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포보 2편
3부: 연애와 프러포즈
[톨]
아니 그런데 너 여자친구 어플에서 만난 얘기하다가 여기까지옴ㅋㅋㅋ 아무튼 외모적으로 둘다 마음에 들어서 만나게 된거지? 여자친구는 달 사진 안올렸어? ㅋㅋㅋ
[골포보]
ㅋㅋㅋ우리는 그게 진짜 중요했어. 서로 달 사진, 귤 사진 보고 둘이 막 3개월 카톡하다가 안만나고 이런 사람들 진짜 많거든. 서로 끝까지 사진 공개 안하고. 나는 이런걸 이너다크니스(inner darkness)라고 하거든. 자기에 대한 자기혐오나 이런게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달사진 이런건 진짜 별로 안좋아하고.
[톨]
보통 그럼 자기 방어기제가 또 너무 강한 사람들이 많지.
[골포보]
그래서 나는 얼굴사진을 걸고말고가 중요했고, 내 여자친구도 얼굴 걸고 나도 얼굴을 걸어놨고.. 그런데 봤는데 예쁜거야. 그래서 라이크를 했고 걔도 라이크 해가지고 대화하다가.. 근데 솔직히 되게 웃긴게 오빠 그때 기억나? 오빠랑 나랑 A랑 셋이 꽃시장 가가지고… 그날 나 엄청 울었잖아.
[톨]
기억낰ㅋㅋㅋ 너 그때 엄청 울어가지고 부어서 왔잖앜ㅋㅋㅋ
[골포보]
맞앜ㅋㅋ 그리고 친구 파티 가서 미친듯이 울었거든. 왜냐하면 내가 한 3개월동안 썸 타던 연상녀한테 까여가지고. 그리고 다다음날 얘를 만났어.
[톨]
진짜 인생 뭐야?! ㅋㅋㅋ 인연 진짜
[골포보]
나 심지어 그 언니랑 얘기하느라 얘를 그냥 연락 중단할까 이랬어. 근데 친구B가 야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이러면서 계속 연락하라고 그랬거든. 근데 얘는 또 심지어 나랑 매치가 되고 연락을 한 이틀 하다가 2주동안 잠수를 탔어. 그 2주동안 누구랑 연애를 하다가 온거야. 그리고 연애가 끝나고 내가 아직 남아있으니까 말을 걸어본거야. 그래서 둘다 아~무 기대 없이 그냥 만났었거든. 그날 일요일이었는데, 만나서 8시간 수다떨고 그 다음날부터 사귀었어.
[톨]
그 다음날?! ㅠㅠ 나 배아파 막
[골포보]
근데 우리도 막 성격이 엄청 똑같고 그러는 건 아니거든. 그런데 8시간 수다 떨면서 너무 재미있어 가지고. 이거를 뭔가 연애로 발전시켜야지 이런 생각이 진짜 강했던 것 같아.
[톨]
그럼 만난 지 얼마나 된거지?
[골포보]
4년 넘었어.
[톨]
4년 넘었어!? 그럼 그 꽃집 갔던게 벌써 4년이나 됐어?! 나 그것도 충격… 세월 왜케 빨라…?
그럼 같이 살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야?
[골포보]
그거는 올해 2월. 각자 자취하다가.
[톨]
프러포즈는 언제였어?
[골포보]
작년 9월.
[톨]
그럼 같이 살기 이전에 프러포즈 한 거네. 그것도 신기하다.
[골포보]
아니 동거 얘기를 안한 건 아니었거든. 꽤 지속적으로 얘기는 했었는데 좀 망설이게 되는 부분이 있었어. 왜냐하면 동거해서 싸우면 헤어져야 되니까. 그래서 동거하는 걸 무서워했는데, 내가 결혼하자니까 그럼 같이 살아야지. 이러고 들어온거.
[톨]
뭐지?! ㅋㅋㅋ 이것도 신기해. 어차피 결혼할테니까 동거따위야~ 이런건가.
[골포보]
일단 안 헤어질 걸 확실히 한건데. 이것도 웃기긴 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법적으로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혼하기 위해서 소송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 단어가 뭐길래 결속시켜주는 게 있네.
