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자기소개와 정체성
[톨]
지금부터 인터뷰 녹음 시작할게. 자기 소개 해봐.
[오미정]
안녕하세요…
[톨]
그렇게 어색하게 안 해도 돼.. 그냥 대화하듯이 해줄래?^^
[오미정]
저는 오미정 입니다. 게이구요.. 나이는 36살 지금 평택살고 있고, 닉네임은 원래 향련이었는데, 지금은 바뀌었어요. 그분이 원래 판소리 명창인데 유부남을 사랑하셨다가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자살을 하신 분이거든. 그런데 판소리 하는걸 들어보면 아주 진짜 기갈이 장난이 아니신 분이라 그분의 그런 기갈을 본받고자..
[톨]
기갈녀가 되려고 향련이라고 했다…?
[오미정]
그랬는데 이제 좀 그 분을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아서, 요즘에는 그 이름을 안 쓰고 고민중이야. 아직 이름을 못 정해서 미정..
[톨]
아 그래서 이름이 성에다가 미정 붙여서 오미정 인거야?!
[오미정]
그치 그런데 약간 기생 이름 같기도 하고 꽃 이름 같기도 해서 좋기도 하고. 내가 꽃, 난초를 좋아해서 오난향, 오향란 이런 것도 해보려고 했는데 다 마음에 안들어서…
[톨]
오난향 이쁜데? 그런데 꼭 ‘오’ 라는 성씨를 넣어야 돼?
[오미정]
넣고 싶더라고. 이렇게 뿌리에 대한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톨]
ㅋㅋㅋ 오키 그럼 이름은 오미정 으로 하는걸로 할게.
[오미정]
근데 이런 부분에서도 느껴지는게 옛날보다 점점 더 나 스스로를 뭔가 규정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
[톨]
신기하다. 오히려 보통은 나이먹을수록 주관이 뚜렷해져서 자기 스스로를 일정한 틀 안에 넣는 경향이 강해지잖아.
[오미정]
자꾸 뭘 알게 돼서 그래. 나 스스로에 대해서 몰랐던 걸 자꾸 알게 돼서 그런가.
[톨]
아까 게이라고 소개하셨는데, 대충 스펙트럼으로 치면 헤테로1~쌉게이10까지 중에서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 것 같아?
[오미정]
그럼 딱 중간 5가 바이섹슈얼인가? 나는 한 6정도…?
[톨]
아 진짜? 6?!?! 그럼 너는 스스로도 바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와 이건 정말 처음 알았어. 나는 너가 완전 10에 가깝다고 생각했거든.
[오미정]
아 그런데 뭘 하든 좀 제대로 해야지…
[톨]
ㅋㅋㅋ그럼 성공하셨네요. 그럼 언제 남자들한테도 관심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오미정]
내가 확실히 정체성으로 확신한건 중학교 때 같은 반 애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그 학교에 노는 애들 있잖아. 그런데 노는 애들 중에서 잘생긴 애들이 많잖아. 날라리같고 양아치처럼 생긴. 그런 애들한테 뭔가 이성적? 인 감정을 느꼈어.
[톨]
그래서 그걸로 알게 된거야?
[오미정]
중학교 때는 확신하게 된거고, 초등학교 때는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보다는 뭐 요즘 하는 말로는 끼스러운 애들이랑 맨날 놀고, 샴푸를 뭐 쓰냐 이런거 얘기하고, 다른애들 축구하러 갈 때 나는 공기놀이하고.. 그럴 때 내가 좀 다르다는 건 알았지.
[톨]
그럼 처음 이쪽 사람을 만난 건 언제야?
[오미정]
대학교 2학년때, 학교 동아리 문을 두드렸지.
[톨]
아 그럼 너도 학교 동아리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이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겠네. 그럼 그 동아리는 어떻게 알게됐어?
[오미정]
학교에 포스터가 붙어있었어.
[톨]
포스터만 보고 가서 문을 두들겼어? 가입 메일 이런 것도 안보내고?
[오미정]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안보내고 그냥 갔던 것 같아.
[톨]
대단한데? 동아리 들어가보니까 어땠어?
[오미정]
좋았는데 동시에 또 뭔가 해방감을 느낀다거나 그런것 까진 없었어. 대신 편안함? 아늑함 같은게 있었어. 집에 온 것 같은. 그런데 하나도 안챙겨줘.ㅋㅋㅋ 그래서 무서웠어.
[톨]
그럼 동아리 들어가서 동아리활동은 많이 했어? 그 정기적으로 파티같은거 열었잖아.
[오미정]
응 파티도 하고. 그때 나와서 춤도 추고 막..
(동아리에 대한 잡담)
[톨]
그럼 다음 질문. 너는 너의 삶이나 진로부분에 있어서 너의 성정체성이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생각해?
[오미정]
응. 이건 그냥 나의 주관적인 생각인데, 나는 내가 게이라서 오히려 좀 남들이 못 보는 걸 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
[톨]
호오.. 예를 들면?
[오미정]
헤테로들이 일반적으로 무심하게 지나가는 부분을 내가 좀 캐치할 수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예를 들면 미술같은 경우에도 일반남자애들보다는 더 섬세하고, 또 일반여자애들보다는 조금 더 과감한 부분에서의 느낌?
[톨]
너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느끼는게 너의 개인적인 특성이 아니라, 성정체성에서의 영향을 받았다고 스스로 느끼는 거지?
[오미정]
응. 편견일 수는 있지만 어쨌든 게이들은 약간 일반 남자애들보다는 여성성을 조금 더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잖아. 그런데 그런 게 내가 미술을 해오면서 나이먹어갈수록 내가 게이라는 부분이 미술을 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어. 미술을 선택한 것도 그렇고, 조금 딴얘기를 하자면 평범한 생활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진로에도. 그래서 학교 다닐때 그런 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거든.
