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포보 1편
1부: 자기소개와 정체성
[톨]
이제 녹음 시작할게. 처음으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골포보]
나이는 일단 윤석열 나이 만29세이고, 닉네임은 뭐할지 진짜 계속 생각했는데..
[톨]
그거 은근히 사람들이 엄청 고민한닼ㅋㅋㅋ
[골포보]
근데 내가 생각한 거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수면의 과학에 골든 포니보이라는 캐릭터 이름이 나오거든. 그래서 골포보로 할래.
[톨]
골포보? 오케이. 이것도 공통질문인데 늘 하던거 있잖아. 헤테로1 게이10. 게이라는 단어가 어쨌든 그 성소수자를 통칭하기도 하니까 대충 생각하자면. 너는 어디야?
[골포보]
음 나는 한 7~8 언저리인가?
[톨]
7~8언저리? 그러니까 완전히 극단적인 게이는 아니고 살짝은 바이쪽에 걸쳐져있는 느낌인거네?
[골포보]
웃긴게 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는 내가 좀더 단단하게 레즈비언으로 정착을 한 후였지만, 난 바이큐리어스로 막 몇 년을 살다가 실제 연애를 여자랑 하게 된 건 그냥 26살 이쯤이야. 그래서 아직까지도 내 친구들이 너 레즈야 이러면 아냐 나 바이야 맨날 이게 우리 밈이란 말이야. 어쨌든 여자랑 결혼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바이쪽이긴 한 것 같아. 남자도 만나봤고.
[톨]
ㅋㅋㅋㅋ그런데 결혼은 여자랑 하는데 내가 바이라곸ㅋㅋㅋ
[골포보]
그래서 내가 전에는 이것도 나의 어떤 inner혐오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좀 하는 부분이 있어. 왜냐하면 확실히 뭔가 그 바이라는 안정적인 의미가 있잖아. 그래서 박쥐라고 욕 먹지만 실제로 내가 이리로 튀고 저리로 튈 수 있다는.
[톨]
맞아. 어쨌든 선택지가 나에게는 있다 이런.
[골포보]
남자랑 결혼하면서 헤테로로 패싱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항상 그렇게 바이로 주장하는 페이즈가 있었고, 누가 나한테 너 레즈잖아 이랬을 때 좀 반발하고 그랬던 것 같아. 이건 당연히 모든 바이가 나처럼 생각하는건 절대 아니겠지만 나는 그랬던 것 같아. 근데 이제는 레이블링이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졌지. 나는 이제 하나의 파트너랑 계속 살기로 결정을 한 이상, 나한테 그 바이냐 레즈냐 레이블이 중요하지 않아.
[톨]
뭔가 그 지반이 단단해진 느낌이다. 그래서 그게 뭐 어때서? 난 상관없어! 이런 느낌. 그럼 너가 처음에 바이라고 생각을 한 거잖아. 근데 애초에 우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헤테로로 기본적으로 교육을 받으니까. 그 와중에서도 너가 바이라는 것을 처음 깨달은 순간이 있었을거 아니야. 그건 언제야?
[골포보]
완벽하게 기억하는게, 내가 고등학교 때 드라마 글리를 봤어. 글리에 커트(게이캐릭터) 이런 사람들이 나오잖아. 커트는 게이고, 그거를 보면 내가 혼자서 생각했어. 나는 바이일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했고 친한 친구 있거든 걔한테 나 바이일수도 있을 것 같아 이랬는데 걔가 막 웃으면서 미친듯이 교실로 가서 문 열어제끼고 야! 골포보 바이래!!! 이렇게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너무 강렬해. 근데 그때는 그게 큰 일인지도 몰랐지. 그게 아웃팅인것도 몰랐어. 어쨌든 그게 내가 처음으로 인식했을 때야.
[톨]
되게 신기하다. 보통은 누군가 대상이 있어서 그 대상을 좋아하면서 깨닫잖아 자기 성정체성을. 그런데 너는 드라마를 보면서 깨달은거야?
[골포보]
그랬던 것 같아. 여중에서 여자애들끼리 우리 사귀어! 이러면 그냥 소꿉장난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은데 미디어에서 내러티브를 다 알 수 있는 퀴어로맨스를 보면서 이게 찐일 수도 있구나! 했던 것 같아. 전에는 이런 것도 헤테로미디어만 접하니까 가능한지도 몰랐지.
