 하는 주식 코인 족족 망하고 있어. 지금 주식은 거의 40% 떨어졌고..
[톨]
잠깐 눈물 좀 닦아.
[데미안]
얼마전에 이더리움이 미 증권위원회 SEC 승인 난다고 곧 현물 ETF가 나올 거래. 이게 비트코인의 전례를 봤을 때 뭐 엄청나게 뛰길래 샀는데 그것도 (계속되는 슬픈말)
[톨]
ㅋㅋㅋㅋ근데 어쨌든 전체 썸으로 봤을 때는 형은 지금 서울 자가로 유주택자이시기 때문에 괜찮아요.
[데미안]
그렇지. 그게 사실은 마음이 안정되는 게 좀 커.
[톨]
그럼 그런 부동산 부분에서 형의 노후에 있어서는 큰 마음의 안정감이 될 가능성이 있겠네.
[데미안]
그 때 내가 집을 샀던 거는 그 때 회사 우리 팀의 분위기가 조금 있었고, 내 입사 동기 중에 부동산 파워블로거가 있었는데 걔가 당시 부동산 가격 정도면 사는 게 맞다고 해서 나도 열심히 공부를 했었고, 나 역시 동의를 해서 집을 샀었는데 그게 좀 잘 된거지. 그래서 일단 집이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내가 가용현금이나 이런 것들을 악착같이 모으지는 않는 것 같아.
[톨]
지금 삶에 있어서 조금 더 소비하면서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데미안]
사실 일반들은 애가 있으면 빨리 주택 융자 갚아서 애들 크면 들어가야 되는 돈을 준비할텐데 나는 굳이 뭐.
[톨]
형 한 몸 책임지면 되니까?
[데미안]
굳이 엄청 빠르게 갚을 필요 있나. 그냥 슬슬 갚고 내가 하고 싶은거 하자 뭐 이런 거지.
[톨]
어떡해… 인터뷰 나가면 형 질투할 사람 많겠다.
[데미안]
ㅋㅋㅋㅋㅋ아무튼 그런 식으로 하고 있다.
[톨]
내 친구가 이 노후대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해하면서 질문해달라고 했는데 형의 대답은 딱히 도움이 안 되겠어.
[데미안]
ㅋㅋㅋㅋㅋㅋ
[톨]
그럼 형은 이쪽 삶에서의 롤모델 같은 사람이 있어요?
[데미안]
아직까지는 딱히 롤 모델 할 만한 사람이 없어. 찾지를 못했어. 나보다 그렇게 많이 어른인 형님을 잘 몰라. 내가 아는 제일 나이 많은 형님이라고 해도 뭐 어디서 팀장급 그런 사람이니까, 어떻게 보면 좀 예상 가능한 그런 범위잖아. 60대 넘어서 은퇴해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크루즈 여행 다니고 이런 할아버지들이 주위에 없으니까 그거는 잘 모르겠어.
[톨]
그렇구나. 그럼 형이 이 주제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있어요?
[데미안]
내가 예전에 이런 생각을 좀 했었어. 내가 게이라는 거에 엄청 몰입할 때는, 내가 이렇게 태어난 것도 서러운데 무시라도 안 당하려면 어느 정도의 경제력은 가지고 있어야 된다 그런 생각을 좀 했었고. 지금은 그런 류의 피해의식이나, 지지않으려는 마음 정도까지는 아닌데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려면 경제적으로는 계속 신경을 써야 되겠다 이런 생각은 계속 들어. 투자 같은 자산증식도 그렇고 회사에서도 직급이 올라갈수록 연봉이 올라가잖아. 그러다가 기회가 닿아서 중책을 맡게 되고 그러면 확 뛸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노후대비랑 관련이 있는 것 같아.
[톨]
형은 근데 확실히 그런 성취욕같은게 강한 편인 것 같아요.
[데미안]
그치. 사실 이게 일반들이랑 오래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내 원래 성격이 그런지 모르겠는데 나 조직 생활 별로 안 힘들거든.
[톨]
형은 그게 잘 맞는 것 같아요. 그게 일반들이랑 같이 오래 놀아서 그런게 아니라, 사람은 타고나는 게 가장 큰 것 같아.
[데미안]
그래서 내가 그런 생각했다니까. 축구만 안 할 수 있으면 나 직업군인도 괜찮을 것 같아.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터짐) 하지만 축구가 있었다.
[데미안]
군대는 축구가 진짜 반절이고.