[톨]
너는 정말 너의 성정체성이 영향을 진짜 많이 끼쳤다고 생각하는 거네. 되게 신기하다. 왜냐하면 인터뷰했을 때 다른 애들같은 경우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한 사람도 있었거든. 내가 이게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게 정말 눈 앞으로 드러나니까 너무 신기한거야.
그럼 너가 지금 미술을 선택해서 여기까지 온 부분에 대해서 너의 성정체성이 영향이 컸었다면, 지금 새로운 진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오미정]
이거는 좀 아직 잘 모르겠고 정리가 많이 안됐긴 한데.. 왜냐하면 내가 이제 게이인지도 잘 모르겠어.
[톨]
갑자기? 왜 그렇게 느껴? 어떤 점에서?
[오미정]
게이인 채로 계속 살고 싶기도 하고 그렇지 않고 싶기도 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톨]
그런 이유는 뭐야?
[오미정]
뭔가 게이로서는 지속 가능한 안정성을 찾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
[톨]
왜 그럴까? 주변에서 그런 예시들을 못 봐서? 아니면 너의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서?
[오미정]
그렇게 안정적인 커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보면 그냥 내 개인적인 부분이 더 큰 것 같아.
[톨]
그럼 어떤 개인적인 경험 때문인지도 물어봐도 돼?
[오미정]
그냥 단순한 이유이긴 한데, 나는 여자랑 사귀었을 때가 더 마음이 안정적이었어.
[톨]
언제 사귀었는데?
[오미정]
군대 전역하고 나서 2013년 쯤에?
[톨]
아 너가 예전에 얘기했었던 기억 난다.
[오미정]
1년 정도 만났나, 가장 오래 연애한 것 같아.
[톨]
그럼 너는 분명히 걔를 감정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끌렸었던 거지? 그럼 넌 진짜 1에서 10부터까지라면 6정도가 진짜인거네.
[오미정]
그치. 그런데 빈도 수로 봤을 때는 남자만난 빈도가 훨씬 많기는 하지. 그런데 어쨌든 여자들 만났을 때 훨씬 더 안정적이고 오래 가고, 마음도 편하고, 미래도 생각할 수 있고 그런 느낌이야. 그런데 이쪽 애들 만나면 그게 잘 안돼.
[톨]
그게 왜 잘 안될까? 너한테 상처를 주는 타입만 만나서 그랬던 건 아닐까?
[오미정]
남자는… 남자는 나를 억압해..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참터짐)
미안해. 왜?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는데?
[오미정]
내가 지금 연애를 한 지가 너무 오래돼 가지고 기억이 잘 안나긴 하는데, 예전 기억들 떠올리면, 다들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는 그 꼴을 못 보더라고. 뭐 하다 못해 핸드폰에 뭘 설치를 하는데 이래라 저래라 왜 안하냐 뭐하냐…
[톨]
진짜 신기한게, 보통은 이쪽 연애하면 서로 남자니까 오히려 남녀보다 조금 더 맞는 부분이 있고, 서로를 이해한다고 느끼잖아. 오히려 여자랑 만나면 여자들이 좀 남자들을 구속한다고 느끼고. 그런데 너는 반대였던 거네?
근데 나는 너가 유난히 좀 그렇게 억압적인 사람들을 만났을 수도 있다고도 생각해. 나는 오히려 이쪽 사람들이 정해진 삶의 형태가 없으니까 조금 더 서로를 용납하는 자유가 있다고 생각했거든.
[오미정]
그 말도 맞는 것 같아.
[톨]
내가 지금 너무 신기한게, 내가 너를 안 지 10년이 훨씬 넘었고, 물론 중간에 몇 년 못 봤다고 치지만, 그동안 너한테서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을 인터뷰하면서 듣게되는거야
[톨]
그럼 또 다른 질문, 지금부터 15년 후랑 30년 후의 너의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는거야. 일단 15년 후, 15년 후 50살이 됐을때.
[오미정]
15년 후에는 내가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 그건 내 바람같은거야.
[톨]
그게 너가 생각하는 1순위의 모습인거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자유로운 모습.
[오미정]
30년 후에는.. 나는 나이와 성별과, 성정체성에 상관없이 그냥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셀럽이 되었으면 좋겠어.
[톨]
응?ㅋㅋㅋ 뭔가 나이, 성별, 성적지향성, 정체성, 이런거 다 상관없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그사람들에게 위안과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는거지?
[오미정]
응 중요한 거는 나이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저 언니는 나이들었어도 말도 뭔가 더 잘 통하고 그런 사람이다…
[톨]
너가 나이든거랑 상관없이 꼰대 이런게 되지 않고..? 아니 근데 이거 어떻게 들리는지 알아? 약간 사이비종교 교주.. 교주의 느낌이야 ㅋㅋㅋ 너가 방금 말한거 자체가 어떤 차별없는 커뮤니티 내에서 사람들에게 힘과 위안을 주는건데 이게 약간 종교단체처럼 들린단 말이야 ㅋㅋㅋ
[오미정]
맞아. 내가 사실 그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조금 이상하게 들릴 것 같았어. 아까 처음에 소개를 할 때도 만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ㅋㅋㅋㅋㅋ
[톨]
솔직하게 해. 어차피 그래서 익명으로 한다니까 인터뷰 ㅋㅋㅋㅋㅋ
[오미정]
아니 그게 뭐 부끄러워서라기보담, 너가 이 인터뷰를 하면서 이걸 읽는 사람들을 생각을 했을 때 뭔가 거부감이 없으려면 그런 뭔가 종교같은 느낌이 나면 안될 것 같았어.
[톨]
아냐. 그런 거 너가 지금 하고 싶은 대로 다 말한 다음에 어차피 편집할 때 빼면 되는 거야
(그리고 빼지 않았다)
[오미정]
근데 결국에 내가 되고싶은 모습이 어떤 사제의 모습에 가까운 것 같아.
[톨]
어떤 부분을 초월해서, 힘과 위안을 주고, 앞으로의 길을 좀 밝혀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런 사제와 같은 모습이라는 거지.