[골포보]
난 진짜 웃긴게 이번이 또 진짜 연애야. 전에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적이 없어.
[톨]
제대로 된 연애라는게 뭐야? 그럼 썸밖에 없었던 거야? 우리 사귀자 해가지고 한게 처음인거?
[골포보]
하나 있긴 있었는데 정말 너무 빨리 끝났고, 한 3~4개월 연애들은 있었는데 1년 넘어간 연애는 처음이야.
[톨]
그러니까 서로를 좀 알아가는 단계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1년 이상 진지하게 만나는 관계가 처음이라는 거지?
[골포보]
그래서 나는 헤어짐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어. 그래서 내가 우리 친오빠랑도 되게 친한데, 오빠가 최근에 이별을 해서 엄청 힘들어해가지고 나랑 통화를 하는데 맨날 나한테 꼽주는 거야. 너는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고. 아니 내가 3시간동안 전화를 받아줬는데 끝에 역시 넌 아무것도 몰라 이러면..
[톨]
ㅋㅋㅋㅋㅋ3시간 통화해줬는뎈ㅋㅋㅋ
[골포보]
그런데 나도 사실 헤어질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니까. 그 때 생각하면 그 현타가 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아. 나는 연애시장에 다시 나가서 안녕하세요~ 무슨영화 좋아하세요? 이 음식 맛있죠? 이런 거를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아.
[톨]
ㅋㅋㅋㅋ 그런데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골포보]
나는 진짜 중학교 때 남자애들이랑 썸 탈때도 너무 싫었어. 난 내가 이만큼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그걸 작게 낮춰서 얘기해야 되고, 또 나는 연속으로 카톡을 보내면 안되고..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 있는 그대로 다 얘기해주고 싶은데 또 그걸 다 표현하면은 부담스럽다고 하니까.
[톨]
그런데 그 재미라는 건, 서로 밀당하는게 아니라, 그냥 새로운 사람을, 성적텐션이 존재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인 것 같아.
[골포보]
나는 그게 재미보다는 그냥 뭔가 1번 체크, 2번체크, 3번 괜찮아 이런 느낌
[톨]
그러니까 허들인거넼ㅋㅋ 너 1차 합격, 너 2차 합격
[골포보]
말로하니까 진짜 재수없긴 한뎈ㅋㅋ 근데 나도 어플하면서 사람들 많이 만났거든. 우리는 그냥 밥먹고 카페가고 이런거긴 한데, 그게 너무 재미없고, 스파크가 안 튀는게 너무 많으니까 지쳤던 것 같아. 그래서 나는 한참 사람들 많이 만나던 시절에, 친구들한테 내가 엄청 흥미로운 사람처럼 포장하는게 귀찮아죽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거든. 나도 재미없고 쟤도 재미없을거고 빨리 끝내고 싶고.
[톨]
나는 그 반대였다? 나는 처음에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랑 호감을 구별을 못했어. 내가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면 이 사람을 처음 만나서 그 사람이 너무 재미있는거야. 완전 처음 보는 사람이고,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얘기를 하니까 너무 재밌어. 그래서 그 사람도 내가 자기한테 호감이 있는 줄 알고 관계를 진전시켜 나가는데, 시간이 지나면 내가 사실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충족되잖아. 근데 내가 그럼 뭔가 텐션이 피시식~ 이렇게 돼. 나도 처음에 그걸 판단을 못했기 때문에, 나도 내가 왜이러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
[골포보]
아니면 나한테 호기심을 유발하는 상대가 많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해. 그래서 내가 지금 여자친구 만났을 때는 8시간 동안 질문하고 거의 취조를 했단 말이야. 그래서 나한테는 그 대상이 중요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톨]
그럼 결혼식장이랑 사회자랑 그런것도 다 결정 된거야?
[골포보]
대부분 정해졌어! 나는 막 재미있게 하고 싶어하고 내 여자친구는 제발 오버하지 말라고 하고 있고.. 그래서 조율하는 중이야. 사진은 다 찍었고.
[톨]
웨딩사진?
[골포보]
리허설 사진이라고 그러거든. 그 스튜디오에서 찍는거.
[톨]
공개는 안하는거지?