[톨]
가능성의 여부로서?
[골포보]
진짜 그리고 게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 나는 게이랑 레즈비언이랑 차이가 있다면, 여자들은 여자끼리 연애하는거랑 친구하는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하거든. 여자애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화장실 같이 가지, 맨날 손 잡지, 껴안지, 진짜 막 유사연애를 해. 난 중학교때 너무 많이 해서 이걸 연애라고 오해할 수가 없었어. 매번 우정이었지. 나는 중학교때 제일 친한 친구한테 거의 남자친구처럼 쉬는 시간마다 선물 하나씩 줘가지고 하루에 7개 준 적 있거든.
[톨]
와…그래도 그게 별로 이상하지 않은거지?
[골포보]
오히려 좋은 친구로 프레이밍이 되지. 이거를 내가 어떤 성애적인 관점으로 볼 생각도 안하지. 그 때는 실제로 그런 생각이 아예 없었고.
[톨]
그러면 어쨌든 너는 그 글리 드라마를 통해서 여자랑 성애도 가능하겠네 이렇게 된거야?
[골포보]
성애까지는 아니고 그냥 내가 남자애를 짝사랑해 본 적이 있잖아. 그러면 그 방법으로 여자를 짝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 오히려 섹스관련해서는 진짜 나중에 생각하고, 그냥 나 남자 좋아, 그래서 나 여자도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었어.
[톨]
와…되게 신기해. 너무 신기하고 나 완전 처음 들어봤어. 대부분 좋아하게 된 대상이 있고, 그로써 마음의 갈등때문에 깨닫지.
[골포보]
내가 초등학교 시절을 되돌이켜 보잖아. 그럼 내가 아 걔를 좋아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톨]
그 때는 내가 그 친구를 친구로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골포보]
그리고 그 미묘한 불편함들이 기억나. 중학교 1학년때 막 되게 하얗고 예쁜 여자애가 있었는데, 걔 근처에 있으면 어색하고 불편해서 어쩔 줄 몰라하던 거. 그게 좋아하는 감정이었겠구나. 하고.
[톨]
근데 여자애들은 서로 남자친구 여자친구 연애하듯이 지내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시되다 보니까 깨닫는게 느릴 수도 있을 것 같아. 남자애들 같은 경우는 내가 저 친구랑 뭘 하고, 애정어린 걸 하는거. 그게 너무 스스로 이상한걸 알잖아.
[골포보]
그래서 난 남자들은 티가 훨씬 많이 나는 것 같거든.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막 그렇게 끼쟁이(끼순이를 의미한 것 같음)가 아니어도 남자애들이 둘이 같이 영화만 봐도 막, 뭐야~ 이렇게 되잖아. 근데 여자애들은 그런게 전혀 없어. 그게 웃긴 것 같아. 나 여중에서의 경험은 진짜 100시간도 얘기할 수 있어. 나는 농구부가 있는 여중을 다녔는데, 농구부언니들이 숏컷에다가 막 몸 좋고 잘생겼잖아. 그리고 여중이라 남자가 없잖아. 그럼 진짜 팬클럽이 생겨.
[톨]
ㅋㅋㅋ맞아 그렇다고 하더라.
[골포보]
진짜 진심으로 좋아하고, 진심으로 질투하는 관계성이 있어. 그리고 내 친구들중에는 여중 다니면서 연애하는 애들도 있었거든. 뭐 지들끼리 뽀뽀까지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거의 연인이었어. 너 내 여친해 이러면서. 근데 그거를 성인이 돼서 ‘야 너 걔랑 사귀었잖아’ 하면 ‘풉, 소꿉놀이지’ 이런단 말이야. 근데 난 솔직히 어이없었지. 난 그때 오히려 ‘쟤네 왜저래?’ 이러고 있었는데…
[톨]
와 나 지금 거의 새로운 세계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너는 어쨌든 그 글리 드라마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장시킨거고. 당시에는 몰랐지만 과거를 다시 돌이켜보니 그때 여자애도 좋아했을 수도 있겠네, 이런 거네?
[골포보]
나는 진짜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고 풍부했어. 물어봐 줘.