[톨]
축구에다가 족궄ㅋㅋㅋㅋ
[데미안]
둘 중에 굳이 선택하라면 족구겠지만…
[톨]
형이 말하니까 나 오랜만에 생각났엌ㅋㅋ 내가 또 요즘에는 아예 축구 이런 거 할 일이 없으니까. 그런데 왜 게이들은 공놀이를 못해?!
[데미안]
그게 너무 웃긴거야. 나도 아까 게이들이 일반들이랑 아무 차이가 없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게이들 중에서 축구 좋아하는 게이 한 번도 못 봤거든.
[톨]
있긴 있대. 진짜 개 극소수로 있긴 있는데. 근데 이건 진짜 유의미한 판단지표인 것 같아. 차라리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봤는데, 발로 하는 건 진짜 우리 못하는 것 같아.
[데미안]
진짜 안해. 이게 너무 신기해.
[톨]
이거 진짜 웃겨. 그래서 내가 누가 게이인지 궁금할 때는 축구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되는거야.
[데미안]
진짜 게이면 축구를 좋아할 리가 없다~
[톨]
맞아. 그리고 막 대중교통에 되게 괜찮은 애가 있어. 살짝 게이같이 잘 꾸몄어. 그런데 축구보고 있잖아요? 그럼 빠이인거얔ㅋㅋ
4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
[톨]
휴 그러면 이걸로 이 주제는 좀 마무리 해보고. 형이 하고 싶은 주제 뭐가 있을까요?
[데미안]
뭐 할까?
[톨]
나 이런 거 물어보고 싶긴 해. 형이 좋아하고, 형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
[데미안]
나는 아까 얘기하긴 했지만, 성취감 같은게 좀 그런 것 같아.
[톨]
형이 목표하는 걸 딱 해냈을 때의 느낌?
[데미안]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것. 결국 이게 못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가지고 일 열심히 하는 거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기억에 남는 일화 하나가, 내가 파트장이었는데 후배가 계약서 관련해서 약간 일을 개판치고 있었어. 그런데 그때 내가 애인이랑 기념일로 대구여행을 갔었던 상황인데 이게 회사에서 처리가 안 되고 있는거야. 계약 상대방이 있으니 빨리 해결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고. 그날 저녁까지 놀다 올 생각이었는데 아침에 밥만 먹고 서울로 차돌려가지고 회사갔거든. 그 때 나 휴가였었는데. 그래서 그 때 애인이 좀 삐지긴 했지만. 그랬었어. 그리고 그거 해결된 뒤에 사람들이 뭐 지나가는 말로, [데미안] 손을 안 거치면 일이 안 되는구만. 이런 걸 들었을 때 내가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
[톨]
형이 조직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형이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인거네.
[데미안]
나도 그렇게 느끼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이야기해줬을 때.
[톨]
그게 형의 행복을 만드는 그런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는 거네.
[데미안]
그런 것 같아. 그런데 좀 재수없어보일 수 있겠다.
[톨]
왜 재수 없어 ㅋㅋㅋㅋ 근데 나는 형이랑 좀 다른 성격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나는 일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그냥 진짜 밥벌이로서만 생각한다고 여겼는데, 막상 일하고 보니까 일이 좋아서 열심히 한다기보다는 내가 못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그냥 내 능력 되는대로 하는거야.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니까 잘한다는 얘기도 들을 때가 생기는거야. 나는 내가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하거나, 성취욕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평가를 받으니까 진짜 기분이 좋은 부분이 있더라고요.
[데미안]
나도 그런게 분명히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일 말고는 나는 요즘 애인이랑 혹은 친구들이랑 같이 여행 다니는거 너무 좋고 골프도 요새 재미 붙이고.
[톨]
여행 최근에 어디 갔어요?
[데미안]
작년 연말에는 방콕, 4월에는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 갔었고… 5월에는 제주도 갔었고, 곧 8월에 부산 갈거고. 이번 연말에는 유럽을 가자 이러고 있네.
[톨]
형…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구나?
[데미안]
얼마 전에는 이쪽 친구들하고 일본가서 골프도 쳤고 혼자서도 종종 여행가고 그래.
[톨]
형 여행 되게 좋아했구나.
[데미안]
그냥 가서 딱히 뭔가 하는것보다는, 우리나라가 아닌 완전히 다른 곳에서 그냥 있는게 좀 좋더라고. 별거 안하고 리조트 수영장에서 놀고. 호텔에서 계속 있는 것도 괜찮고.
[톨]
ㅋㅋㅋ 나 마지막 질문으로 형한테 물어볼 거 있었어. 형은 어떤 다른 대가가 없이도 형이 계속 하고 싶은 일이나, 취미나.. 그런 분야가 있어요?