[골포보]
그냥 야외 스냅같은것도 더 찍고 다 편집된 걸로 보여드려야지. (사진찍은거 보여주는중)
[톨]
이 사진 너무 귀엽다. 너무 예쁘다. 드레스에다가 이거 둘이 같이 반스 신은거 너무 귀엽다.
[골포보]
^^~ 핀터레스트에서 아이디어를 받았어요.
[톨]
이것도 너무 귀엽다. 이것도. (찬사연발)
[골포보]
우리 한 7시간 촬영했잖아. 나 코르셋때문에 배에 상처나서 아직까지 흉터있잖아.
[톨]
너무 이뿐데 사진. 이거 따로 어디에 공개하진 않을거지?
[골포보]
공개는 안하고, 그냥 뽑아서 결혼식때 놓을건데. 이것도 문제가 많은게, 모바일 청첩장 링크를 그냥 뿌릴 수가 없는 거야. 유출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래서 플래너 오빠가 얘기해주기를 청첩장 얼굴 안넣은걸 많이 한대.
[톨]
맞아. 그런 위험성도 있구나. 난 아직 상상해 보지 않은…
[골포보]
나 웨딩플래너 어떻게 만난 줄 알아? 내가 A랑 게이클럽에 가서 막 놀고있어. 그런데 어떤 끼쟁이 남자가 와가지고는 같이 노는데 너무 잘 놀아. 그래서 그 오빠랑 미친듯이 놀다가 사람들 담배타임할때 따라 나와서 수다 떠는데, 직업이 뭐야? 나 웨딩플래너야. 나 첫 퀴어웨딩플래너야. 이래가지고 오빠 나 그럼 결혼할때 오빠한테 연락해도 돼? 그래가지고 2년 후에 다시 인스타로 오빠 나 기억해? 이러면서 우리 결혼식 플래너로 하게 된거야.
[톨]
너무 신기한데?! 기억해서 연락 준거네?
[골포보]
그래서 플래너오빠가 기억해줬다고 엄청 고마워하고 반가워했어. 내가 그때도 그랬거든. 내가 프러포즈 성공하면 연락할게요~ 막 이랬거든. 그래서 나는 엄청 만족해. 왜냐면 껄끄러운 부분이 많을 수가 있잖아. 특히 남자랑 여자랑 결혼하면 남자들은 할 게 많이 없잖아. 그냥 머리 좀 만지고, 턱시도도 혼자 갈아입을 수 있고. 그런데 여자들은 드레스 갈아입으려면 사람 붙어야 되고 헤어 변형해줘야 되고 하니까, 여자 두 명이면 돈도 두 배고 시간도 두 배란 말이야. 그거를 견뎌줄 수 있는 드레스샵이나 메이크업샵 이런 거를 다 알아봐준게 너무 고마워. 그리고 다른 커플들이랑 마주치면 안되니까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하고 이런것도 중요하고, 그런 걸 다 플래너오빠가 세심하게 배려해줘서 나는 너무 만족했어.
[톨]
나도 나중에 결혼하면 그분한테 연락할래.
[골포보]
스튜디오도 좋고 다 너무 좋았어. 또 한 달 전에 같이 A랑 클럽에서 놀고 있는데 마주쳤잖아. 그 오빠도 완전 클럽 죽돌이여가지고.
[톨]
역시 사람들은 클럽에서 만나는건가.. 클럽을 가야되나…
[골포보]
그런데 오빠 별로 시끄러운거 안좋아하잖아.
[톨]
나 그런데 진짜 가뭄에 콩 나듯이 한 번 가서 진짜 그때 뒤집어지게 재밌게 놀아. 그런데 그렇게 놀고나면 쿨타임이 몇 달이야. 엄청 오래 쉬어야돼.. 사람 많은 거 시끄러운거 진짜 싫어하는데 그렇게 가끔씩 한 번 삘받을때 가면 재밌거든. A가 거의 그때마다 같이 있는데 나 쿨타임 다차서 놀면 엄청 재미있어하는거 아니까 막 A가 술사주고..
[골포보]
맞아. 나도 들었어. 엄청 뿌듯해해. [톨]이 진짜 재밌게 놀았다고 ㅋㅋ 그 다음날에 나랑 놀았거든.