2부: 친구
[톨]
좋아. 그러면 주제 어려가지 뽑아서 거기서 너가 하고 싶은 주제 선택해서 질문들어가는 걸로 해볼게. 아까 줬던 주제들 리스트에서 뽑아줘.
[골포보]
친구!
[톨]
그래 그럼 친구로 가보자. 기본 질문부터, 이쪽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몇 명이나 되고, 어떻게 친해졌는지 간략하게 알려줘.
[골포보]
음 이쪽 친구들.. 뭐 고등학교 친구 중에 한 명 있고.. 대학교 친구들 3명.. 내가 자주 본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한 5명.
[톨]
그럼 그 사람들이랑은 처음에 서로를 어떻게 알게 됐어?
[골포보]
그 고등학교 친구는 걔랑 나랑 둘다 고민을 하는 시기가 있었어. 우리는 바이일까? 우리는 헤테로일까? 이러면서. 그런데 대학교 다닐때 알게 되고, 그리고 둘 다 서로 예전에 이런 부분에 오픈했었으니까 서로 얘기하기 쉬웠지. 그래서 얘가 나 이 여자 좋아하는 것 같아 이러고 나한테 제일 먼저 말한다든지, 나도 얘한테 그런걸 말하고, 둘이 미국에 있다가 여름에 한국 오면 레즈클럽 진짜 많이 갔어.
그리고 A는([톨]이랑 같이 아는 친구) 처음에 학교에서 만났을 때 일단 나는 자칭 바이였기 때문에, 아 저사람 괜찮다~ 이런 생각이었어. 난 A가 사실 퀴어들이 보면 너무 티가 나는 이쪽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자기는 그걸 들으면 분노하면서 아니라고 하지만. 헤테로들은 잘 몰라서 A는 게이로 패싱되지 않고 미친사람으로 패싱되는 경향이 많죸ㅋㅋㅋ([톨] 엄청웃는중ㅋㅋㅋㅋ) 쟤 진짜 특이하다면서. 그래서 나는 A가 이쪽일 것 같은데, 둘이 진짜 시간을 많이 보내고 같이 공부하는데 끝까지 안까는거야. 그러다가 내가 먼저 얘기를 했어. 먼저 가서 나는 바이고 막 그런 얘기를 했어. 그런데 그 날도 안까대. 그리고 한 일주일 후에, 무슨 키링을 만지작거리면서, 이거 예쁘지~ 이러면서 이거 전남친이 사준거야~ 이러는거야.ㅋㅋㅋ 그래서 속으로 난 다 알고있었어 이랬지. 그래서 A를 기점으로 다 알게 된거야. A가 아는 이쪽 친구들을 소개받아서.
[톨]
그래서 A가 알금알금 다 모은거네. 진짜 발이 넓다니까. 아는 사람이 엄청 많아.
[골포보]
우리가 그래서 맨날 A(게이연예인이름)이라고 부르는거 알아? 그 사건 터지기 전에. 이 커뮤니티에서 진짜 다아는 사람은 (게이연예인이름)이니까. 그래서 사람들 다 안다고 A(게이연예인이름)
[톨]
ㅋㅋㅋㅋㅋ그런데 그 사건이 터지고 이제 그렇게 안부르겠네.
[골포보]
대체할 이름을 찾고 있어.
[톨]
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다음 질문. 보통 나는 게이들한테 적용할 질문이긴 했는데, 레즈들은 진짜 모르겠어가지구. 게이들은 이쪽 나와서 활동하기 시작하면 일반 친구들이랑 엄청 멀어지는 것 같거든 보통? 근데 레즈도 그래?
[골포보]
난 이 얘기가 하고 싶었어. 왜냐하면 나는 내가 자칭 MBTI I이긴 한데 친구가 되게 많았었던 것 같아. 학교도 여러개 다니고 전학도 많이 다니고 그래서 친구가 많았었어. 그런데 내가 연애를 하고, 동거를 하고 결혼을 결심하니까 어떤 그룹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거짓말밖에 안 하고 있는거야. 그게 너무 현타오고, 내가 얘네를 굳이 만나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드는거야.