[데미안]
대가가 없이도? 대가가 없이… 뭐가 있을까.. 대가가 있어야지…
[톨]
ㅋㅋㅋㅋㅋ그러니까 밖에서 들어오는 그런 대가가 아니고 내 안에서, 내 마음에서만으로도 충족이 되는 그런게 있나 싶어서. 그런데 이런 행복에 관련된 거 물어보니까 누구는 되게 못된 질문이라고 했어. 왜 자기 반성을 해야 되냐면서ㅋㅋㅋ
[데미안]
뭔가 봉사활동 그런 거창한 게 있어야 될 것 같고…
[톨]
아니 그런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순수한 기쁨의 영역으로 남겨놓는 그런게 있는지 궁금해가지고.
[데미안]
생각을 안 해봤네. 나는 대가 없이 뭔가를 해본 적이 잘 없는 것 같아. 헌혈 같은 것도 군대 외에는 안해봤고.
[톨]
나도 헌혈 못해. 탈모약 먹어서(TMI 남발)
[데미안]
ㅋㅋㅋㅋㅋ 잘 모르겠네.
[톨]
ㅋㅋㅋㅋ대가에 예민한 사람인걸로. 그럼 최근에 형이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언제에요?
[데미안]
이것도 되게 어렵다.
[톨]
그래서 이 주제가 못된 질문이라고 하더라고. 자꾸 자기반성시킨다곸ㅋㅋ
[데미안]
그러게. 진짜 그러네. 내가 별로 행복하지 않은가?
[톨]
아냨ㅋㅋ 행복하지 않은 게 아니라, 자기가 느끼는 행복을 갑자기 객관화해서 지금 나 행복한 순간이야! 이렇게 판단하지 않는 거지.
[데미안]
그 행복을 오롯이 한 순간 순간 감별하고 음미하면서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아.
[톨]
맞아. 그런데 그걸 잃고 나서야 생각해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
[데미안]
이거 있었다. 내가 한 2주 전에 장염을 심하게 앓아가지고, 먹지도 못하고 계속 열나고 앓고 배아프고 그랬거든. 그런데 그 때 애인이 옆에 있어주면서 약 사주고 챙겨주고 그랬어. 2박3일 정도를. 그 때 아 애인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생각 했지.
[톨]
그게 행복인거지. 행복임을 알아차린 거네.
[데미안]
왜냐하면 막 옆에서 보살핌을 받고 그런 경험이 별로 없으니까.
[톨]
누군가 나를 오롯이 챙겨주는 경험 자체가 잘 없는거죠. 어렸을 때 아프면 부모님이 챙겨주고 이런 거 이외에 타인이 그런 적이 별로 없으니까.
[데미안]
그게 되게 좋더라고. 아 그리고 애인얘기 더 해야지. 같이 유니버설 스튜디오 갔을 때, 얘가 되게 가고 싶어했었어서 서로 준비 많이 해서 갔는데 너무 행복해하고.. 그리고 공룡 닮은 우리 애인이 그 마리오에 요시 공룡 있잖아 그 인형 머리에 쓰고 사진찍은게 내가 너무 귀여워가지고, 집에 와서 다시 열어보고 그랬거든. 그런 것들도 다 행복했어.
[톨]
ㅋㅋㅋㅋ그게 다 행복인거잖아. 이 질문 좋죠^^ 그런데 보면 사람들이 행복한 데에는 그 옆에 있는 사람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 경제적인 부분도 정말 중요한데, 그거는 사람을 불행하지 않게 해주는 느낌이라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는 역시 다른 사람이 영향을 끼치나봐.
[데미안]
그런 것 같아. 그런 얘기 있잖아. 여행을 가더라도 어디를 가느냐 보다는 같이 가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톨]
맞아맞아맞아
(잡담)
[데미안]
근데 이 프로젝트 되게 좋은 것 같아. 나 개인적으로는 성공도 하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그런데, 뭔가 또 세상이 그런 것에만 치중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생각도 많이 해. 그런 생각 때문에 예전에는 의무적으로 책도 많이 읽으려고 했었고. 그리고 대학교에서 돈이 안 되더라도 미학이나 철학같은 순수학문 남겨놓는 거 너무 지지하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톨]이 이런거 하는 거 처음부터 엄청 지지했잖아.
[톨]
ㅋㅋㅋ 되게 기분좋은데. 그런데 정말 이걸로 돈 벌 수 있을 것 같진 않아^^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니까.
5부: 커밍아웃
[톨]
아 그리고 형의 커밍아웃 스토리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요.
[데미안]
나는 가족들한테 했고, 친구들한테는 4명 했는데 그 중 3명이 과 사람들이야.