[톨]
와 나는 진짜 다음날 거의 기절해있는데. 걔는 진짜 체력 좋아.
[골포보]
내가 아는 사람중에 제일 좋은 것 같아.
[톨]
그럼 여기서 또 일단 2부를 종료해 볼까요?
[골포보]
응. 나 말 잘하고 있어?
[톨]
어 나 너무 재밌어..
4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톨]
자 이제 무슨 주제가 남아있었죠? 너 무슨 주제 하고 싶어?
[골포보]
나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톨]
좋아. 그럼 너가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뭐야?
[골포보]
최근에 다른 뉴스레터에서 폼작성 질문글중에 하나가 요 최근에 제일 행복했던 기억에 대해 써주세요 그런게 있었어. 사실 지금 어떻게 보면 거의 신혼같은 생활을 하는 거잖아. 그리고 내 여자친구는 스스로 부인하지만 나는 얘가 진짜 웃긴애라고 생각하거든. 얘도 진짜 극 내향형이어서, 얘가 이렇게 웃기다는걸 이 세상에서 나만 알 것 같긴한데, 진짜 너무 웃겨. 얘가 막 드립치거나 무슨 웃긴 짤 보여줬을때 둘이 막 거의 울면서, 침대에 뒹굴면서 웃어. 너무 웃겨가지고. 요즘에는 또 여름이니까 덥잖아. 그래서 막 얇은 이불 덮고서 깔깔거리고.. 그게 제일 행복해.
[톨]
진짜 듣기만 해도 너무 행복해보여…(질투이글이글)
[톨]
그럼 너를 행복하게 만드는 다른 것들. 대가가 없어도 평생동안 계속 하고 싶은,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분야 같은게 있어?
[골포보]
이게 취미라고 하기는 웃긴 것 같은데 내가 진짜 오지랖이 넓어. 그래서 나는 근 3년동안 맨날 새해 다짐이 오지랖을 덜 부리자 거든.
근데 뭔가 사소한것같은거 얘기하거나 작은 선행 이런거 되게 집착하고 하는거 좋아하고, 하고나서 뿌듯해하고 이런 사람이란 말이야. 그래서 뭔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거나,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조언을 해주거나 같이 고민해주거나 이런 거 되게 좋아하거든. 그리고 나 친구들이 막 나보고 무당하라고 그랬을 정도로 사람들한테 질문하는 것도 재밌고 같이 얘기해주는 것도 좋고 그래. 이게 질문에 맞는 취지의 답변인지는 모르겠는데.
[톨]
취미가 아니라도 널 행복하게 하고 계속하고싶은 거잖아? 그러면 충분함.
[골포보]
나는 그런게 좋은 것 같아. 사람들에게 작은 부분에서 도움을 주는 거.
[톨]
뭔가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어. 내가 너를 원래 좀 알고 있는 부분에서 예상한걸지는 몰라도.
[골포보]
왜냐면 나는 한 때 거의 영혼을 바칠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는데.
[톨]
그니깐. 나는 당연히 너가 영화 얘기를 할 줄 알았어.
[골포보]
지금도 영화는 너무 좋아. 너무 사랑하고. 근데 너무 영화를 사랑하긴 하는데, 영화가 나한테 주는 감동도 크지만 뭔가 감동만 있어.
[톨]
그러니까 영화는 뭔가 만들어진걸 너가 수동적으로 감상하면서 느끼는 거고 너가 적극적인 액션으로 하는게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골포보]
응. 초반에 내가 원래 다큐멘터리PD가 꿈이었다가, 다른걸로 바뀌었던 이유도 딱 그거였거든. 왜냐면 내가 만든 매체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줘도 그 변화를 느끼기가 쉽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더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 그러니까 내가 뭔가 도움이 될 때 즐거워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 그런데 그게 내가 너무 착하고 선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내 만족 때문에 하는거지.
[톨]
어 맞아. 나도 그거 무슨 느낌인지 알아.
[골포보]
이런 거 있지. 내가 막 스스로에 좀 취한다 이런 느낌 있잖아.