그리고 나 여자친구들끼리 되게 친한 무리가 있었어. 그런데 그 중에 한명이 엄청난 기독교 헤테로녀거든. 근데 같이 여행을 갔는데 걔가 너무 심한 혐오발언을 하는거야. 그 막 퀴어들은 가정 환경이 불우해서 퀴어가 된다는둥, 요즘 퀴어문학때문에 헤테로 문학이 설 자리가 없다느니 개소리를 막 하고.. 근데 너무 충격적이었던게 나랑 정말 친한 친구였거든. 그걸 들었던게 아직까지 상처야. 아직도 가끔씩 울분 치밀어오르고 막 분노해가지고 진짜 혼이 나가는거야. 어떻게 인간이 저러지.. 자기 사회대라고 막 자신감 뿜뿜한 애야. 그런데 걔가 막 동성애는 치료되는 거야 이랬단 말이야..
[톨]
나 막 듣기만 해도 열받아…
[골포보]
그래서 그 무리에서 나는 되게 큰 결심을 하고 절연을 했어.
[톨]
그 이후로 걔한테 연락 오거나 그러지는 않아?
[골포보]
요즘 잘 지내? 같이 커피같은거 애들이랑 놀러가는데 갈래~? 이러면 내가 바빠서 안 될 것 같은데 이렇게 한 세 번 거절하니까 이제 눈치채고 연락 다시 안 하긴 해. 근데 그게 아직까지도 엄청 속상하고 슬픈 일이었어.
[톨]
그냥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너랑 엄청 친했는데 그런 얘기를 면전에서 들으면 진짜 너무 속상하겠다.
[골포보]
나는 얘한테 커밍할까 고민도 했었고… 나는 솔직히 걔네가 나한테 든든한 친구들이었는데, 그리고 같은 업종에서 서로 도울 일도 많을 거 아니야. 그런데 나한테는 그런 선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 뭔가 이제 나랑 결혼할 사람이 내 삶에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것도 아예 공유 안 하는게 웃기고 이상하더라고. 그렇다고 걔네를 잘라내니까 더 많은 문제들도 생겨. 가고싶은 친구 결혼식도 안가게 되고. 애들 마주치기 싫어가지고.
[톨]
맞아.. 그런 문제도 생기는듯.
[골포보]
그리고 좀 여자애들끼리의 우정은 너무 질긴게 있어서 입방아도 많이 오르내리고.. 그런거 생각하면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내 결혼식 청첩장 리스트 정리하면서 진짜 인간관계도 많이 정리된 것 같거든. 내가 커밍아웃 할 지 말 지에 대해서.
[톨]
너도 일반친구들이랑은 결국에는 약간 단절이 시작된거네.
[골포보]
나는 가능한 줄 알았거든. 내가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어가지고. 일반친구들이랑 같이 잘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 거짓말하는 거에 너무 지쳐버리고 너무 피곤해지니까 그냥 선택을 하게된 것 같아.
[톨]
보니까 이게 게이라서, 레즈라서 그런 문제라기보다는 가까운 사람들한테도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야하는 문제인 것 같다. 진짜 슬프지만 어쩔 수 없지 뭐.. 그런데 굳이 커밍아웃 문제가 아니더라도 일반들도 결국에는 자기들의 모습을 수용할 수 있는 친구들이 곁에 남아있게 되겠지 뭐. 그런 모양으로 보면 우리랑도 비슷하겠지만, 우리는 커밍아웃이라는 굉장히 크고 촘촘한 거름망이 하나 있는 거네. 씁쓸한 느낌.
[톨]
그리고 요즘에 레즈들은 어디서 놀아? 게이들은 이태원 종로에서 많이 놀잖아. 근데 레즈들은 홍대에서 논다고 들었는데.
[골포보]
홍대가 레즈들 허브잖아 허브.
[톨]
ㅋㅋㅋ 그럼 홍대에서 논다는게 어떤 문화가 주류야? 뭐 게이들은 이태원 종로 술집, 클럽 이런 문화인 건데, 홍대는 어떤 문화야?
[골포보]
우리도 똑같아. 그런데 나도 사실 내가 대학교때부터 클럽을 다녀서 역사가 짧아. 원래부터 그랬는지 역사 확인을 해봐야하긴 하는데, 원래 레즈들도 이태원 종로에 있었대. 그런데 어쨌든 레즈들이랑 게이들이 원래 사이가 그렇게 좋지는 않잖아.