[오미정]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사제이자, 셀럽의 모습이야.
[톨]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인스타 셀럽 이런 거랑 좀 다른 느낌인거네. 아예 그러니까 그거네. 그 영적인 메시아같은 느낌인거네.
[오미정]
아니 그게 왜 그러냐 하면, 내가 만신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러 신들을 다 모시고 있기 때문인데 이제 그 신 중에 광대신도 있고.. 아무튼 여러 신들, 많은 탤런트를 가진 신들이 막 있단 말이야. 그래서 이제 그렇게 얘기를 한거야. 왜냐면 그런 셀럽의 역할도 해야하고 광대 역할도 해야하고 여러가지 엔터테인먼트도 해야되는.. 여러가지 모든 걸 잘 해야하는데 나는 그런거를 다 하나라고 생각하거든. 이런 부분을 나는 사람들이 좀 이해하기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
[톨]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럴 수 있지.
[오미정]
최대한 사람들이 이해를 쉽게 하려면 그냥 셀럽이라고 얘기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거지.
[톨]
그러니까 여전히 약간 교주느낌이긴 한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람들을 속여서 혹세무민 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인거네. 개인이 타고난 특성에 따라 차별하거나 천대하는게 아니라 사랑으로 감싸안는 존재인거잖아.
[오미정]
맞아 그 얘기가 맞네. 딱 그 영적인 메시아가 맞는 것 같아.
[톨]
좋지 그런거 진짜… 근데 진짜 대단한데? 내가 여태까지 들어본 꿈 중에 가장 원대한데? 대통령보다 더 위대한 꿈인 것 같아. 사람들에게 진짜 정말 도움이 되는 존재인 거니까. 그 자리가 가진 권력이나 영향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럼 너가 지금 배우려고 하는 베이킹이나 바리스타 이런거는 지금 너가 되고 싶은 영적인 메시아 존재랑 관계가 있는거야?
[오미정]
일단 내가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고 싶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일단 도움이 될거고.. 그리고 내 생각에는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근데 의미 없는 공간. 그냥 사람들이 와서 쉬고 모일 수 있는… 그런 걸 이제 하려면 어쨌든 뭐 주전부리라도 좀 만들고 마실거라도 내와야 하니까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또터짐) 근데 맞는 얘기잖아. 그러면 너가 지금 꿈꾸는 미래, 지금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거는 언제부터 생각하기 시작했어? 어떤 계기같은게 있었어?
[오미정]
그냥 약간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뭔가 사랑받고 싶고, 나도 사랑을 주고 싶고 진심으로 이런 욕구가 쭉 있었어. 뭐 한때는 입시미술을 하면서 내가 잘하는게 있고 좋은 결과를 내고 인정을 받고 그러면서도 충족이 됐었고, 그리고 한 때는 외모관리를 정말 열심히 해서 또 사람들한테도 사랑을 받고 그런 걸로도 충족이 되고 그랬던 것 같아. 그런데 그거를 뭔가 조이고조이고 하는 와중에 한 8년 전쯤 우울증도 오고, 여러가지 가정 불화라든지 이런 것들이 되게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그 때 그런 생각이 확립이 된 것 같아.
[톨]
너가 힘듦을 겪는 시간에 오히려 그렇게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던 거구나.
[오미정]
맞아.
2부: 연애관계와 이상형
(중간에 녹음 잘림 ㅠ 잡담으로 변질)
[오미정]
아니 술번개에 갔다가, 나이가 40대 후반인가 50대 초반인 아저씨가 나왔어. 3040 술번개에. 근데 이제 술 좀 마신 다음에 넋두리를 하는데, 이쪽 나와서 사람들을 만난게 그 때가 두 번째였대. 그러면서 너무 힘들다고 하는거야. 자기 살아온 세월이 너무 아깝고 너무 힘들고 외롭고 막 이런 얘기를 하는거야. 옆에 있던 형이, 그 형도 이제 조금 나이가 있는 형인데, 그 형은 완전 잘 놀고 완전 클럽 좋아하는 형이거든? 그 형이 아 그런소리 하지말라고.. 지금 그 나이에 이성애자였으면 이렇게 술 깔고 여자 앉혀놓고 놀려면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단돈 2만원에 이렇게 와가지고 젊은 애들 사이에 앉아가지고 이렇게 술 먹는 게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아는거냐. 근데 그것도 참 맞는 얘기더라고.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많이 터지는중) 맞는 얘기지. 그리고 심지어 이성애자들은 나이 많은 남자들을 돈 많다는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볼 수 있지만, 이쪽 애들은 취향이 다양해서 진짜 그냥 나이 많은 아저씨들을 좋아하는 애들도 많잖아.
[오미정]
그리고 내가 최근에 사우나에서 일했었잖아. 같이 일하는 이모한테도 내가 커밍아웃을 했거든. 그때 얘기하다가 이모가 ‘다 좋은데 미정아 웬만하면 여자를 만나라.. 그런데도 그만 나가라..’ 그래서 내가 그 이모한테 이모 저도 다 알고 노력하고 있고 그런데 저는 이모 지금 제 상황에서 어떤 여자가 저를 만나주겠느냐 이러면서 술번개에서 들은 그 얘기를 딱 했지. 거기 술 먹고 2만원이면 가가지고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즐겁게 놀 수 있고 추파도 던질 수 있다.. 지금 여자 만나서 그렇게 놀려면 돈이 얼마가 드는지 아느냐.. 그랬더니 또 이모가 수긍을 하시더라고. 그래서 약간 그런거 있잖아 이쪽은 또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부분.