[톨]
내가 뭔가 작은 행동을 해서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걸 보고, 나만의 자기효능감을 그때 느끼는거야. 그게 은근히 중요하고 나한테 큰 만족이잖아.
[골포보]
남들이 나한테 좌우명이 뭐야? 이렇게 물어보면 나는 간지나는 삶을 사는 거거든. 간지나는 삶으로 기억되는거.
[톨]
ㅋㅋㅋㅋㅋ간지나는!!! 근데 그 간지난다는게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인데? 너의 간지는 어디있는건데?
[골포보]
내 간지는, 막 진짜 똑똑하고, 똑똑한게 모든 지식을 다 외우고 그런게 아니라, 내가 존경하는 똑똑한 사람들처럼 되는 것. 예를 들어 나는 수잔손택이라는 작가를 진짜 존경해. 예술에도 엄청 조예가 깊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도 낼 줄 알고, 그리고 사회적인 작품들도 만들고… 이렇게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만드는 진짜 똑똑한 사람이 간지난다고 생각하거든.
[톨]
수잔손택?
[골포보]
응. 미국 에세이스트자 필름메이커야.
[톨]
그러니까 너는 어떤 사람이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흡수하고, 그리고 그 분야에서 행동도 할 줄 알고, 다른 사람들한테 영향도 끼치려고 하고, 그리고 끼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하는거네?
[골포보]
응. 내 분야에서. 수잔손택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엄청난 양의 책을 읽었고, 영화를 봤고, 세상에 대한 지식도 엄청 많고, 그래서 칼럼도 진짜 액티브하게 쓰고 그런 걸 결합해서 자기 예술작품도 만들었어. 글도 진짜 잘 쓰거든. 그 사람 책이 제일 유명한 은유로서의질병, 타인의 고통에 관하여 이런건데 오빠도 되게 좋아할 것 같은 책이야. 나한테 엄청 중요한 책.
[톨]
나도 읽어볼래! 나한테 제목 좀 카톡으로 다시 보내주라.
[골포보]
응. 그래서 그런 간지나는 삶을 살고싶은데, 왜냐면 그런 걸 했을 때 내가 제일 행복해서.
[톨]
맞아. 내가 어떤 일을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하고 있을 때는 나한테 만족감이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하게 되더라고. 그래서 내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해야 만족감을 느끼는지 찾아내는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 왜 만족감을 느끼는지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고. 처음에는 찾기 힘들잖아. 관심이 가도 내가 왜 관심을 갖는지 스스로 잘 모르고. 그런게 있어야 삶을 사는 맛이 나는 것 같아.
[골포보]
맞아. 그런데 그 간지라는게 진짜 어려운 것 같아.
[톨]
그 간지가 진짜 너의 주관적인 간지인거잖아. 사람마다 다 자기만의 간지있는 삶이 있는 것 같아. 나의 간지를 일단 파악하고, 찾아서 달성하는거 자체가 삶의 여정인 것 같음. 그런데 그게 진짜 개 지침ㅋㅋㅋ 지치는데 동시에 그것때문에 하루하루 사는 에너지가 나오기도 하고.
[골포보]
그래서 나는 대학교 내내 사회정의실현 활동을 꽤 진지하게 했거든. 그러면서 운동권에 있는 분들 가끔씩 만난단 말이야. 지금 여자친구가 일하는 곳도 그런 단체 관련 업무가 있어서 그럼 그 분들한테 맨날 물어봐. 원동력이 뭐에요? 어떻게 그렇게 계속 나아갈 수 있어요?
[톨]
그럼 그 원동력이 뭐래?
[골포보]
사람마다 다 제각기 대답이 달라. 나한테 제일 맥빠지는 대답은 종교였고… 그 사람들은 주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 하니까 그게 내 원동력이 될 수는 없잖아. 최근에는 퀴어활동 되게 열심히 하시는 분은, 내가 사는 삶이 별로여서 하는거다. 나를 위해서기도 하고, 내가 바꿀 변화가 또 다른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니까 그게 내 원동력이다. 이렇게 조금씩 하면서 바뀌는게 내 원동력이다. 그랬어. 그래서 나도 아직도 나만의 그 원동력을 찾는 여정인 것 같아. 나도 너무 궁금하거든. 나는 진짜 열정적일때는 미친듯이 하다가 또 그게 꺼지면 엄청 소극적이 됐다가 이러니까.