[톨]
맞앜ㅋㅋㅋㅋ 같이 안놀잖아 잘.
[골포보]
남자 좋아하는 남자들이랑 여자 좋아하는 여자들은 공통점이 없다면서 막. 그래서 레즈들이 이동을 해서 홍대쪽에 많이 있었고, 지금도 뭐 클럽들 술집들 다 있어.
[톨]
그럼 거기서 이제 레즈들끼리 놀 때 홍대 쪽에서 모여서 술집에서 술마시고 클럽가서 놀고 이런 문화인 거네요. 그냥 게이들이랑 비슷하구나.
[골포보]
그런데 스케일이 좀 달라. 이태원은 어떤 장소에 가면 남자가 되게 많다는 게 느껴지는데, 홍대에서 레즈클럽이랑 바들은 좀 숨어있는 느낌이야. 이태원 그런 클럽같이 큰 데가 없어. 그리고 우리는 남자 출입이 금지거든.
[톨]
?! 아 그래?? 남자 출입이 금지야??
[골포보]
기본적으로 왜냐하면 미친놈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려고 해서 그래.
[톨]
아 맞아 그럴 수 있겠다.
[골포보]
그리고 별로 눈에 안띄어. 남자들끼리 우루루 클럽 같이 몰려다니고 하는거 눈에 좀 띄는데, 여자애들은 또 같이 잘 몰려다니니까. 그리고 되게 웃긴게 홍대 레즈클럽 앞에 레즈들이 나와서 담배 피우고 있으면, 남자들이 막 와가지고, 여기 어디에요? 물어보고 들어가려고 하고.
[톨]
헐ㅋㅋㅋㅋㅋㅋ
[골포보]
여기 여자만 들어갈 수 있어요 나가세요 이러면서 거기 여자 가드가 막아. 근데 나는 게이클럽에서의 경험들이 훨씬 재밌었어. 사람들이 이렇게 많고 이렇게 재미있게 논다고? 그러면서. 그런데 레즈 클럽들은 일단 노래가 너무 노잼이야.
[톨]
레즈 클럽은 무슨 노래 위주로 나오는데?
[골포보]
와. 오빠 이거 진짜 중요한 사료야. 나 이쪽생활 처음에 시작했을때 L클럽이라고 있었거든. 거기를 처음으로 클럽을 가게됐는데, 무슨 노래가 나왔냐면 캐리비안의 해적 OST였어. 그런데 그 EDM 버전.
[톨]
?! 에? 캐리비안의 해적? ㅋㅋㅋㅋㅋ 상상이 잘 안되는데.
[골포보]
그런 데도 있었고, 다른 데는 뭐 브루노 마스나 도자캣 이런 거 틀어줘서 그나마 마음 편하게 가는데, 어떤 데는 아직까지 정말…
[톨]
ㅋㅋㅋ세기말 음악이 나오는 건가. 그럼 거기는 사람들이 노래듣고 놀고 춤추려고 가는게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려고 가는, 만남의 장소로서의 기능이 더 큰 건가?
[골포보]
그런데 이것도 사람바이사람일 것 같긴 해. 진짜 연애할 사람을 만나러 가는 사람도 있겠고 그냥 편하게 놀려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사람구경 하러 가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나는 레즈클럽가서 사람을 꼬셔본 적은 없는 것 같거든. 꼬심을 당한 적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냥 내가 문제인건가? 그런데 게이클럽 가면 어디가든지 다 서로 부비적대고 다하고 있잖아. 레즈들은 그냥 지들끼리 춤추고 곁눈질하다가 가. 나도 처음에 혼자가기 무서우니까 다른 헤테로 언니나 친구들이랑 같이 가면 나한테 막 ‘너 미어캣이야? 왜 아무것도 안하고 미어캣처럼 두리번대고 있어’ 이래. 나도 진짜 그러고 있어. 나 클럽가면 진짜 재미있게 노는거 좋아한단 말이야. 그런데 레즈클럽가면 움직이질 못하겠어 가지고 그냥 사람 구경하다가 와.
[톨]
ㅋㅋㅋㅋㅋ 게이클럽이랑 확실히 다르네.