[톨]
맞아. 그 이성애자들은 진짜 확실히 그동안 쌓여온 세월이나 시스템만큼, 어느 때 나이에는 뭘 해야하고 어느 때 남자는 누구를 만날 수 있고 뭘 할 수 있고 이런게 뭔가 불문율처럼 정해져 있는 것 같아. 그게 어떻게 보면 사실 생각 없이 따르면 되니까 편한데, 또 정해져있으니까 자유로움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너 말 들어보니까, 진짜 너 말처럼 40, 50된 남자가 젊은 애들 있는 술자리에 와서 서로 편하게 말하면서 자유롭게 게임하면서 놀고 술먹고… 그런 게 일반적으로 이성애자들 사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네.
[오미정]
몇십만원씩 내야 돼..
[톨]
지금 너가 얘기한게 또 너무 신기한데, 내가 인터뷰 처음 발행하면서 서문에서도 써놨는데, 애기 없이 결혼하지 않은 성인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되게 어려운 것이고, 롤모델이 없고 혼란스럽다고 했거든. 안정적이지 못하고 나 혼자 모든 걸 개척하는 느낌이니까. 그래서 난 이게 사실은 큰 단점이고 어려운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너 얘기를 들으니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뭔가 형식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장점같은게 분명히 있기는 하네. 되게 신기하다.
그리고 나 그 3040 술번개가 조금 궁금해짐ㅋㅋ
[오미정]
생각보다 괜찮아.
[톨]
근데 니 아무나 괜찮다고 하잖아.
[오미정]
(약간발끈함) 아니, 그러면은 무작위로 사람들이 모이는데 니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쫙 앉혀놓고 할 수는 없지. 진짜 거기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건데 한 번 가봐.
[톨]
나 그런 이쪽 술번개 가본게 아예 없지는 않아. 한 4, 5년 전인가? 그때 너무 심심해서 애들이랑 갔는데 거기 완전 거기
(못된말대잔치)
아휴 못된말 너무 많이했다. 이건 내가 다 편집해야지.
[오미정]
…나도 녹음을 해야겠어.
[톨]
인터뷰어의 캐릭터성은 익명으로 가려줘야지. 이 프로젝트는 인터뷰이가 중요한건데. 어쨌든 다음주제할게^^;;
[톨]
너가 봤을 때, 그럼 이쪽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 연애하고 미래에 대한 걸 생각했을 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어떤거야?
[오미정]
마음에 걸리는거… 마음에걸리는 거는, 뭔가 아름답지 않은 관계를 어떤 서로의 안정성이라는 필요에 의해서 의무적으로 유지하는 거?
[톨]
이쪽 사람들의 관계가?
[오미정]
웅 뭔가 장기적인 관계에서
[톨]
오… 나는 평소에 그게 오히려 일반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너가 꿈꾸는건 계속 아름다운 관계가 영속적으로 유지되는거야 아니면 아름다운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미련 없이 그냥 딱딱 끊고 새로운 걸 시작하는거야?
[오미정]
지금 이 대답을 하는 시점에서는… 오래 사귀는게 별로 미덕은 아닌 것 같아.
[톨]
미덕이 아니다. 왜? 서로에 대해서 어떤 성적인 그런 부분에서의 텐션이 떨어지니까?
[오미정]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그런 이유도 한 부분인 것 같아.
[톨]
그럼 이성애자 커플들은 영속적인게 조금 더 바람직하게 여겨지는게 있어 너한테는?
[오미정]
이성애자 커플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고, 어떤 가족을 이루어서 계속 뭔가 이어지는게 있잖아.
[톨]
계속해서 다음 단계가 생긴다는 거지.
[오미정]
그런 관계를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게 분명한 도움이 되고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이 돼. 나는 이걸 옛날부터 생각했는데 안 바뀐 것 같아.
[톨]
이쪽 애들은 그런 연속적인 다음 단계가 없으니까..
[오미정]
대신 게이는 더 자유롭게~ 많은 사람들을 편견 없이 만날 수가 있어요~
[톨]
그래서 많이 만나는게 미덕이다?
[오미정]
그래야 돼.
[톨]
그래야 된다고?
[오미정]
나는 그렇게 하려고
[톨]
그러니까 이건 너의 너 스스로에 대한 관점인거지? 너가 게이로서의 삶을 산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제약 없이 만나보고 싶다는거지?
[오미정]
어어 내 가족, 내 애인, 이렇게 제한적인게 아니라 진짜 좀 이렇게
[톨]
다자간의 연애? 사랑?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오미정]
모두가 모두를 사랑하는
[톨]
그니까 그런 자유로운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거지. 그런데 그에 대비해서 이성애자의 삶은 배우자 만나서 아이 낳고, 성장시켜서 또 결혼시켜서 아이낳고.. 이런 정해진? 안정적인? 모습이라면 너가 게이로서 상상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이성애자들 삶의 패턴을 따라하는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자유롭게 만나면서 자유롭게 사랑하고 즐겁게 지내는 그런 모습인거지?
[오미정]
응. 굳이 이성애자들의 그런 사랑의 모습을 따라하고 싶지는 않아.
[톨]
남자가 임신도 못하는 걸 애를 입양하거나 대리모를 하거나.. 그렇게 기존의 결혼시스템을 따라해서 만드는 것보다, 그냥 어차피 우리 이렇게 태어났고 애도 못 낳고 할 거니까 그냥 만나고 싶을 때까지만 만나고 사랑하고 싶을 때까지만 사랑하고 서로 또 자유롭게 놓아주고 이런게 이상적이라는 거네. 내가 정리한게 맞아?
[오미정]
맞아. 잘 정리했어.
[톨]
아 나 진짜 신기해. 오늘 신기하다는 말을 몇 번 이미 한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나는 진짜 처음 겪는 거거든. 웃긴게 뭐냐면, 사람들은 자기들이 생각하는것처럼 다른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겠지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전제한다는 거야. 그러니까 나도 내가 원하는걸,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원하겠지 이렇게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는 거야. 그런데 나는 지금 3명만 인터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마다 다 다르다는 걸 느껴. 기존의 내 생각들이 와장창창 깨지는 느낌이 너무 재밌어. 진짜 개재밌는데…?