[톨]
원동력.. 그러니까 그런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게 될까.
[골포보]
아직까지 내 원동력은 분노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건 너무 지속가능성이 적어.
[톨]
나도 내 원동력이 뭔지 고민하고 있긴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이제 좀 파악이 된단말이야. 톨터뷰도 사실 내가 너무 재미있어서 하게 돼.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말이 재미있어. 그런데 웃긴게 너도 마찬가지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다 자기가 너무 평범하고 재미없을 거래. 그런데 나는 그게 너무 재미있거든. 그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재미있어. 그러면서 또 동시에 궁금해해. 나는 왜 이걸 재미있어할까? 그냥 내 타고난 유전적인 부분일까? 그냥 DNA조합에 의해서 나는 이걸 재밌어하게 태어난 사람인가? 이런 생각이 듦ㅋㅋ
[골포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나는 가끔씩 막 강남역이나 지옥철 이렇게 긴 에스컬레이터에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잖아. 그렇게 쫙 깔려진 사람들 보면서 저 사람 하나하나도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거잖아. 지금 내 인생에 대해서 머리가 뜨끈뜨끈할정도로 고민하는데, 저 사람들도 다 각자 머리가 뜨끈하게 회전시키면서 고민하고, 자신들만의 엄청난 전투들을 하고 있는 거잖아. 가끔씩 그게 너무 신기해.
[톨]
헐 나도 그렇게 가끔 생각하는데. 너무 신기하다고.
[골포보]
그리고 웃긴 느낌이지만 내가 저 사람이 하는 생각을 거의 다 영원히 모를거잖아. 나는 심지어 막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책 읽으면 엄청 눈 이러면서 살펴봐. 책 뭐 읽나 하고, 책 끄트머리 제목 보려고.
[톨]
ㅋㅋㅋㅋㅋ나는 그럴까봐 책 엄청 가리면서 읽음ㅋㅋㅋㅋ
[골포보]
내 여자친구도 그래서 무조건 책 싸서 다니잖앜ㅋㅋ 나 같은 사람들이 못보게 하려곸ㅋㅋ
[톨]
나는 비슷한 건데, 나는 아파트 보면서 그 생각해. 밤에 밑에서 아파트 쳐다보면 불켜진 집들 한 칸 한 칸 마다 가족들이건, 1인가구건 살고 있는데, 그 삶이 각자만의 스토리를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그게 너무 경이롭고 되게 아찔할 때가 있어.
[골포보]
맞아. 나도 뭔가 영화스크립트 한창 열심히 쓸 때 되게 만들어보고 싶은 장면이 있는데, 오케스트라가 시작하는 장면이야. 시작할 때 호흡을 맞추잖아. 그리고 ‘라’로 음정 맞추는데 그 소리가 너무 경이롭다고 생각하거든. 각자 그 음을 찾아가면서 조화가 이루어지는거고. 그렇게 시작하면서 빈 객석을 카메라가 딱 비추는데, 좌석이 한 4개가 비어있어. 그래서 그 비어 있는 좌석이 사람들의 얘기인거야. 그러니까 왜 그 사람들이 오늘 여기에 못 왔는지. 한 사람은 예를 들어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부산에 갔고, 한 사람은 애인이랑 싸워가지고 못 가고 이런… 나는 이렇게 뭔가 내가 모르는 개인들에 대한 궁금증이 확실히 항상 있는 것 같아.
[톨]
ㅋㅋㅋㅋ그래 너가 톨터뷰 재미있어 하는 이유가 있다니까.
[골포보]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안 되는데.
[톨]
아니야. 너 같이 늘 다른사람들의 삶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톨터뷰가 흥할 수 있어. ㅋㅋㅋ 그럼 이제 행복에 관한 주제는 여기서 종료!
[톨]
자 마지막 주제로 하고 싶은 거 있어? 하고싶은 말이라든지. 질문 너가 생각해도 되고.