[골포보]
물론 요즘에는 또 세대가 어려져가지고, 막 스무살, 스물한살 이런애들이 좀 저돌적으로 돌진해오는 건 있어. 걔네들은 또 ‘언니’를 원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단 말이야. 언니를 추구하는 연하들이 많아져서 나랑 뭔가 또 세대가 달라졌다는 느낌은 들지만. 확실히 게이클럽처럼 그 먹잇감을 노리는 느낌은 없어.
[톨]
게이클럽에서처럼 막 서로 슬쩍슬쩍 건드리다가 나중에 부비부비 하고있고 이런 건 별로 없다는 거지.
[골포보]
그런데 이건 나 한정일 수 있으니까 나 말고 다른 레즈풀을 오빠가 만나봐야 될 것 같아.
[톨]
그치. 나도 내가 경험한 게이문화가 아주 일부분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어쨌든 너도 너가 경험한 그 부분에서 얘기해 줄 수 있는거니까. 그런데 너무 재밌어. 레즈 얘기는 내가 거의 못 들어본 거여서. 아니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레즈클럽은 게이도 입장 금지겠네? 아예 남자 금지니까. 그게 너무 신기하네…..
그러면 너한테는 이쪽 친구들이라는 건 어떤 의미야? 좀 모호할 수는 있는데.
[골포보]
음… 진짜 너무너무 소중한…? 예전에는 뭐 퀴어들에게는 당연히 동족들이 중요하겠지 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는데, 나도 어느순간 이걸 딱 느끼는 것 같아. 내 정체성과 내 퀴어친구들이 나한테 진짜 큰 부분이구나를 느끼는 시점이 인생에서 오는 것 같아. 누군가를 사귀는 것도 그렇고, 짝사랑할때마저도 그걸 터놓는 것. 그런 하나하나의 경험이 나에게 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구나를 느끼는 포인트가 있었어. 그런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중요해졌어.
[톨]
그게 지금 이쪽 친구들인거네. 그런 의미와 경험을 나누는 사람들.
[골포보]
같은 빡침과 같은 행복을 공유하는 거.
[톨]
그럼 너의 가치관이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도 친구들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
[골포보]
나는 친구들한테 진짜 영향을 많이 받아. 난 진짜 진한 우정을 많이 했거든. 지긋지긋할 정도로 질긴 그런 우정들. 그런데 그게 나의 형성에 되게 중요했던 것 같고. 그래서 지금도 퀴어친구들이 너무 소중하고.
[톨]
그럼 다음주제는 내가 정해볼게. 너가 지금 결혼이 예정되어 있잖아. 거기에 대해서 하겠어 ㅋㅋㅋㅋ
[골포보]
아니 사람들이 결혼 왜 하냐고 ㅋㅋㅋ
[톨]
왜?! 결혼을 왜 하냐고 한다고?! 나는 지상 목표인데 그게?
[골포보]
아니 막 그런거야. 힙스터들은 막 결혼 그런 구시대적인거 왜 해? 이런 느낌이고. 결혼이라는 제도가 진짜 필요한거냐 이런 얘기도 있었잖아. 그냥 사람들과의 만남을 묶어놓는 방침이 아니냐. 사랑이 강하면 그런 제도적인 결합이 왜 중요하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항상 있었는데 어느정도 나도 동의하는 편이었거든. 그런데 막 헤테로들이 그런 얘기하면 개빡치지. 니들 뭐야 이런 생각이 드니까. 그런데 걔네는 차치하고, 퀴어들이 그런 얘기. 제도적인 뒷받침을 안 해주는 결혼을, 결혼식을 굳이 왜 해? 이런 얘기 진짜 많이 들었어.
[톨]
아뉘… 그거는 결혼식이라는건 두 사람이 결혼이라는 지점을 결심했다는 걸 축하받고 싶고 증명하고 싶은 하나의 진짜 세레모니, 이정표 같은 느낌이잖아. 그래서 나는 제도적으로 보장 못받더라도 그 결혼식을 하는거 자체가 너무너무 좋은 것 같은데..