그런데 동시에 솔직히 이 발언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위협적이고 위험한 발언일 수 있잖아. 특히 우리도 이성애자들과 같은 권리를 얻어야한다고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미정]
그치. 뭐 그러니까 그런 이성애자들과 같은 시스템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또 내가 지금 얘기하는 그런 자유로운 모습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 솔직히 그런데 나는 그런 자유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
[톨]
너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생각이 들어. 이쪽 사람들도 오래 연애하거나 그런 사람들 보면 오픈릴레이션십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그리고 심지어 일반들사이에서도 그런 개념이 슬슬 들어오고 적용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그러면 너는 그거에 대해서는 별로 거부감이 없어?
[오미정]
근데 오픈릴레이션십이라는게 서로 그게 합의가 되면 좋겠지만, 나는 별로 안 좋아하는게 한 사람이랑 애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 만나는게 나랑은 좀 안 맞는 것 같아.
[톨]
그런데 사랑이라는게, 또 성적인 부분이랑 애정이 모두다 똑같이 갈 수는 없잖아.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사람을 몇 년 만났어. 이 사람이랑은 이제 성적텐션이 다 떨어지고 이제 완전 섹스리스 된지 오래됐어. 그래서 막 다른 사람이랑 자고 싶고 그래. 그런데 이 사람이랑 같이 있는게 좋고 이 사람이랑 얘기하는게 즐겁고 너무 행복하고 여전히 사랑해서 그런 부분을 잃기는 또 싫어. 그런 양가적 감정이 당연히 인간으로서 들 수 있는 부분이잖아.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오픈릴레이션십을 시작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거든. 그런데 너는 그냥 분리를 안 하겠다는 거지?
[오미정]
그치. 분리를 그냥 안 할 것 같아. 다른 사람을 새롭게 바로 만나도.
[톨]
그럼 다른 질문. 사람들이 연애하거나 그럴 때, 상대방이 나에게 채워주는 부분이 있으니까 만난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결핍된 부분들을. 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있어? 있다면 너가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채우려고 하는 너의 결핍은 어떤 거야?
[오미정]
좀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뭔가 좀 강압적인 면
[톨]
강압적인 면?
[오미정]
그리고 피지컬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고…
[톨]
지금 섭이라는 소리를 돌려서 얘기하시는 거에요?
[오미정]
ㅋㅋㅋㅋㅋㅋㅋ
[톨]
그러니까 너가 스스로에 대해서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면인거야? 좀 피지컬적으로 되게 남자답고, 오히려 약간 폭력적, 공격적으로 보일만큼 자기 주장이 좀 강하고 이런 모습에 끌린다는 거지?
[오미정]
그런 것 같아.
[톨]
그럴 수 있어. 그게 보통 좀 일반적으로 남자답다고 통칭하는 특징들이잖아.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 끌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부분 말고도 또 채우고 싶어하는 다른 부분은 없어?
[오미정]
있지. 또 욕심이 많으니까. 예전에 K언니라는 사람 있었잖아. 왜 내가 맨날 따라다니면서… 그 언니는 약간 좀 레즈적인? 그런 마음으로 좋아했었어.
[톨]
아니 그건 보통 레즈가 뭐 어떻게 좋아하는 마음이라기보다… 레즈는 서로를 이성적으로? 보는거니까 좀 다른거아니야? 그러니까 동성으로서 약간 선망하는 마음이었다는 거지?
[오미정]
선망이면서, 동시에 좀 좋아하는거지.
[톨]
아 진짜? 좀 설레고 약간 그런감정들이 있었어?
[오미정]
응 근데 또 동시에 저 사람처럼 센스있고 싶고.. 막 그런 감정.
[톨]
뭔가 롤모델같이 좋아하는 거 아니야? 동시에 그 모습이 멋있으니까 설레기도 하고… 근데 이 얘기가 왜나왔니. 결핍얘기하다가 나왔나.
[오미정]
내가 어떤 부분에서는 예민하기도 한데, 또 그 인간관계에서는 둔한 부분도 있어서. 그 뭔가 말에 센스가 있고 인간관계를 예민하게 캐치하는, 능숙하게 사회성 좋은 부분이 멋있고 닮고싶었어.
[톨]
그랬군.. 그럼 외적인 부분의 이상형은?
[오미정]
나랑 좀 반대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외적인 것도.
[톨]
예를 들어봐. 재밌게(강요)
[오미정]
예를 들면… 이렇게 슬림하고
[톨]
니도 슬림하잖아.
[오미정]
나는 내가 체형 자체는 슬림하다고 생각을 안해.
[톨]
아 그 체형 자체가 뼈대가 가느다랗고 길쭉한 그런 사람을 얘기하는 거지? 근데 또 떡 벌어지면 안되니까.. 그니까 슬렌더 체형 말하는거네. 더 디테일하게, 재미있게 설명해봐(강요)
[오미정]
나 이런거 잘 설명 못하는데.. 뭔가 특전사 같고
[톨]
특전사가 슬렌더야?!
[오미정]
약간 마른근육
[톨]
아 그니까 그냥 슬근이라고 하면 되네. 길쭉한데 슬근.
[오미정]
응. 나보다 키 크고, 그리고 뒤통수가 좀 있고. 볼록하게.
[톨]
뒤통수가?
[오미정]
내가 뒤통수가 납작해가지고 상대방은 뒤통수가 좀 있었으면 좋겠고.. 약간 그 모델 이수혁같은 느낌으로.
[톨]
아… 그니까 모델 느낌으로.. 뭐라 그래야돼 약간 좀 길쭉한데 또 벌크는 아니고 뼈대는 살짝 남자다운 느낌이 있으면서.. 얼굴에도 약간 남자다운 느낌이 있고… 그런거 얘기하는 거구나.
[오미정]
그런데 이수혁은 싫어. 그냥 그런 느낌이 좋다는거.