[골포보]
나는 오빠가 이걸 시작하면서, 단순한 호기심도 있지만 어떤 파급력을 가졌으면 좋겠다든지, 아니면 사람들이 이걸 읽고 이런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든지 이런 걸 내가 한 번 들어보고 거기에 대해서 얘기해봐도 돼?
[톨]
괜찮은데? 음.. 나는 톨터뷰를 시작하면서 물론 기본적으로 내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당연히 다른사람들이랑 공유하면서 원하는 부분이 없는건 아니야. 그러니까 나는 이쪽 사람들이 다 퀴어로 통칭되지만, 진짜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평범한 사람들이 있고, 사실은 헤테로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사람들, 그냥 자기 눈 앞에 놓여진 삶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직접적으로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어. 그래서 사실은 이쪽사람들이 보는 페이지로 시작했지만, 뭔가 나중에는 헤테로들도 많이 봐줬으면 좋겠고. 그래서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고, 우리가 다른세계사람, freak이 아니라 진짜 옆집 사람, 옆집 남자애, 옆집 여자애인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해봤어. 근데 그렇게 다들 볼 수 있으려면 이게 흥해야함ㅋㅋㅋ
[골포보]
오… 그거, 내가 그 활동하면서 느낀게 그런게 있어. 예를들어 페미니스트운동하는 사람들이 우리 남자 도움 필요 없어. 쟤네 우리 억압하는 사람이잖아. 그리고 흑인인권운동하는 사람들도 백인도움 필요없어. 쟤네가 우리억압하는 사람들이야. 이런 얘기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그 평화로운? 평등한 상태를 이루려면 더 많은 헤테로들이 우리를 이해해야 되잖아. 그리고 막 서로를 더 나쁜 꼴로 뭉개버리는게 아니라, 결국은 우리 같이 잘 살자 이거잖아.
[톨]
맞아. 결국에는 우리 다 같이 평화롭게 살자가 되는 것 같아.
[골포보]
그런 면에서도 나는 우리가 상대들을 미워하고 그런게 아니라 좀 더 친절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톨]
맞아. 그런 생각이야. 우리를 억압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논리와 힘으로 뭉개서 내 말을 따르게 하고 싶다기보다는.. 사실 우리는 너의 가족이나 친척, 이웃사람일 수 있고, 우리도 똑같은 사람들이라는게 전반적으로 나타났으면 좋겠어.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보면 진~짜 특이한 사람일 수도 있고, 헤테로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고 혐오하는 그런 캐릭터들일 수 도 있겠지만, 그것도 결국엔 많은 우리들 중에 한 사람 한 사람이고, 전체로 보면 헤테로들도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이 우리도 우리 안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거를.. 이렇게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로 하나씩 보여주면 체감이 되지 않을까 하고…
[골포보]
그리고 은근히 이런 개인서사가 진짜 강력해. 그리고 이게 나중에 쌓여서 막 500개 인터뷰를 했어. 그럼 진짜 500개의 따끈따끈한 사료인거고. 500명의 우리가 하나씩 존재한다는 거, 그것도 의미하는 바가 클 것 같아.
[톨]
어우… 500명… 언제 해? ㅋㅋㅋ 너가 말하는거 들으니까 얼마전에 내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 뭐시기 책…(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입니다) 읽은거 생각났다. 거기에 너가 얘기한 거랑 비슷한 내용이 나와. 결국 자기랑 의견 다른 사람을 논리로만 이겨먹고 설득시키려는건 뭔가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시도같은 느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아예 배제시켜버리는게 가장 안 좋은 행동이고, 가장 효과적인건 그런 개인서사를 통한 설득이 가장 와닿는거라고 본 거 같음.
[골포보]
그거 비슷하게 진짜 나 웨딩촬영하는데 이모님들이 우리를 도와주신단 말이야. 그런데 이모님들이 나이대가 50대 중반, 60대 이래. 그러니까 우리가 얼마나 이상하겠어. 여자애들끼리 둘이 웨딩사진 찍고 뽀뽀하고 막 이러는데. 그런데 진짜 웃겼던 모먼트가, 우리는 또 퀴어니까 무지개색 우산으로 사진찍고 무지개색 소품들을 놓는데, 이모님이 아유~ 오동색 좋아하나보다~ 이러는거야.