[톨]
그럼 남자들? 나는 남자애들한테 한 번도 커밍아웃 안해봤어..
[데미안]
그런데 거기서 지금 관계가 끊어진 사람 한 명도 없고, 커밍한 3명은 더 친해졌어.
[톨]
어떻게 받아들였어?
[데미안]
내가 28살 때 이쪽 딱 나왔을 때, 나는 이제 친구들한테 내 진짜 모습을 알려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좀 유치한 사고방식이긴 한데.
[톨]
다들 그 페이즈를 한 번씩은 거치잖아.
[데미안]
처음 커밍아웃 할 때 너무 떨리잖아. 그래서 내가 이런 말까지 했어. 일단 앉아봐라. 할 말이 있다. 그러니까 애들도 뭔가 이상해서 눈치를 채잖아. 그때 내가 뭐라고 운을 띄웠냐면, 나는 앞으로 너를 안 볼 생각까지도 하고 이 말을 하는 거다.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시작했어. 걔들 입장에서는 방금전까지 술마시면서 낄낄대던 친구가. 그래서 애들이 다 너무 심각하게 뭐냐고 그랬고, 나는 남자 좋아한다. 너네들이 게이라고 알고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했지. 그런데 세 명의 반응이 다 너무 달랐어.
[톨]
한 꺼번에 한거에요?
[데미안]
아니 다 각자 따로 했어. 첫 번째는 동기였는데, 걔는 내 말을 듣자마자 자기가 엉엉 울었어. ‘너 얼마나 힘들었냐..’ 그러면서. 걔는 진짜 그냥 경상도 일반남자야. 그런데 걔도 이제 나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거지. 어느 순간부터는 인터넷에서 게이들 욕하고 그러면 자기가 더 열받아 하기도 하고…
두 번째 친구는, 1년 후배인데. 그 친구는 내 커밍아웃 듣자마자, ‘아~ 형 우리가 알고 지낸 사이가 몇 년인데 그거 가지고 뭘 이래~ 저 게이 친구도 몇 명 있어요.’ 막 이렇게 반응했고.
마지막 사람은 1년 선배였어. 그 형도 부산사람인데 그 때 의전원 다니고 있었거든. 그런데 내가 게이라고 얘기하니까, ‘아, 니 남자 좋아하나? 맞나? 그런데 난 니가 게이인거보다 내일 내 무슨 과목 시험이 더 걱정되는데~ ㅋㅋㅋㅋ’ 이런 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그 세 커밍아웃이 다 성공적이어서 되게 용기를 얻었고, 이제는 엄마아빠한테 얘기를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었어.
[톨]
부모님이 그 이후였구나.
[데미안]
우리 엄마 아빠 정치 성향이 좀 다 진보적이거든.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사상에 대해 지지하고 정의당 지지하고 그러니까 엄마아빠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생각해보면 나는 커밍아웃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리고 할거면 부모님 더 늙기 전에 하자 생각해서 했는데.
커밍아웃 막상 하고나니… 부모님의 진보적 사상 이런건 ‘아니 우리 아들이 어떻게…’ 이런 감정에 완전히 무너져 내리더라고. 처음 1년은 엄청 힘들었었어. 내가 커밍아웃 하자마자 엄마가 무너져서 울고, 아빠의 첫 반응은 ‘너 혹시 약하니?’ 이런 식으로. 하.. 그러다가 막 아빠도 감정 북받쳐서 울고, 다 같이 죽자 그러고...
[톨]
형이 독립하기 전이었던건가?
[데미안]
그때 취직하고 독립했을 때였고, 그래서 그나마 좀 안 볼 수 있는 상황이니까 나았었지. 부모님이 ‘너 동성애 하지마라. 너가 너를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엄마가 아는 너는 그런 애 아니야. 너 잘못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속단하지 마라…’ 이런 말들 하고 그랬지…
나는 또 악에 받쳐서 ‘그렇다면 엄마, 아빠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진보적 가치는 뭔데? 사회적 소수자 지지하고, 정의당 응원하고 그런거 다 뭐냐? 위선이었냐?’ 이런 날선 말도 나오고…
[톨]
감정적으로 될 수밖에 없죠.