[톨]
뭐 어쩌자는거야. 이수혁은 싫은데 그런 느낌이 좋다는게 무슨 말이야(빡침)
[오미정]
얼굴은 이도현
[톨]
이도현이 누구지..
[오미정]
근데 외모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지.
[톨]
내가 최종 정리를 해볼게. 기존에 들었던 정보랑 같이. 이제 특전사 홍보영상에 나오게 생겼는데 키가 크고 좀 마른근육체형에다가 뒤통수가 볼록해야 되고, 그리고 어깨가 살짝 내려가서 옷걸이 어깨여야하고, 그리고 앞뒤가 너무 두툼하지 않아야 하고
[오미정]
너무 좋다.
[톨]
그리고 성격은 조금 강압적이고…
[오미정]
여기서부터 약간 좀 감당하기 어렵다…
뭔가 그 모습이 딱 앞으로 다가오면 저항을 할 수 없을듯. 약간 정중하게 복종해야할 것 같고.. 사랑이랑은 조금 멀어지는 것 같아.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또 이렇게 이상형이 있으면 사람 봤을 때 싫은 점이 있을 수 있잖아. 결격사유. 이런건 진짜 싫다.
[오미정]
약간 뭐랄까, 사람 관계를 주식처럼 하는 사람. 타이밍 좋게 손해 1도 안보고 그러려는 사람.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고 도구처럼 쓰려고 하고..
[톨]
그치. 연인 관계에서 사람을 도구처럼 쓰려고 하는 느낌이 보이는 건 싫다는 거지.
[오미정]
근데 또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없고 누구나 조금씩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해. 근데 그 기준을 넘어서 내가 한 끝도 손해보지 않겠다. 이런 게 막 느껴지면…
[톨]
너무 싫지.. 특히 연애관계에서 그러면 너무 싫지. 기본적으로 관계라는 것 자체가 서로가 희생하는 부분과 양보하는 것들로 관계 자체가 단단해지는 건데, 나는 1도 손해는 안볼건데 너랑은 만나서 좋은건 다 빼먹을거야. 이건 뭐하겠다는 거야..
[오미정]
예를 들면 그런게 티가 나는게, 누가 이렇게 메세지를 먼저 보냈는데 내가 답장을 하면, 얘가 나한테 아직 호감이 있어서 답장을 보냈구나 그걸 확인한 다음에 씹어. 그런거…
[톨]
사실은 그런 애들이 더 불쌍한 애들인거지. 타인의 관심으로 자기의 존재감, 자존감을 확인할 수 밖에 없는 거니까 사실은 스스로 더 불안한 거야.
[오미정]
맞아
[톨]
그럼… 외모적으로 싫은거!
[오미정]
뚱뚱해도 살이 안 쳐지게 약간 탱글탱글하게 찐 사람이 있고.. 조금만 쪄도 막 쳐지는 게 있는데 그런게 싫은 것 같아.
[톨]
그거 노화랑도 관계 있는 거 아시나요? 그냥 늙은 사람 싫다는거 아닌가요?
[오미정]
아니야 아니야. 나이가 들어도 살성이 좋으면 그렇게 안돼.
[톨]
대부분은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잃으면서 그렇게 쳐져!
[오미정]
아니 내가 얘기하는 건 심각하게 처지는 사람. 난 땅땅한게 좋아.
[톨]
그래…
3부: 나를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것들
[톨]
세 번째 파트로 해보자. 너가 취미가 민요, 판소리 이런거 했었잖아. 그리고 최근에는 내림굿도 받으려고 했었잖아. 결국 안 하긴 했지만. 그런 부분 얘기해주라.
[오미정]
내가 내림굿 받으려고 하면서 이제 사람들도 만나고 얘기도 듣고 하는데, 좀 재미있는게 아예 이쪽 사람들끼리 모여서 무속일하는 그런 것도 있고… 게이무당들끼리 하는 모임이 있고 또 레즈비언 무당패밀리가 또 있대.
[톨]
아니.. 근데 게이무당패밀리가 있다고 하니까 왜 이렇게 세기말같지..?
[오미정]
이제 나 그 신내림 해주려고 했던 선생님도 그런 얘기 했어. 선생님도 서울 사실 때 이쪽 박수들을 몇 명 알았는데, 그러면서 나 보면서도 너도 종로 이런데 나가고 그랬니? 이렇게 물어보면서 내가 그렇다고 하니까, 자기가 보면 다 딱 밤 되면 종로로 다들 나간다는 거야. 그래서 맨날 뭐 이제 새벽에 들어오고 막 그런다는 거야.
[톨]
뭔가 신기하긴 하다.. 그렇게 생각은 안해봤는데. 그런데 너가 예전에 말한 대로, 사실 우리나라 무속이라는게 좀 종합예술적인 면모가 있기 때문에 사실 이쪽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 많이 끌리고 재능이 있기 때문에도 그런게 아닐까 싶은데.
[오미정]
끼가 많잖아. 끼가 많고, 그리고 사실 지금이야 뭐 판소리, 국악, 무속 이런 걸 구분한다 치지면 예전에는 다 합쳐져서 이 사람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나도 하다보니까 나에 대해서 좀 더 몰랐던 부분 그런 걸 알게 됐어. 내가 조금 더 이런 분류의 사람이었구나 이런거.
[톨]
너가 그동안 미술쪽으로 그런 부분에 관심이 많은거야 당연히 알고 있었는데, 그거 말고도 무속, 민요, 이런 부분에도 너가 관심과 재능이 있다는 걸 스스로 알게됐다는거지?
[오미정]
응. 나는 미술이 전공임에도 음악에도 엄청 관심이 많고 그런걸 좋아했는데, 그게 뭔가 내 성정체성이랑도 연결이 되어있었구나 싶었던 거지. 내 취미활동 같은게 그냥 혼자만의 특이케이스는 아니었구나, 내가 특별히 별나서 이런 미술음악 말고도 사람들에 대한 관계에서 원하는 부분도 다르고 그런게 아니라 다 그런 것도 성정체성과 관련이 되어있는거같다..