[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귀여웤ㅋㅋㅋ오동색ㅋㅋㅋㅋ
[골포보]
그게 기억에 진짜 많이 남아. 그 색을 그냥 그대로 보고 혐오 이런거 없이 너무 스윗하게. 그리고 우리 엄청 예뻐하셨거든. 애들이 이렇게 예뻐? 신부님들 너무 예쁘다 이러면서. 물론 자본주의의 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근데 확실히 그분들이 우리를 맡아보셨기 때문에 퀴어에 대한 그런게 달라졌을 거라 믿는단 말이야. 왜냐면 우리가 진짜 싸가지 없고 그렇게 막 한게 아니라 하는 내내 우리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챙기고.
[톨]
그리고 내내 행복하게 찍었을 거 아니야.
[골포보]
그런 것처럼 뭔가 나중에 톨터뷰가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
[톨]
그럼 이제 인터뷰자료도 많이 쌓이고, 헤테로 들이 보기 전에 퀴어들도 많이보고.. 그래야지..
[골포보]
입소문을 타야지.
[톨]
그러려면 내가 일단 이 인터뷰 자체를 잘 해야됔ㅋㅋㅋ 내용이 좋아야돼. 재밌어야 돼…
[골포보]
근데 나는 오빠랑 친해서가 아니라 진짜 재밌어. 오빠가 편집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지금 이게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오빠 친구들을 많이 인터뷰하니까 진짜 그 케미가 재밌고, 오빠 친구들이 막 오빠 갈굴때 너무 웃기단 말이야. 내 웃음포인트 항상 거기였어.
[톨]
맞아… 애들이 많이 갈구지.
[골포보]
ㅋㅋㅋ나는 그게 뭔가 챠밍포인트거든. 그걸 지금 살릴 수 있을 때 많이 살려봐.
[톨]
그치. 나중에 나는 궁극적으로는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인터뷰하는게 목표니까. 친한친구들이랑은 사실 초반에 부탁해서 한거곸ㅋ 그럼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톨터뷰 한 소감을 말해줘.
[골포보]
일단 뭐.. 나는 오빠가 이 프로젝트 한다고 했을 때 막 너무 재밌겠다 이랬잖아. 그리고 이제 오빠가 이거를 어떤 이유로 하고 싶어하는지 좀 더 알고 나니까 뭔가 더 응원하게 되는게 확실히 있고. 그리고 진심으로 잘 되길 응원하는 마음이 더 뿜뿜하고..
[톨]
ㅠㅠㅠ 돈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지만 제발 흥해주세요…
[골포보]
그리고 내가 나도 보면서, 우리가 퀴어로 묶여있지만 다 너무 다르고… 솔직히 웃기잖아 우리를 하나로 묶는게.
[톨]
그냥 퀴어로 뭉쳐서 freak 들이라고 퉁치는게 편하니까 ㅋㅋㅋ
[골포보]
그걸 퉁쳐버리도 우리를 악마화하든가 아니면 희화하는게 되게 어이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데, 그걸 한 사람 한 사람한테 캐릭터가 있다는 거를 확실히 각인시켜주는 것 같아서 뭔가 진짜 의미 있는 것 같고.
[톨]
이렇게 소감하면서 대화가 확장되는 것 자체도 괜찮은 것 같아.
[골포보]
응원을 너무 하고요. 확장 가능성을 믿고요.
[톨]
ㅋㅋㅋ 진짜 뭔가 여러가지 인터뷰데이터가 많이 만들어져서 확장됐으면 좋겠다.
[골포보]
그리고 이런 조사같은게 없으니까. 문서화하는건 더더욱.
[톨]
그리고 우리 사회가 너무 빨리빨리 변하니까. 당장 우리랑 우리밑에 세대. 그리고 젠지세대가 또 사고방식이 다르잖아. 그래서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캡쳐하고 싶기도 하고. 지금 인터뷰하는 사람들도 나이먹으면서 생각이 바뀌고 지금 당시의 인터뷰가 미래의 그사람 생각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튼 지금 생각은 그랬다 정도라도…
[골포보]
너무 재밌었네요.
[톨]
너무 감사합니다. 편집을 내가 열심히 해볼게.
(인터뷰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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