[데미안]
그렇게 서로 무너져 내리다가 또 몇 개월 뒤에 만났을 때는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하고… 보통 사람이 큰 충격을 받으면 부정, 분노, 타협, 우울 그리고 마지막에 수용이잖아. 당시 나는 이미 수용 단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커밍을 했지만 부모님은 고작 부정과 분노 어느 언저리에 있었고…
지금은 이제 부모님이 그 이야기를 거의 안해. 대신 결혼 이야기도 일절 안하고. 어느 정도 수용을 하긴 한거 같은데 다만 그 수용이라는게, 내 친구의 케이스처럼 애인을 집에 초대해서 같이 밥 먹고 둘이 행복해라라고 말해주는 식의 수용은 아니고 가끔씩 ‘아들 행복하게 살고 있니?’ 물어보는 식으로… 그 정도 인 것 같아. 말하고 보니 커밍한지 벌써 10년이나 흘렀네.
[톨]
그럼 형이 그 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커밍아웃은 할 거에요?
[데미안]
할 것 같아. 어차피 넘을 산이면 빨리 넘어가자,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깐.
[톨]
근데 형은 그 성정체성 부분 외에는, 누가 봐도 부족한 것 없이 사회적으로도 잘 성취해서 살고 있으니까 부모님이 조금 더 안심하실 수 있지 않을까.
[데미안]
최근에는 워낙 미혼이 많으니까 내가 결혼 안하는 상황 자체가 희석이 되고 사회적으로 이제 이야깃거리도 안 되잖아. 부모님은 그런 상황이 조금 위안이 되는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집 산다고 했을 때, 엄마가 서울 와서 같이 내가 찍은 단지들 돌아보면서 얘기하는 거야. ‘엄마가 용기 내서 마지막으로 물어보는데 아들, 집 왜 살려고 그래?’ 이랬던거지.
[톨]
엄마가 그때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으신 거구나.
[데미안]
그치. 엄마는 이제 내가 가정을 이루고 싶어서 집 장만하려고 하는건가.. 생각한거지. 그래서 그때 나 또 많이 울었고.. 그랬었지.
[톨]
나는 형 얘기 들으니까 나는 진짜 부모님한테 못말하겠어.. 우리 엄마아빠는 이미 너무 많이 늙었는데. 늙은 엄마아빠한테 내가 어떤 고통을 줄까 그런. 동시에 이미 좀 질린 생각이지만 내 존재 자체가 고통이 된다는 것도 좀.
[데미안]
사실은 시간이 갈 수록 부모님한테 말하는 건 점점 어려울 것 같기는 해.
[톨]
그런 면에서 형이 좀 부럽기도 하고. 그 페이즈를 다 거친 거니까.
[데미안]
한 1년 점에는 엄마가 오랜만에 이야기를 꺼내더라. 아들이 되게 안정이 되어 보이는데, 그게 단순히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게 아니라, 엄마 느낌으로 옆에 좋은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그때 그 이상으로 대화가 넘어가지는 않았는데, 엄마가 어쨌든 그런 뉘앙스로 좋다고 얘기를 하는거야.
[톨]
형이 안정되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게 티가 나고, 그게 부모님한테는 안심포인트니까. 거기서 뭐 보여주거나 그런 얘기는 안하고?
[데미안]
아직은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아. 우리 엄마아빠 성향상 또 이렇게 알면서도, 거리를 두면서 서로 행복하기를 바라주는 것 까지가.. 서로 마음을 크게 다치지 않는 정도인 것 같고. 이런 생각도 해봤는데, 영화 매트릭스처럼 빨간 약 먹을래 파란 약 먹을래 해서, 빨간 약 먹으면 스트레이트가 되고, 파란 약을 먹으면 게이로 남고 그런 게 있다면, 몇 년 전부터는 스트레이트 되는 약을 안 먹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톨]
형은 이제 게이인 스스로가 좋은 거구나.
[데미안]
이쪽 나오기 전에 부정하는 단계에서는 진짜 제발 스트레이트가 되게 해달라고 했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 고민이 되다가… 하다가 요새는 그냥 게이로 사는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톨]
그것도 진짜 신기하다. 나는 이렇게 사람을 앞에 두고 다른 얘기를 듣는게 너무 재밌고 신기해요.
ㅋㅋㅋ그럼 슬슬 마무리로 톨터뷰한 소감을 말해주세요.
[데미안]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았고, 나는 처음에 [톨]이 처음 했을 때부터 재밌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네. 나도 사실 내 이쪽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그런 것도 좋았고.
[톨]
그리고 형의 얘기도 다른 사람한테 뭔가 생각과, 영감과, 다른 느낌을 주면서 퍼져나갈 수도 있고.ㅋㅋ 형 주변사람들한테도 인터뷰 하라고 추천해줘.
[데미안]
그래 알겠어. 적극적으로 찾아볼게 ㅋㅋㅋ
[톨]
ㅋㅋㅋ그럼 인터뷰는 이걸로 종료해볼게요.
(인터뷰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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