[톨]
그런데, 너 말을 듣다가 생각난건데, 기본적으로 이쪽 사람들을 인터뷰한다는 건, 일단 성정체성이 소수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나 경험들을 인터뷰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1차적으로 성정체성을 원인으로 보고 그 것 때문에 생기는 일들, 거기서 파생되어 나오는 삶의 형태나 그런걸 물어보는 거였거든. 그니까 원인이 성정체성이라는 거지. 그런데 너 얘기를 들으면, 나는 원래 그 쪽으로, 뭐 무속 음악 미술 이런쪽으로 끼가 엄청 발달한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가 그냥 동성도 좋아할 수 있다.. 정도가 아닌가 싶어. 말이 좀 횡설수설인데 너가 게이라서 미술, 음악 이런걸 좋아하고 그런게 아니라. 너가 원래 미술 음악 무속 이런 쪽에 끼가 있는 사람인데 그런 끼가 넘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다른 특징 중에 하나가 동성도, 남자도 좋아할 수 있다는게 아닐까 싶은거지. 그러니까 선후관계가 약간 뒤바뀐 느낌으로. 왜 그렇게 느꼈냐면 나도 성정체성 스펙트럼이 1~10까지라면 나도 완전 10이잖아. 그런데 나는 그런 끼가 없잖아. 미술에도 음악에도 특별한 재능도 없고. 그래서 이게 좀 신기했어. 게이라서 어쩌구저쩌구가 아니라… 그냥 내 특성들 중 하나가 게이인 거지. 생각보다 그 관계성이 참 없을 수도 있겠구나.. 혹은 내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인과가 생각보다 잘못되어있을 수 있구나.
[오미정]
나도 그 부분은 그렇게 정리하니까 새롭네.
[톨]
나도 정리한 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선후관계를 전제해놓고 생각하고 말하는게 참 많은 것 같아.
그런데 좀 뜬금없는데, 이런 식의 이야기를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얘기할 수 있을까? 모르는 사람들과도
[오미정]
안 되더라도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톨]
나중에 내가 궁극적으로는 내 친구들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다양한 사람들과도 인터뷰하고 싶은데, 이런 대화를 처음부터 하기는 어렵거나,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아무튼, 더 얘기해봐봐. 너가 신내림 받을 뻔했던 그 무속인 분은 어떻게 만났어?
[오미정]
가족이랑 나들이 나갔다가 우연히 민속박물관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갔는데, 거기서 이제 중간에 점같은거 뽑을 때 엄마가 내가 그런 전통적인거 좋아하는거 아니까 너도 가서 한 번 해 보라고. 그래서 내가 가서 돈 내고 절 하니까 이제 깃발을 뽑는 점 같은걸 봐주더라고. 내가 깃발을 빨간색인가를 뽑았는데, 그 선생님이 딱 공수가 나오네 공수가. 이러는 거야. 그게 박수 내릴 팔자구나 그러는 거야.
[톨]
어디서 뺨 맞을 소리 아니야..?ㅋㅋㅋ
[오미정]
그런데 그때는 그 의미가 뭔지를 몰랐어. 근데 얼마 안 있다가 우울증 오고 힘들어가지고 그래서 점이나 보러 갈까 해서 그 선생님 찾아서 점 보러간거지. 그때부터 이제 연이 돼서 약간 너 나랑 일하자 이래서 일하게 되고…
[톨]
그랬구만. 판소리는 어쩌다 배우게됐어?
[오미정]
판소리도, 내가 군대 있을 때부터 음악이 끌렸는데, 내가 막 실제로 도전하고 이런 거를 잘 못했어. 그런데 또 선생님이랑 점을 봤는데, 너는 미술을 하면 너가 힘들다. 음악으로서 너의 그 갑갑하고 이런 거를 좀 풀어내야지 좋아진다. 여러 방면으로 좋아진다. 그래서 그 말이 맞는 것 같고, 자꾸 좋아하는거 시도하는 걸 미루다가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동네에 있는 국악학원에 등록을 했지.
[톨]
거기서 그냥 쭉 배운거야?
[오미정]
거기서 배우다보면 선생님들이 보통 한예종 대학원생들 막 이래서 중간에 교체가 좀 돼. 그래서 선생님 한 세 분 교체될 동안 배웠어. 꽤 많이.
[톨]
너한테 적성도 맞고 잘한대?
[오미정]
어 잘한대. 다 놀래고 좀 그랬어. 약간 전공생 같대. 어느 부분에서는 좀 전공생보다 더 하댔어. 그래서 진짜 열심히 배웠어. 근데 이게 또 보니까 나도 몰랐던 그런게 있는데, 다 또 자기 끼랑 맞아야돼. 우리 집은 경기도 서울 쪽이거든. 그런데 판소리는 지역적으로 전라도 쪽 음악이란말이야. 그런데 우리나라가 크게 한 세네개 정도로 지역적인 스타일로 딱 딱 묶여 있거든. 그래서 그런게 또 맞으면 더 좋아.
[톨]
그래서 너가 또 경기민요를 배우기 시작한 거구나. 여러가지 지역민요를 들어봤을텐데 들어보니까 경기민요가 딱 내꺼다 싶어서?
[오미정]
처음에는 난 무조건 판소리가 짱인 줄 알았어. 유명하니까. 그래서 판소리를 열심히 배웠는데, 지금 보면은 내가 이제 부르면 뭔가 어색한 그런게 있어.
[톨]
잘한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미정]
그 맛이 안나 맛이.
[톨]
묘하게 너가 느끼는?
[오미정]
전라도 특유의 굵직하고 아주 된~ 그 느낌이 안나. 근데 경기민요를 딱 했는데 너무 완전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이제 되는 거야. 그 때랑은 또 다른 급으로. 나는 또 내가 엄마를 참 많이 닮았어. 엄마랑 좀 애증관계에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엄마의 끼를 나는 물려받았기 때문에, 경기도 사람들의 그 정의내리기 힘든 그런게 나랑 또 잘 맞고. 그걸 했을 때 가장 잘 해.