[골포보]
그런데 나도 되게 신기했다. 왜냐면 여자애들은 보통 결혼식을 어렸을 때 많이 꿈꾸는데 나는 별로 안그랬거든. 솔직히 나는 이쪽친구들 만나기 전까지만해도 내 커리어가 200% 중요한 사람이었지 가족, 연애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어. 외로움은 많이 탔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꾸린다는건 내 목표가 아니었어. 그런데 A한테 전에 물어본 적이 있어. 너는 20~30년 후에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아? 그랬더니 A가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맛있는거 해먹고 하는 삶 이렇게 얘기하는데, 커리어에 미쳤던 나한테는 그런 대답이 너무 충격적인 거지. 나는 막 30살에는 외교관, 40살에는 유엔에서 일하고 이런 걸 상상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결혼이라는게 안중요했어. 여자애들이 아빠 손 잡고 결혼식장 걷는 상상을 모두가 한다는데 나는 전혀… 그런데 지금 여자친구 만나면서 그런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오더니 그냥 어느 확정적인 순간이 있었어.
같이 셀린시아마 영화를 보고있었어. 그 타오르는여인의초상 만든 감독 있잖아. 그 감독이 만든 걸후드라는 영화를 내 여자친구가 좋아해가지고, 그거를 같이 거실에서 소파에 몸 꾸겨넣고 보고 있었는데 얘가 딴 짓을 하는거야. 자기가 이전에 본 영화라고. 근데 내가 영화 볼 때 딴짓하는거 싫어하거든. 그래서 내가 딱 째려봤는데 얘가 딴짓 안 한 척하면서 영화 보는 척을 막 하는거야. 그런데 그때 뭔가 결혼이라는 단어가 딱… 나한테는 이 순간이 너무 웃기고 소중한거야. 그래서 이 순간을 영원히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때 처음으로 나 프러포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한 달 후에 프러포즈 했어.
[톨]
(감동의눈물훔치는중) 아니… 어떻게 그래서 거기서 바로 여자친구도 오케이하고 그랬어?
[골포보]
프러포즈도 되게 유난 떨면서 했어. 내가 필름카메라를 중학교 때부터 찍는걸 좋아했어. 그래서 여자친구랑 같이 필름카메라 보러가서 같이 사고, 같이 찍으러 다니고 그랬단 말이야. 그래서 그 필름롤을 서로한테 숙제로 줬어. 너 이거 언제까지 롤 하나 찍어와. 나도 이거 찍어올 테니까. 그런데 나는 그 필름카메라 찍을 때 Will You Marry Me 요 단어를 하나씩 들고 찍었어. 그래서 인화해서 딱 내 거 한 번 볼래 이러면서 줬지. 그 돋보기 같은걸로 요 필름을 보거든. 걔가 이제 그걸 하나씩 보고서 엥? 이러고 엥? 이러고 보다가 이제 마지막 Marry Me 딱 봤을 때 내가 반지 들고 있었어.
[톨]
(감동폭풍)ㅠㅠㅠㅠ영화같애…
[골포보]
내 친구도 진짜 지독한 시네필이라고 욕했어.
[톨]
여자친구는 거기서 바로 오케이?
[골포보]
너무 놀라고 있길래. 내가 대답을 해! 이러니까 알았어. 좋아. 이래가지고 ㅋㅋ 이제 그 옆에 파티룸같은것도 빌려서 다 꾸며놨었거든. 거기서 사진 찍고 막 케이크 하고…
[톨]
진짜 완전 서프라이즈인거네. 결혼식장까지 잡아놓고 하는 프러포즈가 아니라 진짜 서프라이즈 프러포즈로 한거잖아… 부러워 죽겠네. (질투의 눈길 이글이글)
[골포보]
그리고 내 생일 때 답프로포즈 받구…
[톨]
(더이상 안듣기로 결심)
그럼 둘이 어떻게 만났어? 레즈들은 서로 어떻게 만나는지도 물어보고 싶어. 어플써?
[골포보]
일단 (어플이름)은 기본적으로 다 깔고 있는 것 같고.
[톨]
플레이스토어에 있어? 나도 할 수 있어?
[골포보]
오빠는 못할 수도 있겠다. 그거 막 전화 인증같은거 해야돼. 그리고 이제 (다른어플이름)도 많이 써.
[톨]
그럼 게이어플은 당연히 안할테고, 틴더같은경우에는 그건 헤테로 레즈 게이 상관없이 할 수 있잖아. 틴더는 안해?
[골포보]
틴더는 그런데 동성애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서 애매해. 난 친구만 원해요. 이런 애들. 나도 틴더를 많이 했었는데, 틴더는 좀 타율이 높지가 않은 것 같아.
[톨]
어쨌든 어플로 만났다… 근데 레즈들도 어플로 만나게되면 일단 1차적으로는 외모베이스로 거르겠네?
[골포보]
근데 오빠 이게 나는 게이어플을 봤거든. 걔네들은 뭐 얼굴 안올리면 몸이라도 올려놓잖아. 그런데 레즈들은 막 달 사진 올려놓고, 영화포스터 올려놓고 그리고 자기소개 장황하게 엄청 길게 쓰고, 막 이런이런사람 원해요 이래.
[톨]
ㅋㅋㅋㅋㅋ우리는 막 뚱통ㅈㅅ 이러는뎈ㅋㅋㅋㅋ
[골포보]
우리도 있어 있기는 뚱통ㅈㅅ, 머짧ㅈㅅ, 긴머 좋아요~ 막 이런거 있단 말이야. 우리는 머리길이가 더 중요해. 그런데 게이들은 막 몸무게, 키 무조건 써야되잖아. 우리는 그런 거 없고, 어떤 사람을 구체적으로 원하는 이런걸 쓰는 경우가 좀 많은 것 같아. 요즘에는 뭐 원나잇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게 주가 아니야. 레즈들 보면 어플하는 사람 중에 원나잇 하려는 사람들은 10%밖에 안되는 것 같아. 나머지는 다 연애목적에 가까운.
[톨]
아…진짜 그 레즈들은 뭔가 감정적으로 동반자를 구하는데 훨씬 그 목적이 있는 것 같은…?
[골포보]
동반자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연애를 목적으로 하는?
[톨]
기본적으로 어떤 성향이나 성격, 마음같은게 맞는게 훨씬 더 중요한거네. 나 포함 내 친구들중에서 차라리 레즈하고 싶은 애들이 꽤 있겠닼ㅋㅋㅋㅋㅋ
[골포보]
그게 진짜 다른 것 같아.
[톨]
진짜 게이들이 외모 강박이 엄청 심한것같아 ㅋㅋㅋㅋ
[골포보]
모든 집단에서 최고인 것 같아. 외모에 대한 건ㅋㅋㅋㅋㅋ
[톨]
진짜 신기하다. 레즈는 그런게 좀 덜한게.
[골포보]
외모라기 보단 스타일을 좀 보는 것 같기도. 근데 내 생각에는 게이들은 좀 상향 평준화 된 것 같아. 그리고 레즈들은 너무 다양해. 왜 옷도 남성기성복 입은거 여성 기성복 입은거 스타일이 엄청 다르잖아. 여자애들 막 딱 붙는 옷 입고 다니는 애들도 있고, 어벙벙하게 아메카지 이런 스타일도 있고.
[톨]
그럼 옷에 대한 스타일이 엄청 다양한 거구나.
[골포보]
힙스터도 있고, 막 머리스타일도 그렇고, 자기 젠더에서 어느정도 부치ness 랑 팸ness를 갖고 있는게 중요하고.
[톨]
게이들은 뭐랄까 외모랑 몸매로 분류가 많이 되는데, 레즈들은 스타일로 분류가 된다?
[골포보]
그 스타일이 단순히 옷 입는게 아니라 좀 가치관도 반영하고.
[톨]
가치관도 반영이 된다?
[골포보]
응. 그런데 어쨌든 일반적으로 인기있는 스타일도 있기는 하지. 내가 봤을 때 클럽가도 인기많은 유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진짜 예쁜 펨. 그리고 또 진짜 막 엑소카이같이 생긴 애들. 막 겨울에 가면 진짜 부치들 열에 아홉은 다 셔츠에 거의 투블럭같은 스타일 하고 춤추고 있어.
[톨]
앜ㅋㅋㅋ나 너무궁금해ㅠ 가보고싶어…
[골포보]
그리고 펨들은 여자스타일이 다 다르긴 하지만, 뭐 청초한 펨도 있고, 핫한 펨도 있고, 엄청 다양해 여기도.
골포보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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