[톨]
너 내가 말한 그 풍물대? 거기 가면 좋겠다.
[오미정]
그건 좀 달라.
[톨]
그래? 뭔가 같은 국악쪽이라 같이 묶여서 뭘 할 수 있는 줄…
[오미정]
뭔가 나는 그리고 또 민요나 그런 무속적인 끼가 많은 것 같아.
[톨]
그 풍물 쪽으로 가서 사람들이랑 같이 막 섞여서 할 수는 없는거야?
[오미정]
그리고 나는 그런거 있잖아. 디바끼 그런거…
[톨]
아.. 그런 디바끼 때문에 너는 혼자 약간 스포트라이트 받아야 되는 거구나.
[오미정]
그치. 그냥 다 같이 어울려서 꿍덕거리는것도 좋긴 한데, 나는 나만 봐줬으면 좋겠어.
[톨]
거기 사람들한테 이를거야. 다 같이 모여서 뚱땅거린다고 했다고.
[오미정]
아냐 그런 것도 좋아
[톨]
그래서 어쨌든 너가 요즘에 가장 좋아하고 행복한 거는 민요, 판소리 그런 걸 할 때라는 거지.
[오미정]
그것도 그렇고, 이게 아까 얘기한거랑 연결이 되는데, 너는 그걸 약간 예술가적인 면모라고 했고 나는 또 그게 게이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아무튼 그걸로 내가 조금 더 예민하게 캐치를 한다고 했잖아.
[톨]
웅 그랬지.
[오미정]
그래서 약간 그런것도 재밌어. 상대방에게서,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그런 신격들을 발견하는거.
[톨]
신격이라는게 뭐지? 개념이 좀 모호한 것 같아.
[오미정]
예를 들면, 쉽게 얘기해서, 쟤는 되게 연예인 같은 끼가 많다고 하면, 쟤는 광대신이 있구나 하는거야.
[톨]
아…?! 그래서 만신인거야? 어디에나 신격이 존재하는? 그럼 나는 뭐야?
[오미정]
너는 남의 이야기를 지금 잘 들어주는 걸 하고 있잖아. 그러면 이제 점집에 가서 자기 속내 마음을 얘기해주잖아, 지금 너는 이게 좀 다르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최대한 지금 같은 부분을 얘기하는 거니까 아무튼, 대신할머니같은거지.
[톨]
… 대신할머니? 그게 뭔데
[오미정]
쉽게 말해서 할머니 신이라는 건데
[톨]
ㅅㅂ 또 할머니야 할아버지도 아니고
[오미정]
이렇게 상대방 얘기를 들어서 뭐가 걱정이고 고민인지를 딱 듣는거지. 근데 그냥 듣고 싶다고만 하는게 아니야 잘 해야 되잖아. 그게 나는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 왜냐면 진짜 누가 인터뷰를 한다고 해도 사람이 좀 밉상이고 비호감이면은 한 얘기 10개 나올거 5개 나오다가 하기 싫어지고 이러는거야. 그런데 너는 이제 얘기를 편하게 잘 들어주고 이렇게 얘기를 더 하고 싶게 하는 그런 능력이 있는 거지.
[톨]
그럼 나 이 인터뷰 잘 시작한거야? 나한테 적격이야? 그냥 자리 깔까?ㅋㅋㅋㅋㅋ
그런데 너랑 얘기하다가 앞으로 이걸 인터뷰 세 번째 파트로 고정으로 해야겠어.
[오미정]
어떤 거?
[톨]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 취미가 아니더라도 최근에 행복했던 일이나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얘기 해달라고 하는 거. 그럼 뭔가 사람들이 얘기할 때 반짝반짝해지는 것 같아. 지금 너도 그랬거든. 너가 좋아하는 판소리나 경기민요 이런 부분 얘기하니까 너가 막 반짝반짝하면서 얘기하는 거야. 그런 걸 보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 좋고.. 사람들이 그리고 자기들이 행복했던 기억에 대해서 얘기하면 진짜 다들 반짝반짝해지는 것 같아. 그게 너무 좋아. 그걸 해야겠어.
[오미정]
사람이 신나서 뭔가 얘기할 수 있는?
[톨]
그치. 사실은 그 우리가 먼저 1차적으로 얘기하는 정체성관련 이런 부분이 무겁고 좀 우리에게 즐겁지 않았던 기억들이잖아. 아직 세상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다들 고통이 있었으니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인 거고. 그래서 그런 부정적인 기억들 같은걸 헤집어서 털어놓게끔 하는 거라면 마지막은 차라리 행복한 얘기를 하는게 좋을 것 같아. 딱 좋은 것 같아. 너는 그럼 또 얘기하고 싶은 행복한 기억 있어?
[오미정]
최근에 나 클럽에서 그 물 나눠준거.
[톨]
아, 그때 클럽 거의 다 닫을 때쯤에 한 20개 물 사서 사람들한테 막 나눠줬다고 했지. 그거 좋아.
[오미정]
어 한 새벽5시쯤.
[톨]
그런데 근데 아예 모르는 사람이 물 나눠주니까 좀 무서웠을 수도 있겠다. 안에 뭐가 들었는 줄 알고 ㅋㅋㅋ 새거긴 했지만.
[오미정]
뭐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어쨌든 하고 나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
[톨]
근데 너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막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하고 퍼주고 싶어하고 그런 게 있엌ㅋ
[오미정]
거기서 만족감을 많이 느끼기도 하고.. 뭐 나름 일종의 수작부리는 거기도 했어.
[톨]
ㅋㅋㅋㅋㅋㅋ 와 근데 우리 진짜 오래 얘기했다. 이만 인터뷰 종료하자.
(인터뷰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